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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 나 왔다. 기다렸나? ㅋㅋ
너무나 유명한 그림 아테네 학당.
라파엘로의 그림 속에 하늘을 가르키는 노인네가 플라톤, 그 옆에 땅을 가르키는 젊은이가 아리스토텔레스이다.
글타. 오늘은 플라톤이다.
오늘은 서양 철학의 대부를 만나는 역사적인 시간이 될거다.
하지만 넘 걱정은 안해도 된다.
대한민국 최고의 윤리 선생(?)이 친절하게 썰을 풀어드릴테니까 걍 형들은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난 수업 평가 반대하는 좌빨 교사. 누가 누굴 평가한다는거냐? 선생은 자신있게 애들 가르칠 수 있으면 그걸로 훌륭한거지 이론과 현장이 유리된 교수학습 이론 가지고 감놔라 배놔라 하는거 진짜 문제다. 문제 -_-)
그리고 1편부터 안 본 형들은 중간부터 보면 재미 없으니까 얼릉 텨가서 보고 와라.
그럼 가보자.
이상주의자가 될 수 밖에 없었던 플라톤
앞에서 우리는 소크라테스의 숭고한 죽음을 목격했다.
그 죽음의 현장을 목격했고 그 죽은이와의 경험을 수십편의 아름다운 '대화편'으로 써서 역사에 축복을 선사한 이가 오늘의 주인공인 플라톤이다.
플라톤은 명문 귀족의 자제로 예술적 자질이 뛰어난 문학 청년이었는데,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기 때문인지 소피스트의 제자가 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가 동시대에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맺었다는 것은 그리스를 넘어 인류 전체에게 주어진 대단한 축복이라 할 수 있다.
플라톤은 스승이 소피스트들과 벌이는 논쟁을 경청하고, 그것을 후에 완벽하게 재생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이 '대화편'은 문학 역사를 통털어도 가장 아름다운 작품들로 꼽히며 철학사를 곱씹어도 최고의 저작으로 평가받는다.
플형이 천재긴 천잰갑다.
아마 그는 소크라테스에게서 사유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철학하는 법을 가르친 소크라테스는 온통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이익과 쾌락이라는 소피스트의 상대적 진리관이 아테네를 병들게 하고 있을 때, 소크라테스의 참다운 진리에 대한 믿음과 그것을 구하기 위한 철학적 사유는 플라톤의 학문을 결정지어 주었다.
글타. 플형도 소선생처럼 절대주의자다.
이 세상에 영원불변의 진리가 있다고 믿었으며, 그것이 형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이데아'라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데아는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이며 오직 이데아계에서만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현상계의 것들은 철저하게 가짜이고 이데아계의 그림자에 불과한 것들이다.
왜 이렇게 현실을 부정하게 된 것일까.
눈치빠른 형들은 짐작하셨겠지만,
플라톤이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이상 세계를 추구하게 된 것은 바로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의 죽음 때문이다.
플라톤에게는 너무나 위대한 사상가였을 스승 소크라테스.
그 소크라테스가 몸바쳐 사랑한 조국 아테네가 젊은이를 현혹시킨다는 죄목을 씌어 그에게 사형을 선고한 것은 스승이 절대적으로 옳은 길을 걷고 있다고 믿은 젊은 철학자에게는 크나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의 눈에는 직접 민주주의의 몽매함이 절망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어리석은 시민들이 우리 스승님을 죽게 만들다니!
실제로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죽은 후 아테네를 떠나 지중해의 여러 나라들을 떠돌며 견문을 넓힌다.
그 여행의 과정에서 플라톤은 소크라테스 같은 위대한 철인도 죽게 만드는 좆같은참담한 현실을 철저히 부정하였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그만의 세계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
현실세계의 저 너머에는 참다운 진리의 세계인 이데아계가 존재할 것이라는데까지 사유하게 된 그는 그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정립하게 되고 오늘날 서양철학사에서 이상주의자. 절대론자로 분류되게 된다.
소크라테스를 죽게 만든 현실이 믿을 수 없어 필연적으로 그의 사상이 이상주의로 흐르게 되는 배경을 이해하시겠나?
그럼 형들은 그가 그러한 결정을 내린 민주주의의 시민들도 저주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고, 플라톤이 정의로운 국가라는 철인왕의 독재 정치를 국가론으로 제시한 것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형이상학, 그 참을 수 없는 난해함과 극복을 위하여
형들이 주의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어느 사상가의 이론을 이해하려면 철저하게 그의 사상이 맞다고 가정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
그의 생각과 세계관이 무조건 옳다고 전제하고 책을 읽어야 그 사람의 형이상학을 받아들일 수 있다.
