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을 보궐선거에 앞서 야권협상이 깨진 것은 누가 뭐라해도 민주당 탓이 크다. 그런데도 중재안 거부의 이유로 '참여당 탓'이라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협상안의 그 내막을 모르거나, 알고도 생까는 것이거나, 시민단체 그 이름에 신뢰를 보내는 '순진무구'일 것이다.
협상안을 이끈 시민단체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해 탈락하고 열린우리당 - 민주당의 통합을 주장한 인사가 몇 몇 있다. 이들 인사들에게선 참여정부에 대한 불만이 쌓여 '유시민 비토'의 정서가 깔려 있을지 모를 일이다.
실제로 그 협상 내용을 보고 있자면 조직과 동원력에 능란한 민주당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되어있다. 인사 구성원의 면면을 보나 협상안의 내용을 보나 공평하고 공정한 행태라 말할 수 없다.
그게 아니라면 시민단체가 어떻게 강자의 편에 서서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시민단체라고 한다면 기본적으로 약자의 편에 서는 마음 가짐으로 중재해야할 텐데 기계적 논리의 오류를 통해 민주당에게 유리하게 한 것은 그들의 기본 자질에 대한 의구심을 넘어 정치적 목적 의식을 의심케 한다.
더욱 더 황당한 것은 민주당 이인영 최고위원의 이중성이다. 그는 2007 대선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경선 방식의 부당함을 주장한 바가 있다. 이른 바 정동영의 박스떼기 경선으로서 박스떼기도 모자라 인구비례 원칙을 무시한 경선이었던 것이다.
그러했던 이인영이 민주당 최고위원이 되자 이런 행태를 주도하고 있다. 손학규가 불리할땐 정동영의 박스떼기를 비판했다가 이제는 손학규 대표에게 유리하도록 부당한 경선방식을 스스로 자랑한다. 386 세대를 대표한다는 운동권 출신 의원이 이렇게까지 썩어빠진 이중성이었는지 예전에 미쳐 몰랐다.
허기사 이인영을 비롯한 몇몇 386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정동영의 사당화를 비판했다는 소식 들어본 바가 없다. 오히려 거기에 줄서 궤변을 일삼거나 방조하기도 했다. 임종석 전 의원이 그랬던 것처럼 이인영도 요즈음 손학규 쪽에 서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민석 - 이인영 - 임종석 등 전대협 출신들은 왜 하나 같이 저 모양인지 알 수가 없다.
이인영은 얼마전 오마이뉴스에서 김대중 - 노무현을 극복하자는 주장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러나 김대중 - 노무현을 극복하자며 보여준 것은 고작해야 뉴라이트 칭송의 손학규 쪽에 선 것이다. 손학규 쪽에 서서 보여준 것은 국민참여당 단 석도 주지 않기 위한 온갖 잔머리 행태의 옹졸함이다.
손학규 대표는 지금 소리 소문도 없이 진행하는 음흉함 아닌지 그 주변을 보면 그렇게 보인다. 드러내놓고 뻘짓을 일삼던 정동영과 다르게 상당히 꾀가 많다. 손학규의 한나라당 전력이 어디 가겠는가. 김해을 보궐선거 논란에서 보여준 행태만 보아도 그 천성은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참여당은 일찍이 후보를 결정하고 여론의 우위를 보여왔지만 민주당은 처음부터 후보 지명을 포기하고 무소속 출마로서 봉하마을 인사들을 찔렀다.
참여당 후보가 버젓이 있는데도 야권연대를 위한 협상은 커녕 친노분열만을 꾀한 것이다. 이는 애초부터 당선이 목적이 아니라 국민참여당 단 1석도 용인할 수 없다는 목적에서 시작한 것이다.
민주당은 을평을 보궐선거에서 장상 후보로의 단일화를 위해 참여당 천호선 후보에게 양보를 독려했다. 민주당은 여기서 소수정당에 대한 배려와 정치연합기구 설치를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 이 약속을 지킬 의사도 없었다.
봉하마을 인사의 출마가 무산되자 이번에는 민주당이 그제서야 뒤늦게 후보를 내겠다며 부산을 떨었다. 그리고서는 그 다음에 단일화 협상하자며 동원선거 행태가 나올 수 밖에 없는 협상안을 내밀었다. 자당의 후보 선출에 경선방식을 배제하고선 참여당과는 여론조사 방식 비중을 낮추게 하면서 경선을 주장했다.
그럼에도 국민참여당은 한 발 물러나 양보해 단일화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민주당은 참여당이 받아들일 수 없는 협상안을 내놓았다. 안하면 참여당 탓이라고 으름장을 내놓는 오만도 있다.
진성당원 체제라 부를 수 없는 민주당이 경선방식을 주장하는 것은 누가 뭐라해도 동원선거 행태임이 뻔하다. 그들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론조사 방식으로 단일 후보가 되었지만 이번에는 경선 방식을 주장해 세속전인 말로 '지 좃대로'이다
이 모든 것은 국민참여당 단 한 석도 용인할 수 없다는 놀부 심보이자 텃세였지 당선 목적이 아닌 것이다. 민주당은 이렇듯 이번 선거에서 야권 연대의 가치보다 유시민에 대한 질시가 우선했던 것이다.
혹시 손학규 대표의 음흉한 짓거리라는 표현에 억울해 하는 이가 있다면 그럴 필요 없다. 음흉하던 안하던 손학규 대표는 지금 민주당의 그 부당함과 텃세에 이렇다할 제재 조차 하지 않는다. 이 모든 혼란의 배후가 손학규이든 아니든 그 주변 인물들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이광재 등 유시민이 싫어 홧김에 손학규에 영혼을 파는 민주당내 친노 인사도 예외일 수 없다. 여기에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대표의 신상철씨도 편집 장난등을 통해 가담하고 있다.
더욱 더 황당한 것은 이해찬 전 총리가 이런 사태에 단 한마디의 중재적 노력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한 것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 몫 한 셈이다. 이는 문재인 이사장이 보여준 현명함과 비교되는 것이다.
이 번 사태에 대해 기회만 엿보던 진보 정당들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방식의 협상안 대로 간다면 언젠가는 진보정당들에게도 돌아올 피해임이 뻔한데도 이를 추인해 준 것은 숙권 정당의 자질을 갖추었는지 의심케 한다.
민주노동당의 경우는 시민단체 인사들을 신뢰하는 '순진무구'이겠지만 진보신당의 태도는 유시민에 대한 질시로 민주당 논리에 힘을 실어준 '이이제이'라 하겠다. 이렇듯 진보신당은 여전히 눈 앞의 상황에만 연연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법원과 검찰의 부당한 수사와 판결로 국회의원직을 빼앗긴 바가 있는 조승수, 그래서 안타까웠던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그러다가도 북한 문제 관련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 대한 마녀사냥에 동참하고 김해을 보궐선거 협상에서 보여준 얍삽함을 볼때면 도대체가 정이 안가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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