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세계선수권 프랑스 국가대표 수리야 보날리는 키가 156cm. 가뜩이나 작은 꼬마가 1994년 자기 시상대 자리에 오르기를 거부하며 빙판 위에서 머뭇거렸다. 은반에 섰으니 더욱 작아 보이는 그녀, 머리 희끗한 시상자가 이끌고서야 2위 시상대에 올랐다.
응원과 안도의 박수 소리도 잠시, 금메달 수상 기미가요가 울려퍼지자 수리야 보날리는 일본왕과 쿠베르탱 남작의 <목을 칼로 치듯> 은메달을 벗겨(take off)버렸다.
또 다시 1998년 나고야올림픽에서 수리야 보날리는 보란듯 백플립을 해버렸다. Back flip은 국제빙상연맹이 금지한 기술이다.
“더러운 영국 심판 새퀴가 조작한 엿금메달이 치욕인 줄 모르는 일본년, 사토 유카” 를 씹어버린 쾌거였다. 그리고는 Kiss & Cry Zone 마저 벗어나 버렸다.
기술점수 예술점수가 발표될 때마다 키스를 날리고 코치를 끌어 안는 카메라 존을 비워버렸다. 이는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 바지 앞트임을 벌리고 휠체어에서 일어나던 백남준을 넘어서는, <항의 예술>의 금자탑이라해도 되겠다.
오케스트라 교향악단에서 흑인 연주자를 본 일이 있는가? 온통 검은 복장 콘서트홀에 검은색 인간만이 입장 불허되는 이유는 뭔가? 이 질문을 아아들에게 던진 지 얼마 되지 않는다.
백플립도 그렇지만 교향악단 연주자 차별 얘기도 밥상머리 아이들과 주고 받은 이야기다. 브론즈 금관악기, 블론디 실버 헤어, 화이트 골드 페이스 콘서트홀 정경에 익숙하던, 뭐가 빠졌는지 느끼지 못한 그간 내 고상 취미에 정내미가 떨어진다.
추미애, 임은정, 진해원, 서지원 검사에게 보내는 월계관이자 수능 막 끝낸 아아에게 은쟁반에 받쳐 든 손편지다. Kiss & Cry!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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