대게 철학자들은 독자적인 형이상학을 통해 세계관을 설정하고 그러한 세계에서 참다운 진리란 어떤 것인제에 대해 자신의 스탠스를 결정하며 그것이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밝힌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그의 윤리설을 통해 설명한다.
그리고 그러한 내용은 논리적으로 전개되며 그 자신이 전개하는 철학대로 사는 것이 아름답기까지한 일이라는 투로 책을 쓴다.
이것은 철학이 형이상학-인식론-윤리학-논리학-심미학이라는 다섯 개의 분과를 가지기 때문에 그러하다.
저들은 각자 독자적인 분야지만 한 명의 철학자를 이해할려면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철학자를 이해하고자 공부를 시도할 때 처음부터 포기하게 되는 것은 대체로 대개의 서적들이 밑도 끝도 없이 다짜고짜 그 사상가의 형이상학부터 서술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형이상학 하나만 가지고도 어렵고 빡세다. 왜? 형이상학이 '형이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내포하듯이 이 세상 현실이 아닌 뜬구름잡는 소리들을 늘어놓는다.
그리고 서양철학자들은 외국인으로(당연한거지만 중요하다.) 쓰여진 글 또한 한글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읽는 책들을 번역한 것이다.
번역된 책들은 과거에 참담한 수준의 것들이 무척 많더라.
번역이 좆같으면부실하면 당연히 어렵다. 형들이 바보라서 이해가 안 되는게 아니라 번역이 심각한 수준이라 이해가 어려웠던 거라고 딸딸이라도 치자. 그래야 철학하자고 좀 권할 거 아닌가.
그리고 실체가 없는 것들(형이상에 속하는 것들)을 떠들어대니 더 황망해지는 거다. 그래서 다들 처음부터 나가떨어지는거고.
그래서 제일 쉬운 이해의 방법은 그 철학자를 공부하는 순간 광신도로 변하는 길 뿐이다.
임마가 하는 말은 다 맞다고 차라리 믿고 접근을 해라.
그럼 열 배, 아니 스무 배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다.
아. 얘는 이래 생각했네.
하고 그 사상가 내용 얼추 익히고 나면 바로 까먹어버리면 된다.
공부는 피상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흐름과 배경을 이해하고 남한테 말할 수 있는게 공부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볼 줄 알아야 철학하기도 쉽다.
동굴의 비유
플라톤은 이상주의자답게 현상계의 모든 것은 이데아계의 그림자요 모방일 뿐이라 폄하한다.
세계가 두 개 있다는 거다. 진짜 세계인 이데아계와 가짜 세계인 현상계.
인간은 현상계에서 가짜일 뿐인 이데아계의 그림자들을 보며 살아가고 더 불행한 것은 그것이 진짜일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산다.
플라톤은 유명한 동굴의 비유로 자신의 생각을 납득시키고자 한다.
인간들은 동굴의 벽만을 바라보게 기둥에 묶여있다. 기둥의 뒤 편에는 횃불이 아른거린다. 묶여있는 인간들의 눈에는 횃불 너머 동굴 밖의 것들이 지나가며 생기는 그림자들이 벽에 비치는 것만이 보인다.
동굴이 바로 육체가 살아가는 현상계이고 동굴 밖이 이데아계라는거다.
다시;
이데아계에는 진리의 태양(선의 이데아. 이데아 오브 이데아임)이 밝게 빛나며 그 밑에 진짜 사람, 진짜 개, 진짜 소, 진짜 말이 돌아다닌다.
그리고 그 진짜들이 돌아다니며 생기는 그림자가 동굴을 지나갈 때 묶여있는 인간들의 고정된 시선(벽면)에 보이겠지?
그럼 묶인 인간들은 그림자를 보고 진짜라고 생각한다는거다.
 
대충 요런 그림이다. 감 잡히지?
안 잡힌다면 gg다. 내 탓 아니다. 걍 아, 플형=이상주의자까지만 따라와라.
그런데 우연히 한 명의 인간이 묶인 줄을 풀고 기둥에서 자유로워졌다.
그는 용기를 내어 동굴 밖으로 나가 보았다.
처음에는 횃불보다 수 만배는 더 강렬한 태양에 눈이 부셔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나 이내 빛에 익숙해져 주위를 둘러보았다.
