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위 글은 사후작성한 거지만. 그래도 예시로 괜찮을 거 같아서. 만일 현장취재 대상 사건이 단발마적인 거시기가 아니라, 조금 이어져 왔고 더 이어질 것 같다면, 미리 틀(자꾸 와꾸라고 적히네)을 대략이라도 짜고 나가는 게 좋아. 의도적/비의도적 현장 취재를 나가면 뜻밖의 일이 막 발생하거든. 뜻밖의 사건, 뜻밖의 사람. 이럴 때 자기 틀이 없으면 '작은 틈새를 발견'하려 했다가 멘홀에 빠지고 마는 그런 경우도 있었던 거 같아. 대만 시위는 좀 길었기 때문에, 처음 나갔을 때 빼고는 나름 틀을 잡고 다녔어. 어떤 정서, 어떤 풍경을 잡을 것인가. 틀을 잡으면서 사건 관련 지식/정보를 대략 훑으면 가정/가설이 생기더라고. 아마 이런 정서일 것이다, 아마 이런 풍경일 것이다. 그럼 현장에선? 이것들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거지. 대만의 경우는 그네들의 역사가 영 복잡하고, 그 안의 정서도 완전 짬뽕이야. 정치방 본글에서 대략 해설해 둔 건, 그야말로 완전 대략. 이렇게 복잡한 현장으로 갈 때 틀이 없다면? 그럼 기사를 쓰기보단 현장에서 부딪혔던 것들을 모사/옮기는 작업으로 그칠 확률이 높아지는 거지. 사건, 사안, 사태를 장악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략 연상가능 정도만. 그것만 해도, 시민기자 놀이는 너끈. 만일 자기 생업 관련 분야, 전공 분야라면 더 쌔끈까리한 현장취재기사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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