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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보고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다 올라가도록 자리에 멍하게 앉아 그 사람들의 이름을 내 머릿속에 넣어 둔다.
26년.
처음 이 작품을 본 건 원작자 강풀의 카툰이다.
그리고 몇 년 후 영화로 제작이 된다는 소식에 반가움도 잠시, 알 수 없는 이유 때문에 영화제작 얘기는 어디로 사라져 버렸다.
들리는 소문에는 외압이 있었다는 둥, 푸른 집에서 전화를 했다는 둥, 소문을 뒤로 한 채 그렇게 사라지는 줄 알았는데, 그 영화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른 건 올 여름 충무로에서 심지 굳기로 유명한 최영배 대표가 다시 이 영화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대선 전에 이 영화를 꼭 극장에 올리겠다는 다짐과 함께 기존 투자로는 이 영화가 제작되기 힘이 들어 여러 뜻있는 사람들의 힘을 빌리는 글과 함께 일반 투자를 모집하고 재능기부를 받고 하면서 어렵게 영화를 완성시키는 과정을 쭉 지켜보면서 내가 이 영화에 참여하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오늘 기다리던 그 영화 "26년"을 봤다.
처음 시작이 압권이다. 처음 그 시작이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쭉 이어지는 드라마는 그 긴 호흡을 이끌어 나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중반을 넘어서며 조금 지루해지려 할 때 이미 영화는 마지막에서 그 힘을 다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다.
제작 중에도 알 수 없는 곳에서 외압은 끊임없이 들어왔고 투자를 결정했던 투자사들도 하나 둘 눈치를 보며 떠나갔다.
후일담이지만 이 영화를 제작한 최영배 대표는 다른 사람들이 다 말렸을 때 이 말 한마디를 남기고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이 이런 얘기를 두고 무슨 얘기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겠습니까? 여러분이라면 이런 시나리오를 보고 영화를 만들 생각이 안 드나요?"
이 영화는 제작자의 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앞서 내가 쓴 "광해"도 제작자의 힘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이 두 영화 모두 제작자의 의도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그 내용은 너무나 다르다. 돈을 위해 영화를 만든 것과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 영화. 두 영화를 단순 비교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만 그래도 난 지금의 이 영화가 더 좋다.
잠시 얘기가 딴 곳으로 흐르기는 했지만 난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 술 한 잔 하고 이 늦은 시간에 술기운에 몇 줄 써 본다.
감히 회원 분들에게 추천 한다.
긴말 필요 없다 보시라, 보고 말하시라.
영화를 본 분들만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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