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밤 9시40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던 서울 잠실체육관 단상에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통합 반대파 당원·대의원들이었다.
당시 단상 연설대 주변에서는 몇명의 여성 당직자들이 술 취한 민주당원들의 난입을 막기 위해 서 있던 상태였다. 순식간에 몰려든 이들은 당직자들을 밀치고 연단을 점거했다. 여성 당직자들은 비명을 질렀고, 일부 남성 당직자들은 주먹질을 당했다. 이석현 전당대회 의장이 전당대회 개표 결과를 발표하는 것을 막으려 몰려든 것이었다. 이들은 이석현 의장의 통합결의 발표를 막기 위해, 연단을 막아선 당직자들의 멱살을 잡고 늘어졌다. 이 과정에서 서로 뒤엉켜 연단에서 추락하는 이들이 허다했다. 반대파들은 악취가 나는 액젓과 액체비료를 연단과 대회장에 던졌다. 이들은 통합결의가 선언된 뒤에도 전당대회장을 떠나지 않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분에 차서 “같이 죽어야 해, 정말!”이라고 외쳤다. 안희정 충청남도지사와 전·현직 민주당 의원들은 연단 아래서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역대 한국 정치사에서 당원과 대의원들의 난입으로 이렇게 엉망이 된 전당대회는 드물었다.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장은 개회 전부터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통합에 반대하는 이들은 대회장 진입 단계에서부터 소란을 피웠다. 한 남성 대의원은 ‘지문을 날인해야 대의원증을 교부할 수 있다’는 20대 여성 당직자의 뺨을 때렸다. 2003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분당 당시 이른바 ‘난닝구 사건’의 주역이었던 이 아무개(이막동)씨였다. 곁에 있던 다른 남성은 이 현장을 취재하던 <한겨레> 기자의 멱살을 잡기도 했다.
통합에 반대하는 이들은, 이날 대의원으로 출입이 한정된 전당대회장 안으로 힘으로 밀고 들어와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전당대회장 한쪽에서 “대의원증이 위조됐다”고 외친 이들도 있었다.
이날 밤 민주당 지도부가 개표 결과도 발표 못하고 있던 사이, 전당대회장은 술 취한 이들이 곳곳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2003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쪼개질 당시 민주당 사수파에 섰던 이들이었다. 욕설이 오가고, 멱살잡이와 주먹질이 오갔다. 2003년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반대파들은 이날 전당대회 결과에 불복해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이들은 전당대회 등에서 “재적구성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구성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당헌의 해석을 문제 삼는다. 투표를 해야만 출석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투표인원이 5067명으로, 재적과반수 5282명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이날 저녁 긴급소집된 당무위원회에서는 전당대회장에 들어온 것을 출석으로 봐야 한다고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이날 전당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5820명이었다. 당헌당규에 대한 해석권이 당무위원회에 있는 만큼, 반대파가 법적으로 문제를 삼아도 전당대회 결과가 무효화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충돌로 통합 지지파들과 반대파들은 선을 넘은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결과가 앞으로 민주당 내부에서 어떤 불화의 씨앗으로 이어지게 될지 주목된다.
이태희 김외현 기자 hermes@hani.co.kr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