세상에!
그림자보다 훨씬 입체적인 진짜들이 돌아다니는거다.
그야말로 신천지였을게다.
이데아계의 진짜들을 알게 된 그 사람은 두고 온 불쌍한 동료들이 생각나 동굴로 돌아간다.
돌아가서 본 것을 말해주고 사슬을 끊고 동굴을 탈출해 이데아계로 가자고 말한다.
동료들은 "뭔 소리여?"하며 그를 죽여버린다.
이데아계를 목격하고 동굴로 돌아온 남자는 바로 소크라테스이다.
이데아계가 진짜라고 말했다고 독배를 든 사나이.jpg
플라톤의 사주덕
플라톤은 소크라테스도 죽임을 당하는 현상계는 가짜고 진짜 세계인 이데아계가 존재한다고 믿는 이상주의자이다.
앞에 설명한 가정들이 형이상학적 세계관인데 솔직히 믿을 수도 없고 머리만 아프다.
그래서 내가 형들한테 걍 플라톤 공부할 땐 플라톤 만세라는 마인드로 보라는거다.
무튼 그의 세상 인식은 이랬다.
그럼 이런 가짜 세상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플라톤은 잘 살아야한다고 대답한다. -_-
물론 잘 산다는 것의 의미가 있으니 욕하지 마라.
잘 산다는 것은 잘 한다. 즉 탁월함(아렛떼)을 의미한다.
마치 이대호횽이 타격에 있어 탁월하다 같은거다.
사람은 탁월하게 잘 살아야 한다는거다.
근데 사람이 탁월하게 잘 살려면 사람이 잘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될거다. 대호횽이 도루는 못하고 타격을 잘 하듯이.
그게 뭘까?
바로 이성이라는거다.
서양 철학에 지겹도록 등장하는 이성 - 생각하는 능력 정도 되시것다 - 이 드뎌 등장했다. 형들 긴장해서 똥꼬에 힘 너무 주지마라.
인간은 감정과 기개, 이성으로 이루어진 정신적 존재라는거다.
플라톤은 원시 신앙인 올푀우스교의 영혼관에 따라 인간 육신은 껍데고 참된 것은 영혼이라 보았다. 죽으면 육체는 썩어 없어지지만 영혼은 죽지 않고 다만 레테의 강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기억만 지어진다는거다.
(내가 첫 편에서 서양 철학은 이분법으로 접근하는게 좋다고 했다. 서양은 과학, 동양은 정신. 뭐 이런 식으로. 이게 여기서도 쓰이는거다. 인간은 육체라는 물질과 영혼이라는 정신으로 이루어졌는데 육체는 가짜고 영혼은 진짜라는거. 이데아계 가서 살고 싶은 플라톤이 진짜를 중요시 여기는거는 당연하겠지?)
그런데 영혼을 분석해보니 감정-기개-이성으로 되어 있다는 거고.
정확히 33.3333...%로.
여기서 플형은 "인간은 감정이라는 흑마와 기개라는 백마를 이성이라는 마부가 끄는 마차와 같다."라는 기막힌 묘사를 한다.
이성이라는 마부가 동물적 욕구와 고귀한 기개라는 이름을 가진 말 두 필을 잘 조정해야 마차를 똑바로 몰 수 있다는거다.
탁월한 비유같다.
그럼 인간은 감정-기개-이성. 이들을 탁월하게 수행하며 살면 잘 사는거다.
감정이라는 것을 탁월하게 잘 발휘하면 절제라는 덕이 나오고,
기개라는 것을 탁월하게 잘 발휘하면 용기라는 덕이 나오고,
이성이라는 것을 탁월하게 잘 발휘하면 지혜라는 덕이 나온다.
아까 말이 끄는 마차를 조정하는 것이 마부이기 때문에 여기에 집중해서 플라톤 사상을 이해하면 이성을 중시하는, 지식을 중시하는 주지주의의 입장이라고 이해할 수 있고 이렇게 이해하는 사람들은 지혜의 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감정에서 나온 절제의 덕과 기개에서 나온 용기의 덕과 이성에서 나온 지혜의 덕은 각자가 균형을 이루고 골고루 지녀야 인간이 인간답게 탁월하게 잘 사는데에 도움이 된다.
여기에 주목하면 절제-용기-지혜라는 덕을 균형있게 해주는 절제의 덕이 가장 중요해진다.
