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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의 작성 시기를 다시 살펴보자
호태왕비 : 414년 아들 장수왕 작성 일본서기 : 720년 왕명에 의해 30년에 걸쳐 편찬 삼국사기 : 고려 인종23년(1145년) 당시 시중 김부식이 완성 삼국유사 : 고려 충렬왕 때 대선사(승려) 일연이 1281년 이후에 작성.
가야의 멸망시기 역시 조금씩 다른데, 560~580년 사이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호태왕비문은 가야가 존재할 때 기록이고, 일본서기는 가야가 망한지 140~160년이 지난 후 작성되었고 삼국사기는 600년, 삼국유사는 700년이 지난 기록이다. 중국의 삼국지 역시 가야가 존재할 때 기록이다.
사료의 작성자와 상황을 살펴보자
호태왕비문을 작성한 고구려는 당시 동아시아 최강 국가였으므로, 그 수장인 장수왕이 가야에 대해 왜곡할만한 이유가 없다. 라이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가야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 고구려에 비해 미약하다는 점, 능비를 세우고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작성하는 글이므로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릴 틈이 별로 없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그렇다. 우리가 접하는 기록중 가야에 대해서는 가장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로 볼 수 있지만, 자료가 극히 빈약하다.
물론 중국사서 기록도 있기는 하다. 중국사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에 대해 왜곡할 여지가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신들을 지나치게 높이고 상대를 낮추려는 점은 새겨서 봐야하고, 중요하지 않다 여기는 나라의 기록은 성의 없이 짜깁기 하거나 대충 쓰는 경우가 많아 이 역시 판독자가 주의해야 한다.
<일본서기>는 삼국사기보다는 400년 빠른 시기에 작성되었지만, 당시 일본열도의 혼란을 수습한 왕이 국호도 바꾸고, '왕'을 '천황'으로 바꾸는 등 많은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던 시기다. <삼국사기>는 단기간에 11명이 작성한 것인데, <일본서기>는 수십명이 30년간 만든 것이다. 40대 학자가 맡았다면 70대까지 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읽어보면 역사책이라기 보다는 황당한 무협지같은 이야기다. 30년간 쓸 내용이 아니다. 그럼에도 30년동안 공을 들여서 다듬어야 할 과업이 <일본서기>다. 충분히 꼬아서 만든 책이다. 그러므로 표면에 드러난 그대로 읽으면 안 된다. '혼네'(진심)와 다테마에(겉마음)가 다르다는 것이 여기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는 것에 대한 근거는 뒤에 다시 설명하겠다.
<삼국사기>는 官에서 편찬한 정사다. 그러나 官에서 편찬했다고 해서 바른(正) 역사책은 아니다. 관에서 목적이 있어서 만든 것이다. 그 목적에 맞게 편찬한다. '삼국사'라고 하여 고구려/신라/백제만 다룬다. 신라본기에 가야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가야는 ‘없는 나라’, ‘투명인간’ 취급이다.
<일본서기>도 官에서 王命(왕명)으로 많은 학자들을 데려다가 30년동안 만든 것이다. 삼국사기는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이 걸려 만든 것이다. 그들이라고 다른 사서나 기록을 참고하지 않았겠나? 당시에 있는 자료를 깡그리 모아서 다 가늠하고 만든 것이다.
'고려'는 고구려를 맥을 잇는 나라이면서, 신라를 이어받은 나라다. 따라서 고구려와 신라는 우호적으로, 백제는 낮게 그리고 건성건성 다루고, 가야는 없는 나라 취급이다.
김부식들도 <일본서기>를 읽어보았을 것이다. 지금보다 고대언어가 잘 살아 있을 때이다. 언어의 변화 속도도 느렸으니 지금 우리보다 더 잘 <일본서기>를 해독했을 것이다. 중국 사료도 많다. 가야나 백제의 기록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삼국사기>저자는 절사(누락)하는 방식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구려를 공격하여 고국원왕을 전사시킨 근초고왕은 당시 동아시아 최강국 백제국의 군주였음에도 내용이 너무 없다. 346년 즉위 기사가 있다. 다음 기사가 347년 '천지신명에 제사 지내다'라고 1줄이다. 그 다음은 22년동안 기록이 없다. 그리고 369년 기사가 툭 등장한다. 워낙 큰 사건이라 누락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아들 근구수와 함께 고구려를 대파하고 5천명을 죽였다.(二十四年(369년), 秋九月, 髙句麗王斯由校勘帥歩騎二萬, 來屯雉壤, 分兵侵奪民戸. 王遣太子以兵徑至雉壤, 急擊破之, 獲五千餘級. 其虜獲分賜將士).
그 다음이 371년 기사 한줄, 그 다음이 375년 사망기사다.
369년 기사에 '冬十一月, 大閱於漢水南, 旗幟皆用黄(군대사열하는데 모두 황색 깃발을 사용했다.)'라고 나온다. 무엇을 말하고 있나? 백제군이 근초고황제의 군대라는 것이다. 황제의 군대. 마지못해 쓴 기록이라는 것이 역력하다.
근초고왕의 아들 이름은 근구수(近仇首)로 기록되어 있다. 근(近)은 큰=크다(大)로 미칭/접두사다. 아버지 근초고와 근구수에게만 ‘큰’이라는 미칭이 붙는다. 그런데 이름이 구수(원수 구仇, 우두머리 수首)다. 원수의 우두머리? 어느 누가 왕의 시호를 이따위로 짓나? 말이 안 된다. 백제는 김부식들과 고려에게 미운털이 제대로 박힌 것 같다. 그러므로 <삼국사기>를 읽을 때는 이런 저자의 의도를 살펴야 한다.
게다가 김부식은 신라김씨다. 유교를 신봉하는, 고구려의 맥을 잇고 신라를 이어받은 고려의 신라김씨가 총감독한 사서(史書)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후대에 토왜와 진왜로 인해 이렇게까지 역사가 망가질 줄 알았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제대로 저술했다 하더라도 사라졌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삼국사기> 판본 * 현재 전해지는 삼국사기는 3가지 판본이 있다.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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