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BBC는 러시아 총선을 앞두고 러시아 연금 생활자들의 어려움을 정규 뉴스의 일부로 보도했다.
여의사 출신으로 혼자서 살아가는 노인이 수퍼에서 아주 기본적이고 제일 싼 식품만 구입하는 모습을 보여준 데 이어 노인이 받는 연금이 얼마고 지출 항목이 무엇인지도 보여주었다.
그 노인은 모두
7500루블(한화로 약
27만5천원)의 연금을 받는데 이 중 2000루블이 전기 가스 수도세로 나간다. 1000루블은 병원비로 나가고
500루블은 전화비다.
노인은 도저히 감당이 안 되어서 다음달부터는 전화를 끊을 참이다. 다음달부터 전화비가 안 나간다 하더라도
4500루블(약 16만5천원)로 식비부터 교통비까지 모든 생활을 꾸려나가야 한다.
노인은 친지와 친구에게 꾸어서 부족한 생활비를 채우는 것도 한계에 봉착했다며 울상이다.
실제로 러시아에서는 총선에서 연금당이라는 것이 나올 정도로 노인들이 어렵게 산다.
몸이 아파서 응급차를 부르려고 병원에 전화를 걸면 80세 정도라면 모를까
70세라고 말하면 그냥 안녕히 계세요 하고 전화를 끊는단다.
그런데 BBC의 러시아 주재 기자는 러시아 노인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레닌의 동상을 슬쩍 비추면서 국가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슬쩍 꼬집는다. 그런데
(천연가스와 석유가 무진장하게 나오는 나라) 러시아의 노인들이 연금의
3분의 1 가까이를 전기 가스 수도료로 내고 (늙어서 아픈 것도 서러운데) 소득의
7분의 1 가까이 되는 돈을 병원비로 내고 (나중에 몸이 갑자기 아프면 어떻게 하려고) 전화요금이 무서워서 전화도 끊어야 하는 지경으로 몰린 게 레닌 잘못인가? 러시아를 점점 1%만을 위한 나라로 만들어가는 푸틴의 잘못이다.
공산주의 시절 소련의 노인들이 내던 전기 가수 수도 요금은 거의 헐값이었고 병원비는 안 냈다.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과거 공산주의 시절을 그리워하는 중노년층이 러시아에서 늘어나고 있다. 그것은 지난 2007년 선거에서 64.3%라는 압도적 지지율로
450석의 전체 의석 중에서
315석을 차지했던 푸틴의 단일러시아당이 이번 선거에서
50% 미만으로 지지율이 뚝 떨어지면서 의석도
77석이나 줄어든 반면 공산당은 지지율이 2007년
11.6%에서 이번에는
19.16%로 2배 가까이 뛰었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방 언론은 푸틴의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는 사실만 강조하지 푸틴을 찍었던 표들의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서 공산당을 찍었다는 사실 앞에서는 눈을 감는다. 러시아 노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선거에서 공산당을 찍었는데도 BBC는 마치 러시아 노인들이 자기들을 이런 지경으로 내몬 것이 공산주의라고 믿는 것처럼 보도한다.
아마도 BBC는 정부의 긴축 재정으로 나날이 어려움을 겪고 추워도 난방비가 무서워 불도 잘 때지 못하는 영국의 노인 연금생활자들에게, 봐라, 그래도 당신들은 공산주의의 잔재로 아직도 가난에 시달리는 러시아 연금생활자들보다는
낫지 않느냐,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BBC는 카다피 밑에서 리비아 국민들이 얼마나 경제적으로 안전하게 살았는지에 대해서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세뇌는 전체주의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에서도 세뇌는 교묘하게 이루어진다. 이른바 선진국일수록 자기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철석같이 믿는 국민이 많기에 세뇌는 더욱 확실하게 효과를 발휘하고 그것을 바로잡기가 더 어렵다.
| 
회비 납부 계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