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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 한 번 가보고 싶다. * 주의 : 줄거리 다 널어놨다. 바쁜 줄 안다만 웬만하면 영화 봐라. 조그마한 식당에서 한 여자가 컵을 마른 행주로 닦고 있다. 그녀의 이름은 사치에. 이곳은 핀란드의 어느 바닷가 도시 ... 갈매기라는 뜻을 가진 ‘카모메’ 식당 ... 손님은 한 달 째 아직 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다. 핀란드 아줌마 삼총사가 지나가다 유리창 너머로 힐끗 쳐다보며 지나갈 뿐. 카모메 식당의 주 메뉴는 ‘오니기리(주먹밥)’이다. 서양 사람들은 잘 먹지 않는 ‘김’으로 주먹밥을 싸서 파는 식당 ... 장사가 될 리가 없다 ... 아무리 컵과 주방용품을 반짝 반짝 윤이 나게 닦아도 .... 비어있는 식당을 채우고 있는 건 사치에의 졸음과 주방에 가득한 햇살뿐 ... 도대체 사치에는 장사를 하자는 건가 말자는 건가? 손님을 끌기 위해 찌라시를 돌리지도 않는다 ... 도대체 무슨 배짱일까? ... 드디어 첫 손님이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온다. 톰 ...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톰 ... 만화영화 ‘갓챠맨’의 주제가가 궁금한 톰 ... 후렴구만 가물가물한 사치에 ... 사치에는 머릿속을 맴도는 ‘갓챠맨의 주제가를 기억해내려다 미도리를 만난다. 미도리 ...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눈을 감고 찍은 곳이 이곳 핀란드 ... 일주일 동안 호텔 예약을 해두었지만 이곳에서 뭘 해야 할 지 모르는 미도리... 사치에는 미도리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사치에의 집 ... 그녀가 해준 따뜻한 밥 ... 미도리는 밥 한술을 뜨며 울컥한다 ... “어떻게 저같이 낯선 사람을 선뜻 받아들이시죠?” 미도리는 카모메 식당일을 돕는다. 관광 가이드북에 식당을 홍보하자는 미도리의 제안에 사치에는 ... “판에 박힌 듯한 초밥이나 사케를 올리고 싶지 않아요 ... 핀란드사람들은 그런 걸 기대하겠죠 ... 또한 향수병에 시달리는 일본인들을 위한 식당이 되기를 바라지 않아요 ... 지나가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들어와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되었으면 ... ” 그렇다면 사치에의 전략은 무엇일까? “꾸준히 일하다보면 손님이 늘거에요. 만약 그래도 안된다면 ... 그땐 식당문을 닫아야겠죠 ... 하지만 잘 될거에요 ... " 낙천적인 건 좋은데 ... 장사를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 삐끼를 고용해도 부족할 판에 이런 질문이나 하고 앉았다 ... “내일 세상이 끝난다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 ... ” ... 그리고 그 질문에 이런 대답이나 하고 자빠졌다. “마지막 식사로 엄청나게 맛있는 걸 먹고 싶어요. 아주 좋은 재료를 사다가 많은 음식을 만들어서 제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초대해서 성대한 파티를 열고 싶어요. 어느날 찾아온 두 번째 손님. 핀란드 중년남자 ... 타미 ... 그는 ‘코피루왁’이라는 주문을 외우며 정말 맛있는 커피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 ... 누군가 당신만을 위해 끊여주면 더욱 맛이 진하죠“ 사치에의 ‘세월아 네월아’를 보다보다 복장이 터진 미도리는 핀란드 현지 재료를 넣어 퓨전주먹밥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한다. 가재, 청어, 순록고기 ... 퓨전 주먹밥은 실패하지만 미도리의 아이디어에 영감을 얻은 사치에는 “계피롤”로 한방 터트린다. 핀란드 아줌마 삼총사가 드디어 빵냄새를 맡고 들어온 것! ... 사랑은 비를 타고 ... 음식은 냄새를 타고 ... 또 한 사람 ... 마사꼬 ... 비행기 수화물 짐가방을 분실한 이 여자는 핀란드에 관광을 온 것인지, 언제까지 머물지 ... 