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安羅人戍兵拔新羅城□城 倭滿倭潰(倭寇大潰) 안라인수병(安羅人戍兵)에서 ‘수병(戍兵)’은 국경 경계병·수비병을 말한다. ‘安羅’는 아라가야를 말하므로 ‘아라가야 국경수비대’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수비대는 누구를 경계할까?
호태왕비문을 보면 고구려 군대는 신라(경주)에서 임라가라로 남진하고 있다. 倭(왜)는 일본열도에서 부산인근에 상륙하여 경주가 있는 북쪽으로 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다음에 고구려 군대에 의해 다시 남쪽으로 밀려내려 가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면 왜구가 북상할 때까지 아라가야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倭와 싸우고 있었을까? 아니면 왜와 한편이 되어 신라를 공격한 것일까?
이 비문은 장수왕이 아버지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주인공인 고구려의 진격, 그 진격을 가로막는 적군을 타파해가는 과정을 서술한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父王의 공적을 기리는 陵碑(능비)기 때문이다. 비문 전부를 읽어봐도 그런 내용이다. 그리고 사건이 벌어진 시기 전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봐야 한다.
AD 400전후 사건들 (연대순. 먹글자는 삼국사기 내용, 색글자는 호태왕 비문) 371년 : 고구려의 고국원왕이 백제 근초고&근구수왕의 공격으로 전사. 391년 : 왜가 百殘을 파(破)하고, □□과 新羅 □□하여 臣民으로 삼았다. 392년 : 근구수왕의 손자, 아신왕 즉위. 393년 : 아신왕 393년 이후 계속하여 고구려 공격. 하지만 연전연패. 396년 : 고구려 수군, 백제 공격. 58개성, 700개 마을 점령. 아신왕 항복하고 신하게 되겠다고 맹세. 아신왕 동생과 대신 10명 포로. 397년 : 5월, 왜와 우호관계 맺음. 태자를 일본으로 보냄. 7월, 군대를 사열. 398년 : 고구려를 공격하기 위해 군사를 한산 북쪽에 집결. 399년 : 8월 고구려를 공격하기 위해 군사와 말을 징발. 399년 : 백제와 왜가 연합하여 신라 공격하려고 하니 도와달라고 신라가 고구려에게 요청. 고구려는 파병을 약속함. 400년 : 고구려, 군사 5만명으로 신라를 구함. 402년 : 5월 아신왕이 왜에 사신을 보내 큰구슬(大珠)을 청(求)했다. 403년 : 2월 아신왕은 왜의 사신을 환대하고 매우 후하게 대접한다. (倭國使者至, 王迎勞之特厚) 7월 백제는 신라의 변경을 공격한다. 405년 : 백제 아신왕 사망.
<삼국사기> 397년 내용의 행간을 살펴보면 아신왕이 왜왕에게 구원병을 요청하고 아들을 볼모로 보냈고, 일본열도(왜)에서 백제로 보낸 군대를 백제왕이 7월에 사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에는 아신왕이 사열한 장소가 나오지 않는다. ‘백제가 왜와 우우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백제가 고구려와 일전을 치르기 위해 大軍(대군)을 요청한 것으로 봐야한다. 그러니까 태자까지 볼모로 보낸 것이다. 재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많은 군사를 요청했기 때문에 倭(왜)는 태자를 볼모로 요구한 것이다.
AD 400년 전후 국가 관계
(고구려&신라, 백제&왜) 고구려와 백제는 뿌리가 같은 형제이자 라이벌이다. 세력도 팽팽하다. 그런데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할아버지를 아신왕의 조부(근구수왕)가 죽였다. 라이벌인데 원수가 된 것이다. 그래서 호태왕비문에는 백제를 낮춰 백잔(百殘)이라 부른다.(이런 견해는 한일 사학자에게 통용되는 일반적인 시각이다.) 신라는 가야, 倭(왜)의 공격을 자주 받은 것으로 <삼국사기>에 나온다. 신라는 백제&왜 연합군이 자신을 공격하려고 하니 구해달라고 고구려에 요청한다. 400년 전후에 신라와 가야가 어떤 사이였는지 <삼국사기>에는 기록이 전혀 없다. 212년~481년까지 가야에 대한 기사가 없다. 이것 역시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본다.
(백제&왜&가야) 일본열도에서 온 대군을 백제의 아신왕은 어디에서 사열했을까? 경남-김해·창원 부근이라고 본다. 물론 부산일 가능성도 있다. 부산 역시 가야의 땅이었다.(가야 철기유물이 입증한다.) 한반도와 일본열도를 잇는 고대 뱃길이 ‘경남~대마도~큐슈(九州)북부’다. 대규모 倭軍(왜군)이 겨우 한반도로 와서 또 뱃길로 백제까지 갔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과 식량을 보충해야 한다. 고구려의 배후인 신라를 치고 고구려로 진격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시 가야는 백제의 영향력 하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왜군이 상륙했으므로 倭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고 해도 맞는 말이다.)
