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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다. 그러나 경제를 알고 싶다. 예전에 밥솥 기자가 경제학 쌩기초 시리즈를 올렸다. 나는 경제학 쌩기초에서 언급된 논의들을 이어가면서 더 배우고 싶다. 일부 반론도 제시할 것이다. 그러니 내 글을 읽기 전에 일단 아래 글을 읽고 오는 것이 좋겠다.
위 글들을 내 나름대로 요약하면, 자본주의는 자본가의 이윤이 보장되어야 굴러가는데 그게 가능하려면 수출 또는 거품질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지구촌 전체로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자본주의는 붕괴한다는 것이다. 내 요약이 틀렸으면 지적을 바란다.
대략 동감하지만, 자본주의가 그나마 그럭저럭 굴러가는 이유 중에는 다른 한 가지가 더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에는 생산시설의 축적이다. 밥솥의 분석에서도 자본가의 투자부분이 언급되었으나 내 생각에는 이 부분이 더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것 같다.
개별 회사나, 개별 국가에 대한 분석은 건너 뛰고 곧바로 지구 차원의 경제를 거시적으로 고찰해 보자. 자본가와 노동자가 있고 노동자가 100을 생산했는데 임금으로 75만 받고 자본가는 25를 벌었다고 하자. 밥솥의 논리는 자본가의 이익 25는 악성재고로 남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노동자가 100을 생산할 때 100 중의 75는 소비재를 생산하고 25는 생산시설을 생산한다. 그래서 자본가의 이득 25는 (표면상으로는 현금이나 주식 형태를 띠지만) 실상은 새 공장 등의 형태로 축적된다. 정부 등의 공적기관까지 포함시켜서 고찰하면, 도로나 항만 등도 결국 노동자가 잉여로 생산한 25 중에서 나온 것이다.
다만 그 소유권이 자본가의 것이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이 지속될 수 있으면 원리적으로 소비부족 사태를 겪지 않고 자본주의는 꽤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시설의 소유권이 소수 자본가의 손에 집중되는 것이 좀 열 받기는 해도 어쨌건 자본주의가 그럭저럭 굴러가는 밑바닥 기저에는 이런 측면이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기술혁신이 자본주의를 연장시켜주는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기술혁신으로 옛 공장이 쓸모 없게 되고 새 공장을 만들어야 하면, 그 새 생산시설은 자본가 이익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다. 옛 공장이 똥 값이 된다는 의미는 누구라도 최소한 옛 공장 정도를 굴릴 수 있다는 의미가 되고 이것이 인류 전체적으로 생산성 증가의 혜택을 누리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어렵게 사는 사람도 옛날 사람보다는 더 잘 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생산성 증가가 노동을 불필요하게 만들기 때문에 대량 실업을 유발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생산성 증가의 효과에는 양면성이 있다. 새 생산시설을 지어야 하므로 이로 인한 고용효과도 있고, 새 생산시설일수록 인간의 노동이 필요 없는 형태로 지어지므로 실업을 유발한다. 두 효과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우세한가의 문제 같은데 요즈음에는 실업 유발 효과가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신기술이 만들어 내는 신규일자리에 비해서 사라지는 일자리가 훨씬 더 많다. 이것도 따지고 보면 양자역학 때문이긴 한데...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루기로 하고...
내 생각에는 결국 노동시간 단축 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자본주의 안에서는 노동시간 단축하는 국가가 먼저 망하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못하는 것이 문제다. 자본주의가 영생하려면 결국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데에 전 세계가 합의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걸 못하면 결국 자본주의는 밥솥 말대로 언젠가 무너지겠지.
써 놓고 보니 별 대단한 반론을 한 것도 없는 것 같다. 내 글의 요지는 생산시설 축적이 자본주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것이 지속될 수 있는지, 지속될 수 없다면 무엇 때문인지, 그런 것을 토론하면서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글은 훈장질하는 글이 아니고 배우고자 발제하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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