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임금은 동물의 탈을 쓰고 나라의 토지를
자신의 노리개 마냥 뒤엎고 놀려 하더라.
임금의 신하들은 자신의 주머니에
금은보화를 챙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가축은 병들고 돈 없는 자는 굶어죽고 아첨하지 않는 자는 옥에 갇히고
인간답게 살고 싶은자는 나라를 등지더라.
이 나라를 지키는 신이 있으니 빛나는 입을 가진 아이라 하여
아구라(兒口羅)라 하더라.
아구라가 보기에 나라 돌아가는 폼세가 하이 수상하야
옥황상제를 대면하게 되었다
“옥황상제여 어찌 우리 국토에 이런 시련을 주나이까?
가축은 무슨 죄가 있어 이리 싹 죽이나이까?”
“본디 서(鼠)라는 동물이 병균을 옮기는니라...
니 놈이 할 일을 제대로 못해 이토록 요상한 자가
왕위에 올랐으니 니 죄라 여기렸다.”
가축의 울부짖는 처절한 울음소리가
아구라의 귀에 울려
눈물이 저절로 흐른다.
“차라리 저에게 매질을 할 것이지 어찌
미물인 가축에게 이 고통을 주나이까?”
“아무 죄도 없는 것들을 땅에 묻은 건 니들이다.”
옥황상제의 말에 아구라는 얼굴을 붉히.
“그럼 옆 나라는 어떤 자가 임금이 되었길래 국토를
그렇게 아작을 내놨습니까?”
“삑싸리가 났느니라...다음엔 제대로 들어갈 것이다”
“.....”
옆 나라의 아비규환을 생각하니 몸사리가 쳐지더라.
아구라는 안색을 굳히고 옥황상제에게 묻는다.
“그럼 어찌하오이까? 어찌하여야
이 지옥구렁텅이같은 현세를 구하오리까?”
옥황상제는 준엄한 눈으로 아구라를 쳐다보다
단호하게 말한다.
“이미 늦었다.”
“옥황상제여 어찌 이리 단호하오십니까...
본디 미숙한 신이라서 인간이오
미숙하기에 발전 가능한 것이 인간이오
본디 옥황상제님이 인간을 만들 때
반성이라는 놈을 만들어 끊임없이
인간을 발전하게 만든 것 아니오리까...”
아구라의 눈에선 쉼없이 물이 흘러나오고
목구멍에선 쉽없이 빨간 물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옥황상제가 냉정히 몸을 천상의 좌에서 일으킨다.
“이미 늦었느니라... 너도 어서 가서 몸을 피하거라..
가서 옆나라나 도와주도록 하거라”
“옥황상제여...제발 기회를 주소서”
아구라의 눈에 고통받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인다.
옥황상제는 뒤돌며 이야기한다.
“모르지 동물의 탈을 쓴 그 요물이 왕에서 물러난다면...”
아구라 한줄기 빛같은 옥황상제의 음성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땅으로 내려간다.
“약속하시었소...내 꼭 그 요물을 처치하여 아작을 내겠소”
아구라가 땅에 내려와 한걸음에 요물이 머물고 있는
와청궁으로 들어간다.
마침 그 요물이 동료들과 술을 먹으며
당가당가(唐可唐可)놀고 있더라...
고통받는 국민은 모른체 태평히 놀고 있는 모습에
아구라는 화가 머리까지 올라 단숨에 요물의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모여있는 사람들이 너무 놀라 움직이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분뇨를 내뿜더라..
“네 놈이 이나라의 임금이냐”
“아....米국에서 보냈소? 내 잘못 보인 게 없을 텐데...”
얼굴은 흙빛으로 변해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꼴이
부엌에서 음식을 훔치던 그 동물이 생각나더라...
더욱 화가나 놈의 목줄을 잡고 힘을 주니
점점 쇳소리를 내며 크게 외치더라...
“찍.~”
목숨이 끊어진 요물을 바닥에 놓고 주위를 둘러보니
같이 놀던 친구들은 다 사라지고 한 놈만 남아 있더라...
관심이 간 아구라..
“네 놈은 지금 상황이 무섭지 않더냐?
“무섭사옵니다...”
“근데 왜 도망을 안갔느냐? 이놈에게도
진정한 친구 한 놈은 있었던게냐?”
“친구한테... 아직 명을 듣지 못했사옵니다.”
“뭐?”
“저 박명이라는 친구와는 호랑이서당에서 연을 맺어
40년을 관포지교로 지냈소. 내 서당에선 천재라 자부했건만
사회에 나와 보니 박명이가 요술을 배웠는지 신출귀몰 하더이다.”
“그래서?”
“신출귀몰한 저 친구의 말만 들으면 돈이 그득그득 들어오더이다.
잘못을 저질러도 저 친구의 말을 들으니 바로 풀려나더이다.
그때부터 저 친구의 말대로만 살아왔소”
“그래서 어찌됐단 말이냐?”
“몇 십년을 저 친구의 말만 듣고 살아왔더니 지금도
도망가야할지? 어느문으로 나가야 할지? 나가선 어찌 살지
모르겠소이다...“
“오호라 자네는 박명이의 오랜 벗(고붕(古朋))이로구나..
니 이름이 무엇이냐?”
“유승이라 하오...”
“에라이~~”
큰소리로 유승이란 박명이의 고붕을 꾸짖으니 지레 놀라서
그 자리에서 요절을 하더라.
그때서야 하늘에서 옥황상제의 음성이 흘러나오더라...
“아구라야...”
“네”
“니 이름이 구라니 오늘의 이 일을
이야기로 만들어 구라전이라 하겠다.”
“감사하옵니다”
“그래 주인공이 구라니 내용도
구라로 가득 찼다는 걸 알테니...”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