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기/
<업>의 개념에서 보자면, 스님들은 토굴에서 입 다물고
가만히 앉아 생각 없이 있는 게 이 세상에 기여하는 길이 아닌가?
그럼에도 탁 닛한 같은 스님들이 세상을 향하여 끝없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업을 짓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자신들은 도통했으므로 오로지 '선'을 만들어낼 뿐이라고 믿는 건가?
토굴에서 입다물고 앉아 있을 정도의 수준이면 그건 세상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틱낫한 스님이 세상을 향하여 끝없이 몸과 입과 마음으로 업을 짓는 것은 착해서이다.
불경의 설법은 대개 착한 이여(善者) 이렇게 시작한다. 착하다는게 무얼까. 고민 좀 해본 적 있는데. 진심을 다하여 집중한다는 의미로 나름 받아 들이는 중이다.
이런 이들은 '선'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길을 가리키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예수도 그러지 않았는가. 내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후세 사람들이 어리석어 이를 자꾸 의인화 하기 때문에 오류에 빠지는 것이고.
틱낫한 스님이 호미질을 하며 농사일을 하는 것을 보고 인터뷰 하러 온 기자가 물었다. "스님같이 뛰어난 스승이 세상사람들을 향하여 끊임없이 설법을 해도 모자랄 텐데. 이런 일을 할 시간이 있나요?" 스님이 대답하길 "이런 걸 해야 기자분이 와서 인터뷰 할 때 그나마 얘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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