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보면 희극(비극)이었지만 멀리서 보면 비극(희극)인 것 중에 사랑만한 것은 없습니다. 우연히 그(녀)가 가까이 있기에, 봄날이 애닯게 짧기에, 혹은 그저 젊거나 무지하기에 사랑은 늘 가능한 가슴설렘입니다. 그것이 제 아무리 반복하는 증상의 틀에 얽매여 있더라도 가까이 보면 늘 새롭고 벅찹니다. 문학과 예술만 사랑으로 넘치는 게 아니라 철학조차 종종 '사랑의 형식'을 매개로 전래의 문제들을 재서술합니다. 하지만, 사랑, 그 세속적 바탕인 살은 늘 말이 없어 자신을 변명하지 못합니다. '살은 말이 없'는데, 바로 이 사실 속에 사랑의 애착과 그 불구(不具)가 고스란히 들어 있습니다. 측은한 살, 그리고 엉성하고 오연한 말의 사이에서 가능한 사랑의 변명을 구합니다. 고장났으되 반품할 수 없는 사랑의 현실적 제도를 넘어설 사랑의 미래를 상상합니다. 대화와 공부가 새로운 사랑을 조형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톺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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