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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Old Partner) <워낭소리>는 돌풍이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한국 독립영화 사상 최대의 흥행을 기록했다. 심지어는 흥행을 예상한 것도 아니었고 의도하지도 않았었다. 한국에서 독립영화가 올린 최고 관람객 수는 아일랜드 독립영화 <원스>가 기록한 10만여 명이었다. 그런데 <워낭소리>는 백만을 훌쩍 넘겨 입소문이 들불처럼 번졌다. 그것만 해도 ‘대박’이었는데 거기서 그치질 않았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관람했고 이후 3백만 명을 돌파 해 버리는 초대형 히트를 쳤다. 총 제작비 2억 원 가량으로 이 정도의 흥행이 발생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어떻게 보면 3백 만 이상의 초대형 히트를 치기에는 뭔가 아쉬움도 있는 작품이다. 당시의 시류를 운 좋게 잘 탄 탓도 있고 마케팅의 효과라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시골 어르신들이 단체 관람을 하고 나서 "기껏 해봤자 소새끼 나오는 영화가 뭐 대단하다고" 라며 표값을 아까워했다는 말도 있다. 그런데도 이 영화는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3백 만의 사람들이 극장에서 본 대한민국 거의 유일한 휴먼(?) 다큐멘터리인 만큼 그 이후의 폐해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이었던 최원균씨와 그 가족은 엄청난 수의 취재진과 방문객에 시달렸다. 각종 장난 전화와 협박 전화에 시달리기도 했다. 노부부가 받은 출연비를 노리고 접근한 일당들도 있었다. 그리고 위와 같은 문제들은 다시 기사화됐고 그럴수록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출연할 당시 노부부는 이런 상황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을 때 제작진이 이런 부작용을 설명해 주지도 않았을 거고, 이감독 본인도 이 정도까지 자신의 작품이 대중의 관심을 받을지 몰랐을 것이다. 이충렬 감독은 ‘감독’이라는 표현보다 ‘PD’라는 말을 더 선호했다. 그는 <워낭소리> 감독 이전에 <6시 내 고향>을 오랜 기간 연출 했던 PD이기도 했다. 방송제작 독립 PD였던 그는 늘 ‘소’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했다고 한다. ‘소’와 ‘인간’의 우정에 대해 다루고 싶었고 그에 맞는 케이스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경우를 찾지 못한다면 찾을 때까지 하겠다고 각오했다. 그렇게 해서 잡은 기간이 10년이었는데 다행히도 자신이 제작했던 <6시 내 고향>이 큰 도움이 됐다. 이감독과 인맥을 쌓은 전국 방방곡곡의 시골 이장들이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이감독은 이런 노력 끝에 40살 먹은 소와 수십 년 동안 함께 일하고 있는 할아버지를 찾을 수 있었다. 처음에 할아버지를 방문하고 촬영 허가를 받았을 때 이충렬 감독은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소가 죽을 때까지 찍는다.” 이충렬 감독의 이 ‘소 이야기’ 기획에 투자를 해주는 방송국은 없었다. 그래도 그는 자신이 발견한 이 아이템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전 재산을 투자했다. 작품 제작의 가장 큰 이유는 ‘만들고 싶었기 때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했다. 어떻게 보면 이감독도 ‘소’같은 사람이다. 우직하다. 그는 어렵게 촬영과 편집을 끝내고 방송국을 찾아갔다. 그가 만든 방송용 타이틀은 <소 가라사대>였다. 작품을 본 방송국 측은 제작비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을 제시했다. 아이템과 작품은 참 좋은데 요새 누가 ‘소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냐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다. 다른 방송국을 찾아갔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우연한 계기로 독립영화 측 제작자와 인연이 닿았고 다행히 극장으로 배급할 수 있었다. 방송을 탔으면 어정쩡한 시간대에 편성되어 한번 보고 지나갈 다큐멘터리였을 수도 있었던 작품이 우여곡절 끝에 영화관에서 상영이 되고 이후 대한민국 최고의 독립영화 흥행작이 된 것은 무척 특이한 일이다. 그리고 이충렬 감독은 졸지에 PD에서 ‘영화감독’이 되었다. 이충렬 감독은 <워낭소리>가 흥행한 이후 ‘방송국에서 더 이상 자신을 불러주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이미 그가 유명세를 얻어 일반 방송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독립PD로는 방송국 측이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그저 걱정으로 머물렀으면 좋았겠지만 안타깝게도 <워낭소리>가 사람들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가며 그도 잊혀졌다. 돈을 노리고 접근한 지인과 친구들의 사기, 뇌졸중 투병 등으로 현재는 경제사정도 그리 좋지 못한 편이라고 한다. 영화 속의 노부부가 사람들에게 시달려 고역이었던 것처럼 이감독도 영화 흥행 후의 사정이 딱히 다르진 않았던 것 같다. 과연 이 다큐멘터리로 누가 득을 봤는지는 잘 모르겠다. 즐겁게 감상하고 작품을 기억해 주는 관객이라도 남아 있다면 그나마 감독과 출연자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 듯도 하다. 혹은 <워낭소리>가 아니라 <소 가라사대>로 텔레비전에 방송되었다면 출연자나 제작자나 모두 큰 상처와 고통을 받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 대중적으로 지나치게 큰 인기를 얻은 ‘휴먼 다큐멘터리’는 종종 비인간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니까 말이다. <워낭소리> 흥행 이후, 독립영화가 속속 개봉했다. 고무적인 일이었다. 몇몇 영화들은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하기도 했고, 외국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개봉하는 일도 예전에 비해 잦아졌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워낭소리>의 흥행으로 인해 한국 독립영화에 새로운 바람이 분 것은 사실이다. 이후 각종 다큐멘터리를 비롯하여 극영화 형식의 각종 독립영화들에 대한 재조명도 이뤄졌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워낭소리> 같은 독립영화의 흥행 소식은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워낭소리>의 감독이었던 이충렬 감독에 대한 소식도 과거의 기사를 제외하곤 더 이상 접하기 힘들다. 3백만이 넘는 초유의 대히트작을 만들어 낸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독립PD였던 이충렬 감독은 더 이상의 차기작을 내지 못한 채 그렇게 조용히 잊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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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