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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아일랜드 사람 제임스 조이스는 트리에스테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글 쓰며 살았다. 서른둘의 나이, 아내 노라, 아이 둘과 함께였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연재가 시작됐고, <더블린 사람들>이 출판되었고, <율리시스>를 쓰기 시작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진 해였다. 조이스가 가르치던 학생들은 징집되거나 이탈리아로 도망갔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 트리에스테 시내에도 포격과 공습이 있었는데, 조이스는 이런 여유만만한 농담을 했다고 한다.
“이제 트리에스테에선 누구나 영어를 알게 되겠군. 이사 가야 겠네.”
(Now that everyone in Trieste knows English. I will have to move on.)
(트리에스테는 오랜 역사 동안 그 소속이 여러 차례 바뀌었던 도시인데, 조이스가 주민이었을 때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영토였다.(지금은 이탈리아) 주민 4분의 3이 이탈리아 사람이었는데, 독일어는 나으리들의 언어였을 뿐, 가장 흔히 오가는 말은 이탈리아 방언이었다. 조이스는 나중에 트리에스테를 ‘내 두 번째 나라’라고 부르며 특히 이탈리아말을 즐겨 쓰고 좋아했다.)
전쟁이 나자 트리에스테는, 조이스의 첫 번째 나라 아일랜드(영국 식민지)에 이어 이탈리아와도 교전상태가 되었다. 거주민과 그 도시의 행정당국이 서로 적이 된 것이다. 새 망명지를 찾아 떠나야 할 때였다.
한편, 제임스 조이스보다 덜 전위적이었으나 여러모로 생각이 비슷하기도 했고 또 티격태격하는 사이었던 동생 스태니스로스 조이스(Stanislaus Joyce)도 트리에스테에서 교사로 지내고 있었는데, 거침없이 제 생각을 표현하고 다니다가...오스트리아 당국에 걸려서 전쟁이 끝날 때까지 감옥살이하는 처지가 됐다.
▲ 제임스 조이스 동상, 트리에스테
조이스는 이즈음 <율리시스> 초안 쓰기를 잠시 멈추고 희곡 <망명자들>을 썼다. 그리고 1915년 6월 조이스 가족은, 책과 가재도구를 남겨둔 채, 스위스 취리히로 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에서 맞닥뜨린 오스트리아 당국 검문자들은, 운 좋게도 조이스의 학생이거나 팬이어서 망명여행은 수월했다.
<율리시스>는 1921년 파리에서 마무리되었는데, 그러니까 <율리시스>는 1914년에서 1921년까지, 트리에스테-취리히-파리에서 쓰였다.
▲ 더블린 제임스 조이스 센터에 있는 포스터
누군가 제임스 조이스에게 이렇게 물었다.
“(1차)대전 때 뭐했나?” (What did you do in the Great War?)
“율리시스 썼지. 당신은 뭐했나?” (I wrote Ulysses, what did you do?)
조이스가 실제 한 말은 아니고, 톰 스토파드(Tom Stoppard)의 희곡 <희화화(Travesties)>에 나오는 대사다. 1917년, 취리히에 살던 조이스와 취리히의 영국 영사관 직원이었던 헨리 카아가 나누는 대화.
누가 나한테 좀 물어봐 줘.
이번 겨울에 뭐했느냐고.
“율리시스 읽었어. 너는 뭐했냐?”
※참조 : 리처드 엘만(Richard Ellmann), 제임스 조이스 전기(James Joy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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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영국의 징집 포스터. ▼ Daddy, what did you do in the Great War?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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