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십중팔구 상대에 대한 선입견에 너무 영향을 받아 그사람의 실체를 만나는게 아니라, 자신이 이미 받아들인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들의 산술적 합을 가지고 대면한다. 그러다 보니까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었던 산술적 합으로서의 이미지에 부합되는 얘기만 귀에 쏙쏙 들어 온다. 나머지는 버리고. 그러다 보니, 그 사람을 만나는 게 아니라 이미 자기가 가지고 있던 그 이미지를 재확인 하거나 그 이미지에 부합되는 그림만 그리다 오는 거다.
그런데 소통하는 이유가 그런 이미지를 거둬내고 실체를 만나는 것, 사실 여부를 캐서 본질인 실체를 만나는 거다. 그런데 미리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스스로 매몰되어 결국 기존 이미지를 강화하거나, 여러가지 분절된 팩트들을 모아서 그 이미지에 부합되도록 재구성해서 실체와 상관없는 이미지 하나를 또 내미는 거다.
이거 졸라게 쓸데없는 짓이다. 첫 번째 소통의 규칙이, 그 사람을 만나야지 그 사람의 이미지를 만나면 안된다는 거다.
단시간 내에 그 사람의 실체를 만나는 게 어렵다. 그러려면 미리 상대의 실체와 만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공부가 미리 되어 있어야 하고, 자기 스스로 편견과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저 사람이 하는 말을 내 식으로 이해해서 그리고 그걸 되돌려서 그 사람의 의도라고 지레 단정해 버리면 안된다. 근데 이 사람이 한 말과 내가 가졌던 그 사람의 이미지가 합쳐져서 '저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고 만들어 버리는 거다.
그 사람의 말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려면 내가 굉장히 객관적이고 오픈되어 있어야 한다. 근데 보통은 얘기하다가 그 사람의 앞뒤 문맥과 그 사람의 의도를 간파해 그 말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 귀에 쏙 들어오는 말로, 그리고 그를 표현한 섹시한 문구로 그 말을 받아들인다. 그건 사실은 그 사람과 소통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필요한 문장을 뽑는 거다.
그러니 소통이 안되는 거다. 여러 한계가 있겠지만 사실 그 사람을 만난 적이 없는 것이다. 내가 미리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그와 부합되도록 뽑아낸 문구와 섹시하게 만들어지는 새로운 인물을 하나 창조하는 거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