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은 언제나 가변적이다. 아니, 가변적이라야 한다. 도덕은 시대의 경제적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가는 동안에만 사회를 유익하게 하는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인구가 적어 노동력이 부족한 시절에는 '생산을 위한 성'만이 도덕적인 성으로 규정되고 또 그것이 사회를 유익하게 한다. '생산을 위한 성'에 반대되는 것은 '쾌락을 위한 성'인데, 성적 쾌락만을 쫓고 아이 낳는 것을 꺼리게 된다면 인구가 격감하여 경제가 파탄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구 과잉 상태가 되고 거기다 인간의 노동력을 대치해 줄 기계문명이 발달하게 되면, '생산을 위한 성'은 도덕적 가치를 잃게 되고 '쾌락을 위한 성'이 새로운 도덕으로 간주된다.
한국의 경우, 현재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성도덕은 분명 '쾌락을 위한 성'이다. '성의 제한'이 아니라 '산아 제한'이 권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도 '생산을 위한 성'만이 도덕적인 성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것이고 또한 개인과 사회의 이익을 방해하는 것이다. 산아제한이 나쁘다거나 단산을 한 부부는 성생활을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살인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훔치지 말라' 등과 같이 어느 시대에나 해당되는 절대적 도덕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장자를 위시한 도가들은 이러한 도덕조차도 상황에 따라 변덕스럽게 적용된다고 따끔하게 일침을 놓았다.
평화시에 사람을 죽이면 살인이지만 전쟁터에서는 사람을 많이 죽일수록 공을 세운다. 사과 한 개를 훔치면 도둑으로 몰리지만 나라를 훔치면 왕이 된다. 같은 따위의 논변이 그것이다.
도가들의 이러한 논변은 물론 유가들이 시시콜콜한 윤리 규범을 지나치게 규정해 놓고 인성을 위축시키는데 대한 반발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도가들의 말을 참고로 하여 도덕에 대해 좀더 유연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구체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닌 한, 우리는 남의 행위에 대해서 도덕적이니 도덕적이 아니니 하는 따위의 비판을 남발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도덕'이란 말이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쓰여지고 있다.
남자가 머리를 길게 기른 것만 봐도 '부도덕하다'고 한탄·개탄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여자가 배꼽티 입은 것만 봐도 '부도덕하다'고 얼굴을 찌푸리는 이들도 있다. 저 암울했던 유신시절에 장발과 미니스커트를 단속하고 처벌하기까지는 하는 것을 목격한 참담한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퇴폐'니 '부도덕'이니 하는 말을 마구 남발해대어 또 다른 '억압'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는 이들이 우리 사회엔 의외로 많다.
모든 것은 변하는 것이고, 도덕 역시 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에는 '먹는 일'만이 지상의 과제였으므로 '먹는 쾌락'을 제외한 다른 쾌락들은 부도덕한 쾌락으로 매도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느 정도 먹고살게 된 지금에 와서까지 '먹는 쾌락' 이외의 것. 이를테면 '자유롭게 사랑하기'나 '자유롭게 놀기' 또는 '자유롭게 멋내기'가 부도덕한 쾌락으로 간주돼서는 안된다. 이러한 쾌락들은 단순히 쾌락으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생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자유롭게 사랑하기'는 문화적 창작물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자유롭게 멋내기'는 창조적 디자인 개발로 이어질 수 있고, '자유롭게 놀기'는 관광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자유롭게 사랑하기'가 왜 '문화적 창작물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 하면, 영화나 문학작품에서 '사랑'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는게 없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막연한 개념으로 쓰여져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말이 '부도덕하다', '퇴폐적이다', '음란하다' 같은 말들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러한 말들이 보다 신중히 사용될 수 있을 때,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이 촉진되리라고 본다.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도덕은 '정직성'(또는 솔직성)이다.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고 남에게도 정직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은 비로소 '도덕적 인간'이 될 수 있다. 또한 그런 사람이 많은 사회가 바로 '도덕적 사회'이다. 도덕을 빙자해 남을 괴롭히거나 간섭하며 스스로의 이기심을 만족시키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사회는 결코 도덕적인 사회가 아니다. 우리는 지금 '이중적 위선'이 기득권 유지와 출세의 수단으로, 심지어는 존경받는 사회 지도층 인사가 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중적 위선'은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이어지고, 기회주의적 처신은 정권의 추이나 사회적 관심의 변화와는 상관없이 그 사람에게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까지 책이게 만들어 준다. 이럴 때 기회주의자들이 자신의 이중적 처신의 방패막이로 사용하는 것은 대개 '수구적 도덕'이나 '전통윤리' 같은 것들이다.
해방 이후 수많은 정치적 격변기를 거치면서 끝까지 살아남아 '품위있게' 지위를 누리고 개인적 이득을 챙긴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은 거의가 다 도덕적 보수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런데 해방후 어떤 정권이건 도덕을 통치의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은 정권은 없었으므로 그들은 '사회적 명사'로서의 이름과 지위를 실속있게 유지할 수 있었다.
