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기간을 전후로 적지 않은 교민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서빙/노가다 등을 전전하면 교민접촉범위가 넓어지니까. 그런데 참 사람 짜증나게 하는 말들이 있었다. 아 대만 사람들, 참 요란스러워. 저게 무슨 강제진압 시위 축에 끼나? 한국에 비하면 암 것도 아니지. 애들이 너무 물러 빠졌어. 저 정도면 경찰이 양반이지. 그리고 대만 애들도 너무 착해. 확 뒤엎을 때 그냥 아주 밀어부쳐야지. 물대포 저런 거 쏜다고 그냥 물러가고 말이야. 이런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했다. 대만에서 십 수년을 살았던 인간들은 여전히 2,30년 전, 자신들의 머릿결이 온전할 때의 시기를 기준으로 삼고 오늘의 한국청년과 대만사회를 보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에게 저 현장들이 온전히 다가오겠나. 저건 주먹질만 하지 않았을 뿐, 인식/사유의 폭력이다. 그리고 무식의 소산이다. 저네들이 겪었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통치는 세계에서 가장 긴 계엄령을 유지한 장제스 통치에 비하면 애 장난이다. 장제스는 일단 3만 명의 엘리트들을 죽이고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사람들을 죽이고 감금하고 괴롭혔다. 참고로 대만 땅덩어리는 경상도보다 조금 크고, 인구는 한국의 절반 정도니, 그 고통의 집중과 참극의 집적이 얼마나 대단하겠나. 대만에서 십 수년을 살았고 지금도 산다면, 저들은 충분히 '대만 전문가'일 수 있다. 외부적 시선과 경험을 확장, 자신을 확대하며 폭을 넓혀갈 수 있다. 기회가 있다. 특히 스스로를 '잘 나갔고' '똑똑하며' '용감했던' 존재로 정의하는 저들이라면. 그러나 저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쉬운 노릇. 기준은 현장의 것으로 잡아야 한다. 위 짤방, 물대포 사진을 도해할 땐, 물대포가 잦은 한국의 기준을 잠깐이라도 내려놓는 게 좋다. 그러려고 해야 한다. 느낄 수는 있어야 하니까. 무식하거나 폭력적이거나 단순하면, 느낌을 상실한다. 개인/시민의 현장취재기사에서 그게 상실되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기준은, 현장의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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