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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가 주목하는 사람, 데이비드 에인혼
데이비드 에인혼 (David Einhorn)이라는 금융투자가가 있다. 9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운용하는 그린라이트 (Greenlight Capital)라는 헤지펀드의 창업자이면서 사장이고 미국 증권시장에서 입김만으로도 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몇몇 스타플레이어중의 하나다. 68년생이니까 한국나이로 마흔 여섯, 미국 금융가에서 수 많은 젊은 스타 투자자들의 이름이 새벽별처럼 뜨고 진다고 해도 에인혼만큼 젊은 나이에 이름을 알린 경우 (그린라이트는 에인혼이 27세에 창업한 회사)는 흔치 않고 그처럼 지속적으로 명성을 유지한 경우는 그에게 신의 축복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함께 한다고 해도 그리 큰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에게 지금과 같은 성공과 명성의 열쇠가 되어 준 것은 이른바 공매 (Short Sale)투자전략이다. 공매는 일정 주식을 빌리고 나서 그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으로 이익을 보려는 전략으로, 일반적으로 보유주식의 가격상승에 의한 이익추구가 아니라 가격하락을 기대함으로써 이익을 기대한다. 투자전략이 내포하는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성격때문에 일반에게는 주식시장을 혼란케 하는 주적으로 여겨지고 80년대 후반부터는 거래 규정이 매우 까다롭게 되는 등, 언제나 감독기관들의 감시망이 작동되고 있는 투자전략이다. 한국에서는 공매가 금지된 걸로 알고 있다. 그는 언론이나 강연에도 열심인데, 그가 처음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2년 그의 강연으로 시작된 얼라이드 (Allide Capital)라는 투자회사와의 싸움이다. 집요하고 무서울 정도의 자료분석으로 유명한 그답게 그가 개인적으로 분석한 각종 자료들을 통해 에인혼은 얼라이드가 투자자들을 속이고 있다고 폭로했고 이에 얼라이드의 주가는 다음 날 20% 폭락했다. 물론 에인혼에겐 짭잘한 수익이 된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몇년에 걸친 법정싸움과 감독기관의 감사를 통해 결국 얼라이드는, 기소는 간신히 면했지만, 회계부정이 있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회사는 문을 닫았다. 에인혼은 힘든 싸움에서 승리를 쟁취했고 주저없이 더 큰 골리앗과의 두 번째 전쟁을 시작했다. 그의 두 번째 상대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의 중심에 있는 리먼 브라더스 (Lehman Brothers). 리먼의 높은 부채, 모기지에서의 손실 은폐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하던 에이혼은 당시 주류 언론들로 부터 남의 불행을 이용해 먹는 악당으로 묘사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옳았다. 이제는 시장이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특히 부정적인 메시지일 수록,시장은 거의 춤을 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그의 도마위에 올라 있는 것은 세계 최고 우량 기업이라 할 만한 애플사다. 공매 전문가로서의 평판 (그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지만)이 결국 그를 익숙지 않은 세계로 이끈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 번에 그가 내세운 전략은 이 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애플은 그가 수 년전부터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온 종목이고 2012년에는 그린라이트의 애플 보유 액수가 8천억이라고 보고됐다. 이 뿐이 아니다. 2012년 부터 에인혼은 애플사에게 끊임없는 구애를 했는데 그 내용은 애플주식 가격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연 4%를 배당하는 영구우선주를 주주들에게 나눠주자는 것이고 이를 통해 주식가격의 상승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계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했고 애플사는 완곡한 거절을 해왔다. 그가 아니더라도 2012년 중반 500달러대였던 주식가가 연말에 700달러대까지 치솟았으니 애플로선 아쉬움이 없을 터였다. 두려움을 모르는 에인혼답게 올 해 2월 그린라이트는 애플사를 상대로 한 소송을 냈다. 주주회의 의결 사안은 일건 일투표가 원칙인데 애플이 복수의 의결사항을 한 건으로 처리했고 이는 부당한 것이라는 청원이다. 복수의 의결사항에 포함된 내용은 새로운 주식을 발행할 때, 주주들이 이를 직접 허가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에인혼이 제안한 우선주 발행건에 제약이 될만한 것이었다. 법원은 에인혼의 손을 들었고 애플은 이에 대한 의결을 취소했다. 애플의 경영진을 포함, 증권가의 오래된 멘토인 워렌 버핏, 보수적인 성향의 기업인, 그리고 애플의 중요한 다른 주주인 연금기금등은 에인혼의 승리에 냉소적이다. 그러나 문제의 불꽃은 아직 꺼지지 않았다. 애플사의 주가가 2012년 최고점 700달러를 지나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현재 400달러대) 애플사가 이를 의식한 행동에 들어 갈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 퍼져있기 때문이다. 에인혼을 아는 사람들은 애플을 상대하는 그의 전략이 이전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한다. 먹잇감을 노리고 가차없는 것은 다르지 않지만, 그의 먹잇감은 그에게 있어 언제나 정당하지 못한 존재들이었다는 것. 그는 언제나 옳은 일은 한다는 자부심에 가득했었지만 지금은 정당성이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월가는 헐리웃만큼이나 뜨고 지는 별들이 많은 곳이다. 이 둘의 힘 겨루기가 어떻게 흘러 갈지 시장은 소리 죽여 지켜보고 있다. 참고기사: 비지니스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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