본인도 아리까리하다. ... 오랜 부모의 병간호 끝에 두 분을 모두 여의고 ... 핀란드의 자유스럽고 편안한 이미지를 찾아 이곳에 왔다. 사치에가 부러운 마사꼬 ... “원하는 일을 한다는 것이 무척 부럽군요” 또 한 사람 ... 타샤 ... 며칠째 창 밖에서 가게 안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핀란드 여인 ... 어느날 식당안으로 들어와 독한 술을 몇 잔 마시고 쓰러진다. 타샤의 사연 ... 남편이 어느날 나를 떠났어요 ... 마사꼬는 타샤의 얘기를 들어주고 슬픔을 위로한다 ... 말도 통하지 않는데 ... “항상 친절하고 여유롭게만 보이던 것이 제가 알고 있던 핀란드의 이미지였어요. 하지만 슬픈 사람은 어느 나라에서도 존재하는군요.” “... 세상 어딜가도 슬픈 것은 슬픈 것이고 외로운 사람은 외로운 법이잖아요.” 이제 카모메 식당은 세 여자가 일을 한다. 사치에는 음식을 만들고, 마사꼬는 설거지를 하고, 미도리는 음식접시를 치운다. 이런저런 일들이 벌어지고 ... 상처와 위로와 연민과 호의가 쌓이고 쌓여 ... 부인과 딸을 잃은 타미, 남편이 떠나버린 타샤, 사치에, 미도리, 마사꼬는 어느날 해질 무렵 카모메 식당에서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함께 ‘주먹밥’을 먹는다. 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 마침내 ... 카모메 식당은 식사시간이 되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 찬다. “이 세상이 끝나는 마지막 날 당신의 식탁에 절 초대해주시겠어요?” <끝> “카모메 식당”은 꿈에 관한 영화이고, 행복에 관한 영화이고, 만남에 관한 영화이고, 나눔에 관한 영화이고, 우정에 관한 영화이고, 가족에 관한 영화이고, 끌림에 관한 영화이고, 섞임 에 관한 영화이고, 호의에 관한 영화이고 그러므로 결국 사랑에 관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동사 하나가 떠올랐다. '스며들다' 나는 물과 공기처럼 너에게 스며들고 싶다. 나이면서도 내가 아닌 ... 너이면서도 네가 아닌 ... 그러면서도 너와 나인 ... 그러나 온몸이 굳어 딱딱해진 나는 너에게 스며들 수 있을까? 사치에가 핀란드에 막 도착해서 망연자실해 있는 미도리를 집에 데려가 밥을 해주는 장면은 때로 ‘호의’가 얼마나 사람을 울컥하게 하는가를 잘 보여준다. 낯선 이에게 내미는 따뜻한 밥 한그릇 ... 그 성스러움 ...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시골마을에는 가끔 '떠돌이'들이 찾아와 남은 밥을 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가 식사준비를 하는 동안 다 헤진 옷을 입고 수염도 덥수룩한 떠돌이는 집 주변에 나 있는 잡초들을 뽑았다. 마루에 차려진 밥상 ... 밥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먹고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를 하고 떠났다. 그의 손에는 지난 제사 때 남은 먹거리들이 들려져 있었다. 이것은 나에게 남아있는 타인에 대한 첫 ‘호의’의 기억이다. 떠돌이는 밥을 얻어 먹는 대신 '물물교환'으로 잡초를 뽑아주었다. 그는 공손했지만 비굴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예를 갖춰 대했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노가대를 했던 적이 있다. 어느 날, 동남아에서 온 일꾼 십여 명이 우리와 함께 일을 하게 되었다. 그들은 허리에 공구를 담는 가방을 모두 착용하고 있었고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했다. 함께 일하던 아저씨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나왔다. “씨벌넘덜 ... 즈그 나라에서 살제 머덜라고 여그까지 끼대와서 지랄이여? ... 좆만한 새끼들 ... 걸리기만 해봐 ... 아조 작살을 내불랑께 ...” 기다렸다는 듯이 다른 사람들의 입에서도 욕설이 튀어나왔다. 진짜 누군가 하나 잘못 걸리면 패싸움이 일어날 것 같았다. 