요게 이해를 쉽게 하자는 취지로 좋지 못한 시각이라 할 수 있는 이분법을 노근이가 형들에게 권하지만 절대로 유연하게 사유해야지 경직되면 안된다고 주의해라는 이유다.
주지주의에 따라 사주덕에서 지혜가 젤 중요하다고 보든 절제가 젤 중요하다고 보든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우리는 걍 철학하면 된다. 사고하면 된다. 어떻게 살 건지.
그리고 그거를 하는데에 당대의 뛰어난 천재들이 어떠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도움을 얻는거고.
아무튼 절제-용기-지혜가 절제있게 균형이 잡히면 거기에서 정의라는 덕이 추가로 또 나온다.
지혜-용기-절제-정의. 이것이 플라톤이 강조하는 사주덕이다.
플의 사상에서는 사주덕을 갖춘 인간이 참다운 삶은 사는 윤리적 인간이고 잘사는 인간이 된다.
왜 정의로운 국가인가
플형은 인간에 대한 위의 분석을 국가론에도 그대로 적용한다.
솔직히 플의 국가론은 오늘날 공화국의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철인왕의 독재를 이야기하며 자유로운 시민이란 존재하지 않는 계급사회이다.
이 형도 아테네 시민임시로 스파르타적인 사회가 더 낫다고 본거다.
그 배경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소크라테스를 죽게 만든 병든 아테네의 현실에 대한 절망과 우경화된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고.
(솔직히 깨어있지 못한 시민들이 한나라당 죽어라 뽑는 걸 보면 우리도 이해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치만 플라톤이 누구냐.
화이트헤드 말에 의하면 플라톤 이후 서양철학사는 전부 이 사람이 한 말의 주석에 불과하다는 찬사를 받은 까리한 남자 아니냐.
플형의 정의로운 국가론은 소크라테스의 알면 행한다의 안다는 것-지식이라는 것을 '참다운 지식'으로 이해해야 했듯 뭔가 특별한 것을 담고 있다.
플형에 의하면 국가는 생산자계급과 수호자계급, 철인계급으로 나뉜다.
생산자는 앞에서 본 절제의 덕을 좀 더 탁월하게 수행할 수 있는 애들이다. 한마디로 흔남흔녀들. 서민들.
수호자는 용기의 덕을 더 탁월히 수행하는 애들이다. 군인계급에 해당한다.
철인들은 극 소수이며 지혜가 뛰어난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나는 해당 없는 거 같고. 김대중-노무현-유시민 정도가 해당되겠네. 이들이 정치를 한다. (그니까 걍 과두정을 실시하는 국가다)
플라톤은 이러한 계급이 유지되는 국가가 정의로운 국가라고 얘기한다.
생산자는 생산자끼리 가정도 이루고 일도 하면서 절제의 덕을 미덕삼아 놀고
수호자는 수호의 일에 용기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며
철인들은 지혜의 덕을 발휘해 탁월한 정치를 한다.
그리고 각 계급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계급 상승 따위는 꿈도 꾸지 않을 때 조화를 이루며 그 조화 속에서 정의의 덕이 국가에 스며들게 된다는거다.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다.
계급사회를 정당화하니까 나쁜거다, 개천에서 용 못나는 구조다. 더구나 잔인하게도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의 손을 떠나 국가가 기르고 미리 싹수에 따라 될성부른 놈은 수호자나 철인으로 걸러 따로 엘리트교육을시키고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산자들은 걍 생산이나 하구로 따로 모아 보통교육을 시키는 우성 중시의 엘리트주의도 엿보인다.
태어날 때의 자질이 불평등을 담보할 여지가 다분한 국가이다.
마치 이건희 손자로 태어난 아해와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아해가 평등하지 않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감추고 있는 불편한 대한민국의 모습처럼.
그치만 또 역시 얼마든지 옹호할 수도 있다.
철인계급이 좋아보이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태어나서 처음 10년은 부모한테 떨어져 생산자를 걸러내는 교육을, 다음 10년은 지혜와 용기를 기르는 교육을 받는다.
그렇게 20살에 될 때 수호자와 철인을 엄격히 걸른 다음 철인이 될 남녀 청년에게는(여자도 철인이 될 수 있다. 이것도 스파르타의 모습과 유사하다. 아테네는 여자가 시민이 아니지만 스파르타는 여자도 존중받았다.) 무려 30년의 정치교육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걸 통과하면 10년의 인턴 생활을 해야 한다.
철인왕 밑에서 똘마니하며 경험을 쌓는거다.
