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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거인은 옆에 있는 이완 맥그리거(179cm)의 키로 추정할 때 정확하게 2m 43cm다. 실제로 이 배우는 2m29cm이다. 그러므로 저 영화에서의 키는 눈속임이며 거짓말이다. 화면에 따라서는 3m가 넘는 장면도 나온다. 배율을 잘못 적용하여 어처구니 없는 영화가 심형래의 "디워"였는데, 팀 버튼도 사소한 실수는 하는 법이다. 요지는 거짓말이라서 좋은 영화라는 거다. 빅 피쉬, 다들 봐라.
우리 막내 아이는 아버지가 거짓말을 한다고 일기장에 써서 지네 이쁜 담임 선생님한테 일러바쳤다. 이쁜 담임 선생님이 나를 거짓말장이로 생각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의 거짓말은 막내 아이에 대한 형언할 수 없는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다. 막내아이에게 내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 밑에서 부장을 하면서 거북선 만드는 것을 총 지휘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아이는 나의 나이를 알고 분노했다. 그리고 내 생일 축하 카드에 "아빠 미워"라고 썼다.
빅 피쉬를 세 번 정도 보았다. 아버지의 거짓말은 아이에게 추억이 된다. 소설 하나 읽는 것이나 무엇이 다를까. 빅 피쉬에서 아버지의 거짓말은 재미있다. 그 재미밖에 없는 것을 팀 버튼 감독은 환상적이고 약간은 몽환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심지어 주인공이 중국 병영에 침투했을 때 태권도를 하는 북한 군인이 튀어나오는 어처구니 없는 장면도 슬쩍 삽입하였다. 몰라서 그랬는지 알고도 그랬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거기서 이런 여자를 미국으로 데리고 온다.
허리 위로 사람이 두 개로 나눠진다. 이쁘서 괜찮긴 하지만 이것 참 곤란하다. 두 사람이 가진 두 개의 발목은 매우 가늘다. 갸날프다. 좋겠다.
인간은 거짓말을 하는 존재다. 거짓말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 창조라는 말은 엄밀하게 말해서 틀렸다. 재구성이라는 말이 더 맞다. 거짓말은 없는 현실을 창조하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없는 걸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약간 비틀어 재구성한다. 모든 창조는 재구성에 불과하다.
이완 맥거리거(아버지)가 만들어낸 허구의 세계를 그의 아들은 외면한다. 그러나 아들은 아버지의 허구가 현실을 약간 비틀어 재구성한 새로운 세계이며, 아버지가 만들어놓고 삶의 많은 부분를 의탁하고 있는 또다른 세계라는 라는 것을 알고 아버지와 허구의 세계를 받아들인다.
가상의 세계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욕망이, 인간의 불안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내는 것이니까. 모든 사람은 자기의 세계를 가상적으로 꾸민다. 문제는 자기 세계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모호한 경계다. 내가 막내아이에게 한 거짓말이 나의 세계를 아이에게 강요한 것은 아닌지 의심도 든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면 아이에게 참으로 미안한 일이다.
빅 피쉬에서 이완 맥그리거에 비해서 난 참으로 모자라는 사람이다. 재미를 주지 못한 것 같다. 스토리도 재미없고, 구성도 엉성하고, 그러니 아이가 거짓말이라고 핀잔을 줄밖에...
참, 팀 버튼 감독 영화에 꼭 나오는 여자가 있다. 헬레나 본햄 카터다. 해리포터에도 나왔고,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도 나왔고, 찰리와 초콜릿공장에도 나왔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붉은여왕에서 헬레나의 매력의 궁극을 과시했다. 붉은 여왕이 나오는 장면만 몇 번을 돌려봤다. 근데 글쎄 헬레나가 팀 버튼 감독의 마누라라는데, 영화를 같이 하는 걸 보면 둘 중 하나는 성욕을 끊었음에 틀림없을 거라는 추측을 해본다.
빅 피쉬, 함 바라.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고, 웃음도 있다. 곁들여 이상한 나라의 엘레스를 보는 것도 좋다. 붉은 여왕이 나오는 장면 말고는 별로긴 하지만...
참고로 불안이가 여친을 잃고 직장을 옮겼다. 면접에서 고생했다. 생김새로 사람을 뽑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성욕 없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생김새 때문에 불이익을 본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큰 손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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