해방 이후 역대 정권 중 도덕을 강조하지 않은 정권은 하나도 없다. 폭력적인 방법으로 부도덕하게 권력을 잡은 군사정권 때도 여전히 도덕은 강조되었다. 그래서 5·16 후엔 '재건국민운동 본부'가 차려져 국민들을 옥죄고, 5·18 후에는 '삼청교육대'가 생겨 사회악 일소와 도덕 확립을 부르짖으며 억울한 피해자들을 많이 낳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도덕적 위선'을 변명 또는 포장하기 위해 가장 빈번하게 이용되는 명분은 역시 '건강한 성 윤리'이다. 학계·언론계·법조계에 만연된 도덕적 가치관의 이중구조 속에서 이미 한물 가버린 조선조 시대의 케케묵은 성윤리가 여전히 제도권 인사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방패막이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성을 단순 도구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적 포장'이나 권선징악적 주제를 방패삼아 아무런 저항 없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예술상품들! 도덕이니 관습이니 하는 고상한 논리로 성을 터부시하면서도 매춘이나 인신매매와 같은 성도덕의 타락을 잉태해내는 사회의 이중구조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관대한 사회 문화적 풍토! 이렇듯 성윤리에 있어 극단적인 이중구조를 가진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기득권 지식인들은 '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논리로 자신들의 도덕적 경직성과 이중성을 끊임없이 변명해 대고만 있다.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성'이 아니라 '위선적 양면성'의 문제인데도 말이다. 문화의 획일성과 소아병적 민족 중심주의 그리고 윤리 의식의 이중성은 국민들을 위선자가 되도록 강요하고 '전통수호'와 '세계화'라는 상반된 명제에 적당히 양다리 걸치는 머리 좋은 위선자들은 오히려 정치적·제도적 기득권과 물질적 부까지 누리고 있다.
도덕적 이중구조의 극복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인데 그렇다면 우리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거듭 강조하거니와 우선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솔직함의 문화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한 담론이나 솔직한 주장은 대개 결론을 확실하게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격을 당하기도 쉽고 어이없는 모럴 테러리즘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국의 기득권 지식인들은 언제나 '솔직성'보다는 '객관적 관찰'을 가장한 '양비론적 어정쩡함'을 표현의 주된 수단으로 삼는다.
그리고는 결론을 보류하고 항상 '같이 생각해 볼 문제'라느니 '좀더 사태의 진전을 관망해 보자'느니 하는 투로 담론을 마무리 짓는 게 보통이다. 그러다 보면 늘 '자유는 좋지만 한계가 있다', '성은 중요한 문제지만 프리섹스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다', '민주화가 곧 방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투의 어정쩡한 결론으로 도피하게 되고, 활발한 토론문화는 슬며시 뒷걸음질 치게 되는 것이다.
위선은 솔직하지 못한데서 나오고 솔직하지 못한 것은 도덕적 테러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온다. '…인 것 같다', '…일지도 모른다'는 식의 이상한 어투가 만연하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자유가 좋다면 그것으로 끝내야지 꼭 '방종'과 대비시킬 필요는 없지 않은가. 성이 즐거운 것이라면 그것으로 끝내야지 '퇴폐'나 음란을 꼭 동반시켜 자신의 성적 욕구를 구구히 변명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도덕성' 보다 '솔직성'에 더 가치가 매겨지는 사회 풍토가 한시 바삐 이루어져야 한다. 아무리 전위적인 주장을 하더라도 화를 당하지 않는 명실상부한 '언론의 자유'가 하루빨리 보편화돼야 한다. 위선자들이 보무당당하게 활개피며 '사회 지도층 인사'대접을 받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
버트란드 러셀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가장 음란한 사회가 가장 금욕주의적인 사회다." 아마도 사회 상층부에 만연한 도덕적 이중성을 비꼰 말일 것이다. 나는 러셀이 1920년대에 지적했던 이 말이 지금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참된 도덕과 참된 정직성을 사회 분위기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이데올로기나 종교만으로는 안된다. 꼭 프로이트나 빌헬름 라이히의 이론을 빌지 않더라도, 성에 대한 억압과 이중 잣대가 개선되지 않는 한 우리는 영원히 낮에는 '지킬 박사' 밤에는 '하이드씨'가 될 수밖에 없다. 즉 다시 말해서 '자아분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성의 억압을 없애는 길은 꼭 '프리섹스'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성에 대한 표현의 자유'가 프리섹스 이전이요 성적 자유의 전부다. 프리섹스는 다양한 성 취향의 하나일 뿐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프리섹스'는 악이요 수구적 봉건윤리에 부합한 성은 선이라는 식의 흑백논리적 획일주의요, 외설과 예술을 애써 가르려는 문화독재적 품위주의이다. .........
....아조 정말 릴리 쁘르르햐.....
다만...한가지 아쉬운거슨... 마박사.... 왜 개수구성이 만발한 한국에 태어났냐.... 유럽언저리 프랑스에라도 태어났다믄...
"구체적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가 아닌 한, 우리는 남의 행위에 대해서 도덕적이니 도덕적이 아니니 하는 따위의 비판을 남발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도덕'이란 말이 너무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쓰여지고 있다." -> 이 부분 동의.
또한 일반 대중들이 소위 정계, 연예계, 기타 언론 노출되는 사회 영역 인간들에게 '공인' 운운하면서 자기들은 1도 지키지 않는 기준들을 강요하거나 판단의 잣대로 삼는 것. 웃긴 것임. 세상에 공인이 아닌 사람이 어딨나? 직장도 공적 영역 아닌가? 도덕-윤리에 그리도 민감한 사람들이 어째 법 관련된 건 그냥 개똥 알 듯 하는거지? 위장전입이 고위층만의 문제인가? 편법 써서 부동산 기타 경제영역에서 돈 챙긴게 규모 차이만 있지 계층 차이가 있나? '의무'보다 '미덕'을 강조하면서 뒤로 얄금살금 앞에선 으흠허허, 기만과 가식, 허위와 허례가 범람 중이다.
그 누구든, 기왕의 '법적 질서'는 공정하게 적용하되, '사적 공간'에 대한 불필요한 간섭/관심은 줄여야 하는 것이미. '관여'해야 할 것들은 대충 넘어가면서. 자유는 연애 편지에도 있고 지갑에도 있는 것.
....아조 정말 릴리 쁘르르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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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