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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동시에 열린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조별 3차 예선에서 우즈벡이 일본을 상대로 1대0 승리를 거두었다. 불과 3일전 한국에 4대2로 대패를 당한 우즈벡이 적지인 일본에서 여러가지 불리한 여건 속에서 일본을 꺽고 조1위로 최종예선에 진출했다. 이와 반대로 한국은 홈에서 쿠웨이트에게 후반 첫골을 넣을때까지 유효슈팅 제로를 기록할 정도로 쿠웨이트에게 끌려다니는 고전 끝에 신승을 거두었다.
3일전 평가전에서 보여주었던 두 팀의 경기력을 생각하면 의외의 결과가 실전에서 나타났다. 그럼 왜 이렇게 평가전과 실전이 다른 양상을 보이느냐 하면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것이 감독의 의지이고 그다음이 그날 선수들의 컨디션과 심리적 상태이다.
우즈벡의 경우는 감독의 의지였다고 본다. 한국전에서는 승리보다는 자신의 팀을 테스트 한 성격이 강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꼭 이겨야 하는 부담감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위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쿠웨이트 감독은 이런 한국 선수들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했다.
한국의 경우만 살펴보면 우즈벡전에서 자유자제로 구사되던 패스 플레이가 첫골을 넣을때까지 거의 실종되었는데 그 이유는 예상치 못한 쿠웨이트의 강력한 압박에 이은 공격 일변의 플레이였다. 우즈벡전에서는 미드필드의 압박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김재성, 김상식 두명의 홀딩을 두고 미들을 장악했다. 그러나 쿠웨이트전에서는 비교적 수비력이 약한 김두현을 김상식 파트너로 중앙에 배치했는데 여기에 첫번째 미스가 있었다.
물론 최강희 감독은 김두현 김상식 조합으로도 충분히 쿠웨이트를 상대로 중원을 장악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쿠웨이트는 우리의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공략했다. 우리선수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될때 경기력이 많이 떨어진다. 어제도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는데, 평범한 볼터치에서 미스를 보이고 쉽게 볼처리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다급하게 걷어내기만 하는 이런 현상은 한국 축구의 오래된 나쁜 전통이다. 히딩크 감독과 파리아스 감독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한국 선수의 단점중 하나이다.
이런 습관은 어릴때부터 잘못된 지도자의 지도에서 비롯된다. 실수했을때 체벌이 가해지는 이 체벌을 순간적으로 면피 하기위해서는 표시나는 실수를 자신이 범하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에 면피성 패스를 남발한다. 이런 현상은 상대의 압박이 강할 수록 두드러지는데 어제도 몇 차례 그런 장면이 목격되었다. 당황하게 되면 나쁜 습관이 나온다. 표준말을 잘 구사하는 사람도 극도로 흥분하게되면 걸쭉한 사투리로 욕이 마구 나오는것과 같은 현상이다.
현재 국가대표팀의 구성원들중에 그런 현상을 보이지 않는 선수는 최고참에 해당하는 이동국과 김상식 그리고 기성용정도다. 그리고 패스 미스가 남발된 이유는 패스의 부정확성보다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패스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패스를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서로의 의도를 알아야하고 움직이는 순간에 적절한 방향과 세기로 나가야 제대로된 패스가 이루어진다. 두 선수중 한명이라도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되면 패스는 꼬이기 시작한다. 어제 전반전 패스가 엉망이 된 이유는 단두대 매치에 대한 심리적인 압박에 몸이 풀리기도 전에 쿠웨이트의 강력한 압박에 이은 날카로운 공격에 선수들 대부분이 막말로 쫄아 버렸다. 이런 상태를 벗어나는데 60분이 걸렸다. 첫골이 들어가고 선수들의 심리적 상태가 안정됨과 동시에 패스가 살아났다.