그것까지 통과해야 60살에 정치를 할 수 있다.
더구나 사유재산과 가족을 가질 수 없고,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지 못하고 철인끼리 결혼해서 우월한 지식의 유전자를 전수해야하는 의무도 있다.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플라톤의 정의로운 국가가 소수 철인들의 독재정치로 오해받기 쉽지만 실제 플라톤의 생각은 그렇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를 죽게 만드는 민주주의보다 지혜로운 철인이 통치하는게 낫다고 본 그를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구나 철인의 독재는 이명박어느 누군가의 독재와는 그 수준이 천지차이이다.
60년을 정치하기 위해 준비한 '철학자'가 철인이다.
어리석은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플라톤은 가지고 있는거다.
그리고 지금이야 철학이 개똥취급이지만 당시에 철학은 만학의 왕으로 지위를 가졌으며 그 정도 자부심은 충분히 가질 만큼 플라톤의 명성이 높았다.(철인왕은 플라톤 본인을 뜻하는거다. 자기는 정치하면 무지하게 잘 한다는 거지. ㅋㅋ 하늘을 찌르는 철인의 기개가 엿보인다.)
중요한 건 우리가 "플라톤 사상 말도 안되네. 독재네."하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왜 플라톤이 정의로운 국가를 말하였는가 사고해보는거다.
소크라테스같은 철인을 죽게 하지 않는 국가.
(노무현같은 정치인을 죽게 하지 않는 국가)
소피스트의 상대적 진리가 판치지 않는 국가.
(돈과 이익만이 최고의 진리로 여겨지지 않는 국가)
우리는 이런 국가를 정의로운 국가라 부를 수 있지 않겠는가.
플라톤도 마찬가지인거다.
그는 그러한 국가를 만드는 방법을 본인의 경험과 철학적 사유들을 통해 제시한 것일 뿐이다.
세상을 보는 눈이 현실 부정과 이상추구이기에 이데아론이 나오는것이며 민주주의가 우경화되는 것이 어떤 사람을 죽게 만드는지 경험을 했기에 철인왕의 독재 정치를 꿈꾼거다.
인간이 잘 살려면 감정-기개-이성을 탁월하게 발휘해서 절제-용기-지혜의 덕을 갖추어야 하며 그것들이 조화를 이루면 정의로운 인간이 되는거다.
마찬가지로 국가도 생산자-수호자-철인 계급이 각각 절제-용기-지혜의 덕을 잘 발휘하며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 그럼 그 조화로 인해 정의의 덕이 생기고 그 국가는 정의로운 국가가 되는거다.
인식이 이상주의를 지향하는 플라톤이 '정의로운 국가'를 이상으로 꿈꾸었다해서 하나도 이상할게 없는거다.
이상을 이루는 방법에 대한 사유를 누구도 비난하거나 말도 안 된다고 몰아 붙일 순 없는거다.
생각 안하고 철학 안하는 놈들보다 백만배는 더 나으니까... 그치?
우리 사회에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열풍이 불었잖아.
마찬가진거다. 소피스트가 숭배받던 아테네에서도 정의가 필요했던거다.
인류는 과학기술의 눈부신 진보만 이룩했지 정신적, 사상적 진보는 소크라테스-플라톤의 아테네나 공맹의 춘추시대 이후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거다.
마치며
플형이 정의로운 국가를 이상국가로 제시한데는 이런 배경이 있는거다.
걍 교과서에는 플라톤-정의로운 국가, 토마스 모어-유토피아, 공자-대동사회 이런 식으로 적혀 있고 또 그걸 외워서 공부를 해왔으니까 철학이 안드로메다 만큼이나 멀어 보였던 거고.
오늘 알게된 것 중 이데아나 동굴의 비유가 기억에 남을 수도 있겠고 그것도 유익한 공부가 될 수 있으나
소크라테스가 왜 죽음을 당했으며 플라톤이 왜 이상주의자가 되었는지. 또 하필이면 정의로운 국가를 말했는지.
이러한 관계를 이해하고 흐름을 파악하는게 대단히 중요한거다. 그것을 머리 속에서 그릴 수 있으면 형은 이미 서양 철학사의 중요한 시작을 훌륭히 알고 있는게 되는거고. 아마 남에게 전달도 쉽게 할 수 있을거다.
어떻게 도움들이 되는지 모르겠다.
시간이 될 때 아리스토텔레스로 다시 찾아 뵙겠다.
오후 잘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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