자재를 땅바닥에 내려놓을 때 소리가 조금만 크게 나도 눈알을 부라리며 욕설을 뱉어냈다. 비가 와서 잠시 비를 피하는 동안 ... 그들은 그들끼리 우리는 우리끼리 상대방의 눈치를 힐끔보며 간식으로 지급된 빵과 우유를 먹었다. 가까이에 앉아있던 순하게 생긴 동남아 청년에게 담배 한 대를 권했다. 잠시 쭈뼛거리다가 받길래 잠깐 얘기를 나눴다. 필리핀에서 왔는데 곧 돌아갈 거라고. 한국 음식 맛있는지, 돈은 좀 벌었는지, 결혼은 했는지 떠듬떠듬 그런 시시껄렁한 얘기들을 했던 것 같다. 너네가 일을 너무 잘해서 우리 아저씨들이 화가 나 있다고 했더니 묘한 미소를 지으며 ... 알고 있다 ... 욕하는 거 알고 있지만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 ... 익숙해져있다 ... 짧은 휴식 시간이 끝나고 필리핀 팀들은 다른 곳으로 떠났다. 이동하기 전 아까 그 청년이 찾아와 남겨두었던 빵 하나를 내게 건네주고 떠났다. 나는 아저씨들의 분노와 욕설을 이해한다. 나는 잠깐 동안의 아르바이트였지만 아저씨들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존재가 생계의 직접적인 위협일 수도 있었다. 만약 내가 그 아저씨들과 같은 처지였다면 그 청년에게 담배를 권하고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고 받을 수 있었을까? ... 개인적 ‘호의’는 내가 좀 여유가 있으면 베풀 수도 있다. 그러나 집단과 집단의 이익이 부딪히고 상대방의 존재자체가 나에게 불이익이 되거나 생계문제가 걸렸을때, 제로썸 게임이 난무하는 거친 현실에서 개인적 ‘호의’가 들어설 틈이 있을까? 이 영화에서 나오는 호의는 다분히 개인적 ‘호의’에 관한 것이다. 개인적 호의만으로 세상을 구원 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 ‘호의’가 주는 뭉클함에 기대고 싶어질 때가 있다. 호의가 호혜로 나아가기를 바라면서 ... 톰은 거의 매일 찾아와 공짜커피를 마시는 대신 빈 의자 하나를 채워주고 ... 미도리는 현지화 전략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어놓고 ... 마사꼬는 마음이 아픈 이를 껴안고 상처를 달래주고 ... 타미는 맛있는 커피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고 ... 타샤는 이방인들과 친구가 되어 함께 휴식을 즐기고 단골손님이 되어주고 ... 잉여처럼 보이는 이들조차 각자 가진 것을 내어놓는다. 카모메식당이 손님으로 가득차게 되는 이유는 바로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에서 보여지듯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내어놓고 나누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선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이 세상이 메말라서 누군가에게 스며들지 않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마침내 핀란드인들도 일본의 소울 푸드인 ‘주먹밥’을 함께 먹는다. 그것은 주먹밥이 맛있거나 현지화 전략에 성공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연민과 관용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 각자 서로 다른 사연과 상처를 안고 밥을 함께 나눈다 ...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 만약 까모메 식당에 간다면 당신만을 위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식당은 이제 손님들로 붐비지만 예약을 하거나 서두를 필요는 없다. 단지 스며들기 위한 한 움큼의 ‘호의’를 챙겨간다면 기꺼이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치에의 인사를 전한다 ... “어서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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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