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시위 중간중간 어지간한 양반들과 마주칠 기회가 잦았다. 현장에서 대충 맘 내키는대로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그게 노른자위였가 보다. 종종, 갑자기, '우~~~' 하며 뭔가 사람들이 뛰어오고 어쩌고 플래쉬가 터지고 스르팡팡 하다 보면, 기자들 틈에 섞여서 그들의 취재를 목격한다. 아니, 함께 한다. 짤방처럼. 사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촬영 장비와 보도용 마이크, 팀원들을 데리고 다니는 '언론인'들과 개인은 겉보기에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하지만 굴하지 말자. 그냥 대충 둘러대면 된다. 사실 신분증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식언론이 될 의지도 여력도 없으니 그 생각은 내려두자. 다만 조금은 나은 현장취재를 위한 태도만 생각하자. 기자 신분증 같은 걸 대충 이래저래 둘러대고 취재 대상들을 만날 때, 바로 저 아래 말했던 '틀 짜기, 자료 수집하기'의 힘이 발생한다. 신분증이 아니라 실력으로 취재원에게 다가서는 것이다. 현장이 전문분야가 아닌 경우, '실력'은 대개, '실력처럼 보이는 어떤 정도'를 의미하는 게 사실. 허나 이 정도만 갖춰도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이 정도도 없으면? 기자 신분증 따위가 있어봤자 취재원의 진짜를 들을 수는 없다. 특히 '현장'에서는.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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