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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너무나 빨리 고인이 되어버리신 신해철님의 명복을 빌며...
무한궤도..내가 중학교때로 기억한다. 나는 멀미를 심하게 하는 아이였다. 그러고보면 지금도 내가 운전하지 않는 차를 타고 멀리 가는 것은 부담스러운 느낌이 있다. 술이라도 한잔 하고 차를 탈라치면 마음이 편치가 않다. 각설하고, 중학교때 아주 먼 곳을 다녀와서 거의 기절상태로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MBC 대학가요제 였고, 날짜는 12월 23일로 기억한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설렘이 가득하지만, 멀미로 아주 고통스러운 상태로 누워서 보던 대학가요제의 무한궤도. '그대에게'는 듣는 순간 귀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드는 노래였다.
학창 시절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나는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때' 인 것 같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공부도 별로 하지 않으며 새벽에 일찍 나가서 공부해 보겠다고 아침 6시에 도착해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교실에 앉아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던 나의 모습이 떠오른다.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지나가기도 하고 무언가 불만히 많던 그 때가 아련히...
그외에도 무한궤도의 '슬퍼하는 모든 이를 위해' '여름이야기''비를 맞은 천사처럼' 등 주옥같은 노래들은 그 당시 이지연, 김완선 같은 댄스형 가수들이 싹쓸이 하고 있던 가요계에 왠지 거부감을 갖고 있던 나에게는 한줄기 단비같은 음악들이었다.
신해철의 1집 타이틀곡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안녕'등은 굉장한 히트를 쳤지만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딘지 신해철스럽지 않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신해철의 2집은 이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항상 나의 핸드폰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더 말해서 무엇하랴? '재즈카페''나에게 쓰는 편지''내 마음 깊은 곳의 너''아주 오랜 후에야' '50년 후의 내모습' 등 이 때부터 나뿐 아니라, 내 주변의 친구들은 모두 신해철의 광팬을 자처하게 된다.
'재즈카페'의 독특한 리듬도 '내 마음 깊은 곳의 너'의 애절한 사랑도 '나에게 쓰는 편지' 가 주는 삶에 대한 묵직한 충고도 모두모두 내 가슴 깊이 새겨져 있다.
그 중에서도 아직도 술만 먹으면 부르게 되는 '나에게 쓰는 편지' 는 영원히 잊지 못할 신해철의 명곡이다.
그 후 내가 사랑했던 그의 노래들은 '일상으로의 초대, 날아라 병아리, 인형의기사,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해, 아가에게, 먼 훗날 언젠가, Here i stand for you, Hope,
집으로 돌아가는 길....다 쓰려니 팔이 아파서 다 못쓰겠다.
그리고 그는 정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나이'였다. 언젠가 탁현민 교수가 공연을 부탁했더니 정치행사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는 장기하도 노브레인도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정이 가지 않는 것은 어쩔수 없는 내 개인적인 감정이다. 이명박을 향해 "이 씹쌔끼야" 라고 외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단 한 명의 가수였기에 내가 신해철을 더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신해철은 사인을 해달라고 하면 자기 노래중에 아는곡 불러보라고 한다는 얘길들었다. 언젠가 그를 만나서 사인해달라는데 그가 노래를 불러보라고 할 때를 대비해서 세곡쯤은 가사를 달달 외운 나였다. 아직 나는 그의 사인을 받지 못했는데...아직 나는 신해철의 사인을 받지 못했는데, 뭐가 그리 급했는지 그는 떠나버렸다. 내가 알고 있는 한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가수이자 시인이었던 그가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 버렸다. 난 며칠 째 그의 음악들을 황망하게 듣고 있다.
어제는 일이 있어 아산 병원에 갔었다. 차마 그가 누워있다는 장례식장 쪽으로 발걸음을 하지 못했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이 아직 나는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의 노래들은 영원히 내 가슴 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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