3세기 후엽에 작성된 <삼국지(三國志)>위서(魏書) 동이전(東夷傳) 한조(韓條)에 가야를 구야국(狗邪國)이라고 하는데, 이는 ‘가야’를 중국식 발음으로 쓴 것이다. 또 왜인조(倭人條)에는 위(魏)의 사신이 대방군(帶方郡: 탕산시唐山市)에서 倭(왜)로 가는 여정이 소개되어 있는데, 대방~한반도 서해안~남해안~구야한국~대마국(對馬國) 순으로 나와 있다.
또한 호태왕비문을 보면 '倭(왜)가 신라 땅에 가득했다.'고 하므로 경북에 왜군이 들실거렸다는 이야기다. 즉, 이미 가야지역인 경남은 백제&왜 연합군의 영향권에 있다고 봐야 한다. 倭(왜)의 대군이 한반도로 한 번에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천 명 단위로 나눠서 여러 번에 걸쳐 진입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397년에 倭軍(왜군)을 첫 사열했고 이후에도 계속 왜군이 경남에 도착했기 때문에 신라가 399년에 고구려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한반도 남부, 경남에 진입한 倭軍(왜군)은 아신왕의 지휘를 받는다는 것은 아신왕이 군대 사열을 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倭軍(왜군)의 장수들이 아신왕의 지휘를 받는다고 봐야 한다.
(고구려 연합군과 백제연합군의 대결) 신라 땅까지 백제 연합군이 들이닥친 것을 고구려가 남하하면서 몰아내고 있다. 그러니 가야는 당연히 백제편에 있다고 봐야 한다. ‘백제·왜·가야’3국 연합군인 것이다. ‘안라인수병’은 가야(아라가야)군대이고, 고구려연합군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다고 봐야 한다.
두 연합군의 대결과 호태왕비문 해석 이러한 당시 정황을 감안하면 가야는 왜와 함께 백제의 아신왕 지휘를 받고 있다. 그러면 [安羅人戍兵拔新羅城□城 倭滿倭潰(倭寇大潰)]을 ‘안라인수병이 왜군을 공격하자 왜가 크게 무너졌다.’로 해석하는 것은 어색하다.
비문은 장수왕이 父王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해석하면 고구려군사가 한 것이 없다. 아버지를 기리는 비문에 ‘안라인’의 공적을 장황하게 넣을 이유가 없다. 아라가야(안라인)가 신라를 倭와 한편이 되어 공격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싫은 마음이 우리에게 있다. 그렇지만 있는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 “안라인수병이 신라성(과□城)을 공격했지만, 결국 왜는 크게 무너졌다”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비문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당시 정세는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다고 사료가 말한다. 여기서 ‘임나가라’는 왜군의 마지막 보루라 여겨진다. 호태왕비문은 적들의 마지막 보루이자 거점인 ‘임나가라’까지 추격하여 박살낸 고구려 군사, 광개토왕의 업적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호태왕10년 기사 종합해석
十年庚子, 敎遣步騎五萬往救新羅 從男居城至新羅城倭滿 其中官軍方至倭賊退 #□□(由新羅躡蹤追)來背急追至任那加羅從 拔城城卽歸服 安羅人戍兵拔新羅城□城 倭寇大潰
고구려에게 연전연패하여 신하와 동생까지 포로로 잡혀버린 백제 아신왕이 아들을 볼모로 보내어 왜로부터 대군을 지원받는다. 경남에 상륙한 倭軍(왜군)은 아신왕의 사열을 받고 일부는 백제를 거쳐 한수이북으로, 일부는 신라 국경에 포진했다. 위협을 느낀 신라가 구원병을 요청했다. 호태왕 10년에 고구려는 백제의 도전을 물리치기 위해 신라를 구원한다는 명목으로 5만의 군사를 남쪽으로 내려 보낸다. 고구려의 국경인 남거성에서 신라로 접어드니 이미 왜군이 가득했지만, (우리 고구려) 군사가 도착하니 도망갔다. (...)하여 왜의 뒤를 추격하여 (적들의 마지막 보루인) ‘임라가야’까지 쫓아 (적들이 있는)성을 공격하니 마침내 항복했다. 그런데 ‘안라’가 신라를 공격했지만, (우리군사에 의해) 결국 왜는 크게 무너졌다.
모든 것을 종합하면 이렇게 해석이 된다.
신라에서 퇴각한 倭軍(왜군)은 ‘임라가라’로 후퇴한다. 고구려의 진격 방향은 북쪽에서 남쪽이다. 신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가야 땅에 ‘임라가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임나가라’가 백제연합군의 마지막 보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는 곳까지 도망을 갔으나 고구려군에 의해 패배한 것이다. 여기서 ‘임나가라任那加羅’가 ‘임나와 가라(대가야)’를 의미하는 것인지, ‘임나가라’라는 별개의 국가(또는 지역)를 말하는 것인지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라인’부터 알아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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