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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모지란 인간이다보니 어릴때 그놈의 이념때문에 애꿎은 선후배나 동료를 여럿 괴롭힌 적이 있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참 모질게도 굴었구나 하는 자책과 부끄러움이 들 때가 많다.
그리고 참여정부가 소모적인 이념논쟁으로 좌우 협공을 당하는 것을 똑똑히 지켜 보게 되었다. 똑같은 정부를 두고 한 놈은 반미정권이라 욕하고 다른 놈은 친미정권이라 욕하는 걸 보면서, 아~ 이념이 도그마가 될 때 얼마나 무서운지 몸소 깨닫게 되었다.
거칠게 말하자면, 관념론이나 유물론은, 세상을 정신이나 물질의 한가지 '실체'로서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세상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과연 중세의 '신'과 무엇이 다를까 하고 고민하면서부터 철학적으로는 회의론이나 불가지론에 제법 관심이 갔다. 그렇다고 '회의주의'가 곧 허무주의는 아니니 걱정마시라.
그럴 즈음 정치는, 종교와 분리되어 세속화되어야할 뿐만 아니라 이념이나 도그마로부터도 분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우리가 목표하는 연대의 정치, 연립의 정부는 하나의 이념이나 동일한 국가관으로 묶을 수 없지 않은가?
이런 나의 모습을 두고, 울 엄니는 철 들었다고 했지만 누군가는 변했다고 욕할 수 있다. 소위 'B급 좌파' 김규항은 나같은 과거의 유물론자를 변절한 '전직 좌파'라고 비난한다.
김규항이 어제 한걸레 지면에 쓴 <천년왕국 이야기>를 읽어 보면, 전직 좌파는 '한국 자본'의 충직한 노예가 되었다. 그리고 전직 좌파 덕분에 한국 자본은 진정한 좌파의 씨를 말리고 이제 '천년왕국'의 실현을 목전에 두고 있단다.
김규항의 무서운 점은, 이념과 종교 모두를 정치에 투사(投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념의 갑옷에다 종교적 아우라로 무장한 이 독실한 'B급 좌파'는, 진중권이 탈당한 후 진보신당에서 무척 인기있는 이론가가 되었다.
그래서 난 더 무섭다. 왜냐하면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우선과제로 삼는 민노당은 통합을 위해 좀 더 왼쪽으로 경직될 것이고 참여당과의 연대논의는 더욱 난항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김규항이 다음주에 <천년왕국 이야기> 2편을 또 쓴다는 것도 못마땅하지만 이 칼럼이, 진중권이 '참여-민노-진보' 3당의 통합을 촉구한 다음 나왔다는게 더 불편하다. <천년왕국 이야기>를 읽어 보면, 진중권은 '최근에 합류한' 전직 좌파로 묘사되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김규항의 말대로 진중권이나 내가 전직 좌파로 변신했다면, 변절의 이유를 한가지쯤 대고 싶다. 그것은, 좌파 시절 극우파와 고단하게 싸우면서 받았던 배제와 불관용의 폭력을, 김규항의 글을 읽으면서 고스란히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 자본'을 괴물로 규정한 김규항은 괴물과 싸우면서 스스로 괴물이 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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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