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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를 이번처럼 진지하게 한건 처음이다. 혹시 기표가 네모 밖으로 조금이라도 나가지나 않을지. 접다가 혹시 기표한게 찍혀서 반대쪽에도 표시가 나오지 않을까? 오만가지 걱정이 다 되어서 접지도 않고 후후 불어서 빨리 말리고 넣으려고 짧은 시간에 노력해서 선거를 끝냈다.
선거를 하고 나오는 학교 복도에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는걸 보는데 나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선거도 마음 놓고 하지 못하는 이 세상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는데 갑자기 감상적인 생각이...
내가 혼자 과한 상상을 한다고 발걸음을 옮기는데 와이프가 옆에 와서 묻는다. "한번 접었어?" "안접었는데, 혹시 기표한게 살짝이라도 어디 묻을까봐 후후 불어서 넣었어" "아 나도 안접을걸, 혹시 묻었으면 어쩌지?"
오후에 기분좋게 후배랑 같이 개표 방송을 보려고 전화를 했다. "술이나 한잔하면서 개표방송 보자. 뭐 사갈까?"
후배의 집에서 역시 같은 대화가 오간다. 혹시 기표가 조금이라도 선에 걸릴까봐 걱정한 얘기, 접다가 기표가 묻어나올까봐 걱정했다는 얘기.
새누리당 십년만에 우리는 어떤 이상한 얘기가 나와도 별로 놀라지 않는 세상에 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씀하셨던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을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국정원이, 군부대가, 경찰이 선거에 개입을 해서 불법을 저질러도 유야무야 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공영방송 사장이 방송에 개입을 해서 지맘대로 뉴스를 해도 뻔뻔히 버티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선거 캠패인이 '대통령을 구해달라' 라고 하는 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최후의 인증 방법이다. 언론의 사회적 역할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 선거와 언론의 공정성을 해친 사람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그 사람들에 대해서는 가장 엄한 방법으로 처벌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우리는 그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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