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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옥이에게 I

글쓴이 :

돈팅구리 날짜 : 2011-03-16 (수) 16:09 조회 : 5587 추천 : 5 비추천 : 0

돈팅구리 기자 (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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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면 '쏴'하는 소리로 동이 터옵니다.
구름에 낯을 살짝 가리운 해는 적나라한 현신(現身)보다
훨씬 황홀하다는 것을 언젠가 한 번 경험하곤 내내
그것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지금은 바람이 살갗을 스치며서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초가을의 바람은 싱그럽기는 해도 거친 숨을 채
몰아쉬지 못해 거슬리고
한가을의 바람은 향내가 너무 강해 굳은 마음을
온통 헤집어 놓습니다

살을 살짝 꼬집으며, 우울하고 허망한 상념에
잠들기 쉬운 젊음을 일깨우는 바람이야 말로
만추(晩秋)에서나 느낄 수 있는 귀중한 상징일 겁니다

하늘은 한가을의 하늘만큼 현란하지 않아도 높고
우뚝한 자세는 그대로인 채 계절에 살큼 표백되어
드리워진 자태에 고개가 부러질 만큼 올려다 보았습니다

낙옆도 싫증이 난 거리를 걸으면 나에게는 수 많은 여인이
다가옵니다

낙엽을 하나 주워,
자연에 순응했거나 인간에게 피해를 당했거나 했을
구멍사이로 그녀들을 바라다 봅니다

하나, 둘, 셋 ........

하나 없이 모두 구멍의 포로가 되어 심판을 받고 사라지면서
이미 그들은 발밑에서 우왕좌왕 하고 있는 낙옆만큼 쓸모가 없습니다
수 억만의 여인들이 지나가고 마침내 심판의 구멍으로
당신이 들어 왔을 때

내가 건 최후의 기대란,

비행접시의 우주인 이였거나, 불현듯 나타난 여신을 본 듯
감동을 받진 않았습니다
당신과 함께 쥔 낙옆을 버리려 하다, 당신의 몸 어느 구석에서
쏘는 빛을 본 것만 같았습니다

착각일까?

그 짧은 순간의 연민이 어느새 사라진 당신을 찾아
하루를 보내게 하였습니다
그 다음날도 당신을 보았습니다 만
당신을 찾을 순 없었습니다

하나, 둘, 셋.........

매일을, 당신을 보고, 당신이 아닌 실망과
당신에 대한 설레임으로 지내다가 그 소망의 실현은
이렇게 갑자기 나에게 다가 왔습니다

그날은, 베일에 감춰진 그날은,

강의실 한 모퉁이에 당신이 있고
펜을 든 채 편지지 중간에 머물러 있어
미동도 않는 모습에서 감추어진
굉장한 꿈틀거림을 보았습니다

당신이 장미처럼 현란하거나
수선화처럼 가련해서가 아니라
끝까지 사랑한 연인을 멀리 떠나 보내고
그 머무를 어느 먼곳을 그리며
시선을 한데 모두고 망연한 얼굴,

사랑에 빠진 여인의 자태를 보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랑은 베일속에 가려진 바로 그것 이었습니다
약하디 약한 눈동자를 거부하지 않은
신보다 더 장엄한 사랑 바로 그것 이었습니다

죽음이라도 나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요?

곧 나는 당신의 분신이 되고 말았습니다
피도 얼어붙고 영혼도 깃들지 못해
밖으로, 밖으로만 달려가려 하는

하늘보다 더 높은 곳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마음,

이것이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입니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에 의해 2012-10-10 19:45:14 생활에서 이동 됨]

돈팅구리 기자로부터 카테고리 견인비 1,000뽕이 삭감됨.

글쓴이 :

돈팅구리 날짜 : 2011-03-16 (수) 16:09 조회 : 5587 추천 : 5 비추천 : 0

[1/12]

돈팅구리

2011-03-16 (수) 16:10

짤방 죽이지!!! 우 히히히히

추천 0 반대 0

[2/12]

박봉팔

2011-03-16 (수) 16:13

낙옆 --> 낙엽

추천 0 반대 0

[3/12]

박봉팔

2011-03-16 (수) 16:15

"낙엽을 하나 주워,
자연에 순응했거나 인간에게 피해를 당했거나 했을.."

난 이런 구절들이 좋더라.

추천 0 반대 0

[4/12]

돈팅구리

2011-03-16 (수) 16:15

시적 표현으로 이해해라

추천 0 반대 0

[5/12]

박봉팔

2011-03-16 (수) 16:16

다 읽고 나니 노무현님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시로 읽혀져
스산해진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마지막에 나오는 시도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의 시였는데,
난 울었다.

추천 0 반대 0

[6/12]

돈팅구리

2011-03-16 (수) 16:23

피식! 웬 감성모드..
멀리서 본 아름다운 님을 표현하면 이 정도 글이 나오는 법이다.

추천 0 반대 0

[7/12]

박봉팔

2011-03-16 (수) 16:26

난 가끔씩 아래 시(영화 시에 나왔던 시)를 보고 혼자 울기도 해.
노무현님을 그리워하는 시거든.
니가 올린 시도 나에겐 좀 그러네..

아네스의 노래 - 이창동

그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 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마음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 맡에 선 당신을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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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2]

박봉팔

2011-03-16 (수) 16:31

아 씨발, 오늘 인터넷 그만 한다.
졸라 꿀꿀하네. 하ㅏㅏㅏ

추천 0 반대 0

[9/12]

돈팅구리

2011-03-16 (수) 16:32

내것보다 훨씬 세련되긴 한데 감성이 좀 늙은티가 나...

추천 0 반대 0

[10/12]

공상두

2011-03-16 (수) 16:39

왠지 언니야 사진에서 찌렁내가 나는건 내가 이상한건가?.......봉팔아ㅋㅋㅋ

추천 0 반대 0

[11/12]

설거지

2011-03-16 (수) 17:19

이 글을 클릭하는순간 아들 놈이 문 열고 들어왔네요.
사진은 미끼라고 설명해야 하는 이 한심한 입장.
아 씨발, 나도 오늘 인터넷 그만 한다.

추천 0 반대 0

[12/12]

바람

2011-03-16 (수) 17:22

ㅋㅋㅋㅋㅋ

추천 0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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