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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곁에서 누군가를 한 시간쯤 기다려야 할 때, 서점에 들러 전시된 수많은 책제목을 구경하다 보면 훌쩍 한시간 지나간다. 요즘 책제목 추세는 '긴 문장'이다. [당신이 허락한다면 이 말 하고 싶어요]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죽고 싶지만 떡뽁이는 먹고 싶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애써 말 걸지 않아도 대화가 끊이지 않는 법]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 한시간 긴 책제목들로 눈요기 하고, 만날 사람 만나고, 집으로 돌아와 서가에 꽃힌 책제목을 둘러본다. 한글자 제목 책 두권이 보인다. [밥] 그리고 [섬] [밥] 김지하 이야기 모음 '밥' 분도출판사 1984년 4월 15일 발행 값 2,500 원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김지하 이야기 모음>입니다. <민중시대>의 개벽 - <후천개벽> - 을 내다보며 <생명운동>을 외치는 오늘을 사는 민중시인의 살아 있는 목소리 모음입니다. 즉, 머리말 삼아 <로터스 상> 수상연설을 비롯하여, 혹은 몇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혹은 혼자서 이야기하면서 녹음한 것을 - 수상 연설 외에 여섯 차례의 이야기를 - 모아서 풀어 적은 것입니다. - '편집자의 안내말씀'에서 젊은 가슴을 설레게 했던, 당시 운동권 대학생들의 우상, 멘토이었던 그가 35년 후 2019년말 현재, 맛탱이 간 좀비가 된 그 시발점. [밥]이 출간된 그 해 그의 나이 44세이었다. 다섯살 아래 39살 중년으로 넘어가는 나이에 노무현은 책이 아닌 [공해문제 연구소]를 설립한다. 3년전 1981년 김지하가 국제시인회(Poetry International)의 ‘위대한 시인상’과 브루노 크라이스키 인권상 위원회가 주관하는 ‘크라이스키 인권상’을 잇달아 받을 때, 노무현은 부림사건 변호를 맡으며 (본인 말 표현대로)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 [섬] 우리말로 한글자 이지만, 프랑스어로는 Les Iles 두 음절 일곱글자이다. 출판사 - '민음사', 저자 - 장 그르니에(프랑스 철학자) 2008년 값 7,500 원 알제에서 내가 이 책을 처음으로 읽었을 때 나는 스무살이었다.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충격, 이 책이 내게, 그리고 나의 많은 친구들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서 오직 지드의 '지상의 양식'이 한 세대에 끼친 충격 이외에는 비길 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섬]이 우리들에게 가져다준 계시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지드적인 감동은 우리들에게 찬양의 감정과 동시에 어리둥절한 느낌을 남긴 것인 반면, 이 책이 보여준 바는 우리들에게 알맞는(우리들의 피끓는 젊음이 가난과 고통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길거리에서 이 조그만 책을 읽고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고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하여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나는 아무런 회한도 없이, 부러워한다. 오늘 처음으로 이 [섬]을 열어보게 되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 - 알베르 까뮈의 [섬] 에 대한 추천사 머리말에서 내 스무살 시절, 앙드레 지드의 [지상위의 양식] 과 [새로운 양식]을 읽고 느꼈던 신선한 감동이 새록 새록 .. 다시 살아나는 추운 겨울밤이다. 1968년 71세의 '장 그르니에'가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의 <문학대상>을 수상할 때, 28세 청년 김지하는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시인으로 데뷰 준비 중이었고, 23세 청년 노무현은 일병 군 복무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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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