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파인만(Richard P. Feynman ; 1918 ~ 1988)은 양자전기역학 분야에서 근본적인 업적을 이루었으며, 소립자물리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공로로 1965년에 줄리안 슈윙거, 도모나가 신이치로와 공동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가 그러한 업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물리학과 수학을 즐겼으며, 그걸 가지고 놀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노벨상을 목에 걸린 가시에 비유하는 그는 명예를 싫어했다. 그가 미국국립학술원 회원이었다가 그 자리를 사임한 이유는 단순했다. 그 학술원이라는 곳이 누가 회원이 될 만큼 유명한가를 따지며 시간을 보내는 단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노벨상을 받기 전에 이미 상을 받았다고 했다. 무언가를 발견하는 즐거움보다 더 큰 상은 없으며, 사물의 이치를 발견하는 그 짜릿함, 남들이 내 연구 결과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는 것, 그런 것이 진짜 상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러니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전하러 새벽에 전화한 기자에게 파인만은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아침에 전화해도 되잖소.”
그의 아버지는 어느 제복회사의 판매관리인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임신했을 때 그의 아버지는 “이 아이가 아들이라면 과학자가 될 거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학을 좋아해서 과학책을 즐겨 읽었던 그의 아버지는 마침내 그 아들을 과학자로 만들었다. 그것도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로 키워냈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어떻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미래를 현실로 만들 수 있었을까?
파인만이 이웃의 아이들과 들에서 놀고 있는데 한 아이가 파인만에게 물었다.
“저 새 좀 봐, 저게 무슨 새인지 알아?”
그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 애가 말했다.
“저건 갈색목개똥지빠귀라는 거야. 니네 아버지는 아무것도 안 가르쳐 주시는구나!”
나중에 그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저 새가 뭔지 아니? 저건 스펜서 짹짹이라는 거야. (아버지는 진짜 이름을 모르고 계셨다.) 하지만 포르투갈어로는 봄다파이다, 이탈리아어로는 추토 라피티다, 중국어로는 츠옹롱타, 일본어로는 카타노 테케다라고 한단다. 자, 너는 이제 알고 싶은 모든 언어로 저 새의 이름을 알았어. 그런데 이름을 다 알았다 해도 너는 저 새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단다.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이 저 새를 뭐라고 부르는지만 알게 된 거지.”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자, 이제 저 새를 살펴보자.”
그의 아버지는 이렇게 파인만이 사물의 이치를 스스로 경험하여 깨닫도록 가르치신 것이다.
파인만은 1966년 4월 전국 과학교사 협회에서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하였다. 그 자리에서 그는 과학을 이렇게 정의하였다.
“이 행성에 생명체가 진화해서 동물이 생겨났고, 지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단계에서 동물은 스스로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어떤 동물은 경험을 통해 더 빨리 배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학습자나 발명자의 죽음 혹은 기억력 부족으로 배운 것이 잊혀질 수 있는데, 어떤 종은 배운 것이 잊혀지는 비율보다 더 빨리 전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학습 속도가 증가한 시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갑자기 완전히 새로운 일이 일어날 정도로 그 속도가 증가했던 시기가 왔던 것입니다.”
“이 동물은 이치를 배우고, 다른 개체에게 전달하고, 또 다른 개체에게 전달하고 또 전달해서, 지식의 축적이 가능해졌습니다. 그 종이 기억을 갖는 이런 현상,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지식을 축적하는 이 현상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질병이 있었습니다. 잘못된 생각도 전달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종에게 이롭지 않은 생각도 전달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질병을 피하는 방법이 발견되었습니다.”
“과거로부터 전해진 것이 진정 올바른 것인지 의심하는 것, 그리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직접 경험을 통해 재발견하는 것, 전해 내려온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믿지 않고 실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 이것이 바로 그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과학입니다. 옛날부터 내려온 종의 경험을 그대로 믿지 않고, 새롭게 직접 경험으로 재확인함으로써 얻게 된 가치 있는 발견의 결과, 이것이 과학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앞 세대의 위대한 스승들이 전혀 오류가 없다는 믿음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내포하고 있는 학문은 과학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더 이상의 말은 사족일 뿐이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