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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의 어머니가 허리에 탈이 난 적이 있었다. 병원을 찾았더니 손사래를 쳤다. 노화로 인한 것이라 진통제 처방 외에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새우처럼 허리가 구부러진 노구를 이끌고 세 곳의 병원을 찾았으나 모두 같은 말을 했다. 절망 상태에서 한 노인을 소개받았다. 유도를 오랫동안 한 사람인데 뼈 관련 질환의 치료에 뛰어나다고 했다. 그에게 가서 병원의 진단 내용을 알리자 옆으로 눕게 하고 손과 눈으로 구부러진 척추 부위를 꼼꼼히 살폈다. 그런 다음 한 말. “이런 케이스의 경우 병원에 가면 100이면 100 모두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치료가 가능합니다.” 일단 그 말에 기뻤지만 의문스러워서 내가 물었다. “문제의 기본이 노화에 있어서 치료가 되지 않는다고 정형외과 의사들이 말하던데요?” 노인은 머리를 흔들며 아니라고 했다. 그 의사들이 뭘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덧붙였다. 그럼 어떻게 치료를 하느냐니까 그가 신봉하는 원리를 간단히 말해 주었다. 사람은 몸의 좌우대칭이 반듯하게 태어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그게 깨지게 되는데 어긋난 것을 반듯하게 하고 근육을 강화해 주면 웬만한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 반신반의 끝에, 어쨌든 병원에서는 치료 불가라고 했으니 그 노인의 말을 믿고 치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이런저런 대화중에 그는 자신은 자기 능력 밖에 있는 환자는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 말에 불안과 의심이 조금 더 가셨다. 첫날, 나는 노인이 어떻게 하는지 잘 지켜보았다. 그가 수십 분 동안 어머니의 몸에 행한 것은 지압과 안마였다. 손가락 끝부터 발가락 끝가지 온몸을 대상으로 했다.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라고 그가 내게 설명해 주었다. 그 기본 작업이 끝난 뒤에 구부러진 허리 부위를 손으로 특별히 더 섬세하게 만졌다. 그런 다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소염제 로션을 바르고 적외선을 쬐어 따뜻하게 해주는 것으로 치료가 끝났다. 그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혔다. 그런 식의 단순하기 짝이 없는 치료를 매일 받았다. 그러자 일주일쯤 지나면서 차도가 있기 시작하여 점점 허리를 펼 수 있는 각도가 커지더니 한 달쯤 지나자 완전히 펼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다음 좀 더 찾아가다가 치료를 끝냈다. 나는 자연과학의 세계관을 존중하고, 현대의학의 원리들을 신봉한다. 하지만 스스로 과학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있는 일부 의사들의 나태에 대해서는 조금도 봐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들의 나태가 지탄받아야 하는 것은, 그 나태가 자신들이 믿고 있는 그 과학성에 대한 편협한 믿음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그야말로 <과학적으로 나태한> 것이다. 어머니를 진단한 세 명의 정형외과 의사들은 교과서에서 배우고 진료 경험에서 축적한 지식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들이 습득한 의학 지식들 자체가 끝없는 도전과 응전의 과정에서 축적된 것이고 그 과정이 영원히 진행 중에 있다는 진실을 타성과 나태 탓에 못 본 것이다.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노인이 사실상 무허가로 의료 행위를 하고 있는 데 대해서 누군가가 투서를 넣어서 문을 닫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유도를 해온 사람으로서 그를 도와주는 지인들이 많아 처벌을 받거나 하지는 않고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가 다시 의료 행위를 했다고 한다. 투서를 넣은 그 정형외과 의사들 측에 대해서 나는 정말이지 말할 수 없는 갑갑함을 느꼈다. 내가 의사라면 그 노인을 찾아가서 도대체 소염제 하나 쓰지 않고 손으로 만지고 주무르기만 하는데 왜 치료가 되는지 관찰하고 배우겠다. 도대체 왜 그런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지 못하는가? 자신이 신봉하는 그 제대로 된 현대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그 노인이 경험적으로 터득한 기술을 얼마든지 받아들여서 <과학적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나. 그 노인이 죽으면 그가 가진 경험과 기술도 함께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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