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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 폭로사건에서 보듯 미영 첩보국의 첩보출처는 대부분 사기업 쪽이다. IT대기업들은 고객이 규정내용도 제대로 숙지하지 않고 클릭하는 정보공유 '동의함'을, 결국 이런 목적에 악용한 셈이 됐다. 물밑에서 은밀하게 자료수집하는 스파이들에겐 컴퓨터상 취득하는 이런 정보는 식은 죽 먹기일 뿐이다.
21세기형 빅브라더(Big Brother, 독재자, 감시자)가, 국가기관ㅡ사기업 연합(公私連合, 공사연합)으로 유령처럼 다시 찾아 왔다. 컴퓨터로 뒤덮인 전세계를 하부구조에서 받치고 있는 것은 이윤추구가 목적인 사기업들이다. 실물 고속도로는 공공물이지만, 정작 정보의 초특급고속화 도로망은 사기업 소유이다.
영국 정보부(GCHQ)는 영국 전역을 관통하는 고용량의 전화선을 소유한 사기업과 비밀협약을 통해, 아주 손쉽게 이들을 도용할 수 있었다. 가디언지와 워싱턴포스트지에서 밝혀졌듯이, 미정보국의 대국민첩보프로그램(Prism)은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애플 등과의 공고한 협조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본래 이런 회사들은 고객의 신분상태보다는 그들의 취향, 욕망 등을 더 알고 싶어한다. 그러한 모니터링은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하기 위한 사전 작업인 것이다. 구글은 보다 나은 탐색정보를, 아마존은 보다 적합한 책자 소개들을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소지는 항상 있다. 특히 무료고객을 받는 회사들은, 고객정보를 취득하려는 또다른 광고주들로부터의 금전제공 유혹에 더 잘 빠져 들고 있는 실정이다. 고객의 습관, 기호, 내밀한 욕망을 더 많이 갖고 있을수록, 그 값어치는 더 오르지 않겠는가. 고객이 '핑크팬더'를 탐색했다면, 광고 팝업창엔 어느덧 '핑크팬더'가 튀어 나오게끔 지정되는 식이다.
페이스북, 구글 등의 회사들은 "TRUST US"라는 구호 뒤에 스파이들과의 검은 거래를 숨겨 왔었다. 페이스북의 전 보안책임자 Max Kelly가 미정보국에 취업할 때 느낀 혼란스러움도, 혹여나 하는 기우일 것이라고 믿고 싶었었다. 하지만 필자는 2년 전 페이스북,트위터 고위관계자들과 대화 중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그들은 대화내용이 FISA(미국 해외정보감시법)로 옮겨 가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정보국이 몇 번이나 그 회사들의 정보를 강압적으로 요구했는지 그 개략적인 윤곽조차 설명하길 한사코 거부했었다.
결국 보도에 등장하게 된 몇몇 기업들은, Prism(대국민 첩보프로그램)에 대해선 전혀 아는 바 없다는 식의 항의를 전해 왔다. 아울러 지난 6개월 간 넘겨준 인적사항이라는 것이, 대부분 범죄와 연관된 것을 미국법의 강제요구에 따라 했을 뿐이며, 그나마도 FISA와는 거의 관계 없었다는 식의 해명을 덧붙였다. 따라서 미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사 31,000~32,000명, 페이스북 18,000~19,000명, 애플은 10,000명 이상 유저만 조사한 셈으로 됐다.
그렇다 쳐도 이것은 적은 것일까 많은 것일까? 만약 당신 자신이 그 안에 포함된 것이라면, 많다(a lot)에 해당되는 것 아닐까. 오히려 야후 측은 당황했지만 솔직한 편이었다. "다른 모든 기업들처럼 야후도 FISA가 요구하는 할당된 숫자라 하여 공개할 순 없다. 오히려 미연방정부가 기업들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는 처사에 대해 재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빅브라더(Big Brother)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은 단순한 가정법이 아니다. 그들은 미정보국, 페이스북, 구글, 영국 정보부 속에 어느덧 자리하고 있었다. 과장되게 보이는가. 하긴 스파이와 기업들이 짝짜꿍이 되어 당신과 나에 대해 파악하는 수법이, 우리가 익히 들어 본 비밀경찰보다 상당히 내밀함을 갖고 있다고 하니 더 그럴 수 밖에.
매우 위험스런 상황이지만 영미는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다. 민간인들에 의해 반복해서 벌어지는 보스턴마라톤 폭파사고나 울위치 살인사건처럼, 급진주의자들에 의한 다양하고 복잡한 폭력의 공포에 우린 생생하게 직면하곤 한다. 그들은 소비에트의 비축핵보다 그 경로를 따라잡기가 오히려 더 힘들다. 그렇다고 미 행정부는 국민의 최종적 안전보장 때문이라고 우기면서, 위의 모든 문제를 단순정당화시켜선 결코 안된다.
또한 영국의 첩보국관리법(Regulation of Invesgatory Powers Act)처럼 구닥다리가 다 된 법을 계속 운용하고 있다는 것은, 장관들의 "정보문제에 대해 노 코멘트"라는 언사와 함께 모욕적인 구태로 보일 뿐이다. 미국정부가 미지의 테러리스트에 대해 떠벌리는 것 말고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FISA가 기업들에게 정보요청 했던 유저들의 수를 각자 발표토록 한 것이되, 그 각본조차 완벽하게 짜 맞춘 정도 아닐까. 개인정보에 아주 철저한 독일은, 영국민 뿐만 아니라 전 유럽인들의 대량정보가 빨려나간 데 대해 영국정부는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보통신본부의 Tempora Programme를 두고 지적한 말이다.
우리가 진실로 믿고 받아들이는 것 중 상당수는 세밀하게 조작된 것들이다. 민주국가에서 보안/개인인권, 안전/자유 사이의 균형적 판단은 어쨌든 시민 각자의 책임에 따른다. 우리의 삶과 자유를 위협하는 것은 테러만이 아니라, 대테러 명분으로 자행되는 개인신상정보의 대량강탈 또한 포함되지 않을까. 정부로부터 내밀한 정보요구를 받았다는 기업들도 이 사회의 투명성 투쟁에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 그것만이 기업들이 고객에게 요구하는 정보의 지속적 투명성담보를 위한 것 아닌가. 우리의 '알 권리'는 정부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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