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밥솥의 글, "~~~ 날라리 회계학" 에 답글을 달다가 본글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본 글로 올린다.
이윤을 기업 재무재표 상의 순이익이라고 보면 설비는 비용이므로 밭솥 이야기가 맞다. 그러나 자본가 개인에 촛점을 맞추어 보면 설비를 소유한다는 그 자체가 부를 가지는 것이고 또한 권력의 원천이 된다. 사람을 고용할 수도 있고 짜를 수도 있다. 설비 준다면 마다할 사람 있나? 설비를 왜 좋아하나? 설비가 그만큼 실질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즉 설비를 회계상의 비용개념으로만 파악하는 것은 회계학에 갇힌 좁은 해석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은 기업 재무제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경제에 참여하는 개인들의 실질적 이해관계와 권력관계에서 나오는 것이다. 자본가가 신규설비를 지었다면 그 자본가의 부와 권력이 확대되었다는 의미이다. 자본가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 아닌가? 돈을 벌고자 하는 것 같지만, 돈이란 바로 그 실질적 부와 권력을 표상하는 종이에 다름 아니다. 본질은 돈이 아니라 실질적 부와 권력이라는 것.
물론 설비도 돈을 벌어 줘야 설비로서 가치가 있다는 밥솥 말이 있었다. 내 말은 돈을 번다는 의미 중에는 신규설비를 늘려 가는 의미도 있다는 것이고, 그 경우 재고 누적이 억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주는 잉여생산물이 소비재가 아니고 신규설비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빈부격차는 심화된다.
음. 위의 예가 괜찮네. 돈을 개입시키면 자본주의에서는 화폐량 증가가 필수적이라고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재고가 누적되지 않는 이상적인 상황이 되려면 다음과 같이 되면 된다.
노동자는 물건 5만원어치를 생산하고 그기에 더하여 기존설비의 감가상각과 유지보수 까지 생산하고, 그기에 더하여 신규설비를 짓는다. 노동자는 임금 5만원을 받고, 물건 5만원어치를 산다. 화폐를 2만원 추가 발행한다. 이 2만원이 돌고 돌아 자본가에게 가고 신규설비의 가치에 대응된다. 이렇게 되면 재고 없이 완전판매가 되고 자본가는 2만원의 이윤을 얻는다.
이윤율과 이자율, 화폐증가율, 물가상승률이 비슷한 수치를 가지는 것이 위와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해 왔었다.
물론 내가 말한 과정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자본가가 이윤을 취하면서도 재고누적이 지연되는 중요한 메커니즘이라는 것이다.
위 예는 자본주의 작동방식의 핵심을 나타내 주는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즉 큰 틀에서 볼 때 화폐증가분 만큼이 자본가의 이윤으로 귀속되는 것이다.
이 건에 대한 토론은 충분히 된 것 같다. 나올 이야기는 다 나온 듯. 많이 배웠다. 친절하게 토론에 응해 준 밥솥에게 감사한다.
토론의 결과 꼭 합의에 이를 필요는 없다. 토론의 의의는, 상대방의 비판을 도움삼아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핵심을 간추리며, 너와 나의 생각의 차이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데에 있다. 그 과정에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고수할 것은 고수하는 것이다. 아주 좋은 토론이었고 나는 만족한다.
그런데 토론 과정에서 체제론이라는 용어가 나왔는데, 나에게도 생소한 것이고 아마 다른 사람들도 잘 모를 것이다. 체제론에 대해서 썰을 풀어 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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