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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잡문은 올 겨울 눈이 너무 안 와서 쓰는 기우제, 아니 기설제 축문이다. 쌀, 밀가루, 우유가루, 겨울 눈, 모두 하얀색 아닌가? 내 기도빨이 먹혀 흰눈이 내리기를 바란다.
짤방은 아버지는 남겨 놓지 않은 가게, 배다리 선수상회와 그 앞거리 전경이다. 1950년 미군이 찍은 거라 상태가 좋다.(복각한 건가?) 아버지가 남긴 사진은 손바닥 반쪼가리만하고 볼품이 없는 데 신문에 나서 갈무리 해 둔 걸 꺼냈다.
아버지는 인천항에서 미곡 거래상을 하였다. 일제강점기에 인천에는 미두취인소가 있었다. 줄여서 미두장(米豆場)이라고 불렀는데 요즘의 증권거래소 선물거래(Future Exchange)와 같은 거다. 거래대금의 10%를 증거금으로 놓고 쌀의 미래가격을 예상하여 거래했다.
인천 미두장은 일본에서 가장 큰 오사카 미두장보다 거래량이 많은 시기도 있었단다. 조선인이 도박을 좋아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모양이다. 인천 구도심에는 <축현동>이라는 지명이 있다.
그 축현동이 채만식의 <탁류>에 등장한다. <축현 앞바닷물은 미두장이의 눈물로 만들어졌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미두로 한 몫 잡으려다 탕진하고 마지막으로 자살하러 가던 곳이 축현 앞바다라는 말이다.
아버지는 선물거래는 않고 현물거래만 했다 들었다. 그러다 미국이 잉여농산물 원조 배급하는 밀가루와 우유가루 때문에 제법 돈이 되었단다. 밀가루를 배급받은 사람들이 이걸 쌀로 바꾸거나 돈으로 바꿔 쓴 것이다. 별생각 없이 금을 잘쳐 주었단다. 여기서 금이란 교환비율을 말하는데 잘 쳐준다는 소문이 난 거란다.
원조물자 밀가루는 양조장에 막걸리 원료로, 우유가루는 제과점에 되팔았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살아 생전에 아버님은 인천 경기도의 양조장 주인들과 대물림한 자손들의 흥망성쇄 내력을 태정태세문단세 왕가의 족보처럼 꿰기도 했다.
대놓고 웃지는 못할 이야기 하나. 밀가루를 외상으로 들인 양조장이 돈을 주지 않아 양조장 주인이 운영하던 모자 공장에 재고로 남아 있던 썩은 밀짚모자를 채권으로 잡게 되었단다.
육니오 전쟁이 터지자 피난길 사람 들이 남녀노소할 것 없이 밀짚 모자를 쓰고 가게 되었고, 그래서 채권으로 잡은 그 썩은 밀짚 모자마저 모자라서 못팔았다는 이야기다. 그 돈으로 인천항에서 큰배를 빌려 부산으로 가 피난생활을 했다는...
하여간 전쟁이 끝난지 7년 뒤 내가 태어났고, 내 7살이 되어 국민학교에 콧물손수건을 가슴에 달고 입학을 했는데 학교가 너무나 무서웠다. 배정 받은 학교 관내에 전쟁 고아원이 2개나 있었다. 9살짜리 1학년은 아주 많았고, 10살 짜리 1학년생도 있었다.
3학년 쯤 되는 덩치의 아이들이 교실 의자를 부수어 들고 각목으로 패싸움을 하였다. 나는 숨죽이고 있었다. 갸들에게 연필을 빼겨도 신발을 잃어버려도 모르쇠하며 학교생활을 하였다.
그러나 고아원 아이들이 부러울 때가 있었다. 우유가루를 냄비에 넣고 찐 덩어리를 가져와서 먹는 것이었다. 분유가 잔득 들어간 해태제과 양과자의 원조라고 보시면 될 것이다. 먹고 싶었던 거다.
그런 어느날 갸들이 개처럼 맞는 것을 보았다. 선생들의 매질이 가학적이어서 더 무서웠다. 고아원에서 아이들에게는 찐 우유 덩어리를 주지 않았고 고아원 아이들이 훔쳐 나눠 먹던 것이 들통난 것, 그러자 아이들이 고아원에서 도망 나왔고 학교로 연락이 온 것이다.
이 우유가루는 미군이 혹은 미국에게서 받은, 국가가 고아원에 아이들 영양부족을 해결을 돕도록 지급한 건데 아이들에게는 주지 않았고 어쨌든 여차직저차직해서 훔쳐 먹게끔 된 일이다. 그럼 그 우유가루는 누구에게 주었을까?
한 고아원은 원장이 운영하는 사설 유치원도 있었다. 돈을 내고 다니는 유치원, 귀족학교. 고아원에 지급된 원조물자 가운데서 미제 장난감, 우유가루 같은 좋은 것을 빼돌려 유치원을 운영하고 배를 불린 거다.
북치는 소년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 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내 아주 오래 30여년 전 전 김종삼 시를 보고 느낀 슬픔을 뭐라 짚어 내지 못하여 답답하였다. 그러다 어느해 겨울 황현산 선생이 쓴 글에서 그 슬픔의 원형을 알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옮기면
(황현산, 우물에서 하늘보기, 30쪽)
친구는 대학에 다닐 때 어느 고아원에서 자원봉사를 했는데, 미국의 자선가들이 고아들에게 보내는 크리스마스카드의 몇 줄 사연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일이었다. 대개는 판에 박은 내용이지만, 한 카드에는 이런 말이 들어 있더란다.
"선물을 보내고 싶지만 그게 네 손에 들어갈 것 같지 않아 그 대신 비싼 카드를 사서 보낸다"
그는 울기만 하고 이 말을 번역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아이가 누구보다도 먼저 알고 있을 현실의 가혹함을 또 다시 상기시켜 주고 싶지 않았고 자칫하다가는 그 카드마저 아이 손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중으로 내용 없는 카드를 받았을 그 불행한 아이에게 이 내용 없음보다 더 현실인 것이 어디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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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티콘놀이
재밌네
함더하자
순수순수하지않아 
불순물순수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