물론 오바페이스한 쿠웨이트 선수들의 압박이 느슨해진 것도 있지만 말이다. 차범근 해설위원도 이점을 지적했다. 그만큼 우리선수들은 아직까지 심리적으로 약하다. 히딩크도 같은 지적을 했다. 선수들의 정신력에 문제가 있다고 말이다. 악으로 깡으로를 우린 정신력으로 착각하고 그동안 언론들이 경기에 지면 정신력 타령을 했는데, 실상 경기에서 중요한 정신력은 악으로 깡으로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제기량을 발휘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정신력은 유소년 시절부터 배양이 되어야 한다. 어릴때 잘못 길들여진 습관을 하루 아침에 고칠 수 없다. 요즘들어서 유소년 축구가 활성화 되고 각급 연령별로 지도자들이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잘못된 코칭이 아직도 근절되지 못한것으로 안다. 권위주의적인 감독의 지시에 절대 복종해야 하는 한국축구 문화 속에서 선수 개개인의 창의력은 죽어가고 아울려 잘못된 악으로 깡으로 정신력만 강조하게 되어 정작 경기에 필요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정신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한국 축구와 일본 축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
일본 선수들은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한다. 한국은 강한 상대를 만나면 쫄아서 한골 먹는다. 이때부터 정신차리고 악으로 깡으로 덤벼서 겨우 따라 붙는다. 이런 패턴은 한국이 출전한 월드컵 본선에서의 경기를 되집어 보면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축구가 요런 고질병에서 벗어날때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것으로 보인다. 다행이 요즘 세대들은 이전 세대들보다 그런 현상이 조금 덜 하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기성용, 손흥민이다. 기성용 선수는 타고난 담력으로 자기 플레이를 한다. 손흥민 선수는 학원축구를 거치지 않아서 축구를 즐기면서 찬다. 경기장에서 늘 웃는다. 완벽한 골찬스를 놓치고도 웃는다. 이런 모습을 보고 일부 팬들은 정신이 썩었다고 비난을 하지만, 이런 비난이 한국축구를 수렁텅이로 빠뜨린다. 결과를 강요하는 문화, 졌을때 희생양을 찾고 마녀사냥하는 잘못된 축구 문화가 큰 경기에서 선수들을 쫄게 만든다.
축구 자체를 즐길 줄 모르고 오직 승리만 갈구하는 축구팬들 그리고 이런 팬들을 양산하게끔 유도해온 축구언론이 한국축구의 갈길을 막고 있다고 본다. 승리 지상주의의 그 근원을 찾아 올라가보면 박정희가 나온다. 왠 박정희라고 할지 몰라도 축구를 정치에 제대로 이용해 먹은 사람이 박정희다. 박스컵까지 만들어서 매년 전국민이 국가대표 경기에 열광하게 끔 했다. 이때 경기력 보다는 오직 승리를 우선시 했고 국가대표 선수들은 악으로 깡으로 승리에 올인했다. 만일 지기라도 한다면 언론은 일정선수를 희생양으로 삼고 축구팬들은 그 선수를 비난하면서 패배의 분풀이를 했다.
그러한 유구한 전통이 대를 이어서 94년 월드컵때 폭발했다. 황선홍 개발 사건으로 말이다. 한국 축구의 최전방 공격수는 매경기 살얼음판을 딧는 심정으로 경기에 임한다. 애간장이 녹아나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그들이 받는 심리적 고통은 상상 불허다. 이후 이동국, 박주영 모두 같은 굴래 속에서 고통을 받았다.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말이다.
앞으로 있을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최강희호가 어떤 성적을 거둘지 몰라도 전국민이 붉은악마가 되는 시점이 다가올수록 앞에서 지적한 마녀사냥식 축구 선수 죽이기가 심해질 것이다. 다행히 순탄하게 조1위로 일찌감치 브라질행 티켓을 확보한다면 그 시기가 한해 늦추어지겠지만 말이다. 이 글을 읽은 봉팔러들은 선수 마녀사냥에 숟가락 엊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장황한 글을 마칠까 한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06-03 15:55:43 연예·스포츠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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