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로 너희가 예수를 아느냐?
...
기독교에 대하여 문학박사 마광수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세를 떨치고 있는 종교는 기독교다. 물론 불교의 교세를 무시할 수 없지만, 조직력과 정치력의 면에서 볼 때 기독교가 더 큰 소리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든 불교든 민간신앙의 주축이 내세중심의 기복신앙(祈福信仰) 위주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다.
물론 기독교 중에서도 진보적 사회개혁 이론을 펴는 민중신학 이론이 있고, 불교 역시 내세가 아니라 지상에서의 극락세계 실현을 도모하고자 하는 실천적 미륵신앙 같은 것이 있지만, 대중적 영향력의 면에서 볼 때 이기적 기복신앙에 훨씬 못 미친다.
기독교의 정신적 뿌리는 어쨌든 내세중심적 운명론에 있다. 그것은 불교의 윤회론적 운명론에 비해 훨씬 더 확실한 현실도피심리와 보상심리 충족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기독교가 불교보다 더 큰 힘을 떨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불교는 원래 극락세계의 개념이 없었고 있어봤자 다분히 비유적인 개념이었다. 불교에서는 현생의 선행을 통해 전생의 악업을 씻고 내생의 복덕을 희구하는 정도가 고작이고, 기독교에서처럼 절대적인 탈현실(脫現實)에 바탕을 두는 천국의 개념이 없다.
그런데 기독교에는 운명의 주재자로서의 유일신(唯一神)이 존재하고 그의 뜻에 따라 현실의 행, 불행은 물론 내세의 복(福), 불복(不福)까지 결정된다는 확실한 개념이 서 있기 때문에, 현실에 찌들린 많은 민중들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할 때 보다 든든한 ‘빽줄’을 잡으려고 애쓰게 마련이다.
그런데 불교가 빽줄 또는 절대주재자(主宰者)의 존재를 부정하고 자기수양만 강조하는 데 반하여, 기독교는 자기수양보다 최고의 절대적 권능에 기대는 것이 더 효과적인 섭세법(涉世法)이라고 강조하기 때문에 인생고에 지친 민중의 마음을 보다 쉽게 사로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내가 보기에 예수의 가르침과는 무관하게 대중적 종교현상으로 굳어진 기독교는 절대자에 대한 철저한 복종심리에 바탕하여 인내력 배양을 통해 자기위안을 찾는 종교이다. 거기에 다시 유태교 교리의 핵심인 선민의식적 배타성이 가미된 교회적 가족중심주의의 종교라고도 할 수 있다.
기독교는 원래 예수의 종교개혁 운동에 의해 유태교가 가진 폐쇄적 교리를 극복하고서 출발한 새로운 종교였다. 그러나 2천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오히려 유태교적 면모를 더욱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다분히 아이러닉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수사상의 핵심은 ‘사랑을 통한 행복하고 평화로운 세계 건설’에 있었고,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사해동포주의적 세계국가의 건설에 있었다. 그는 ‘하늘나라’가 이 세상에 이룩되길 바랐지, 현세를 떠난 사후세계의 복락만을 구하진 않았다.
또한 그는 공포의 대상으로만 존재했던 유태민족의 민족신 ‘여호와’를 보편적인 ‘사랑과 자애(慈愛)의 신’의 이미지로 전환시키기 위해 ‘아버지’의 상징을 도입하였다. 그는 자식이 무조건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버지의 마음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버지의 변덕이나 분노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이는 운명적 결정론에 대한 일종의 거부였다고 할 수 있다.
예수는 또한 바리새인들을 대표로 하는 율법주의자들의 위선적 이중성을 공격하여 본성에 솔직할 것을 강조하였고, 부자들이 재산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어야만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으름장놓음으로써 부(富)의 재분배를 통한 지상적(地上的) 복지국가 건설을 도모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 뜻에 따라 인간의 운명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는 예정설(豫定說)이 중세기 이후 지금까지 기독교 교리의 근간을 이루어왔고, 타종교와 타민족에 대한 유태교식 배타적 적개심에 바탕하는 갖가지 종교전쟁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예수의 가르침과는 무관하게 기독교를 정치적 민중압제의 수단으로 원용(援用)한 기득권 수호자들의 사디즘(sadism)적 권력의지가, 예수를 우상화시켜 권력의 방패막이로 악용했기 때문이다.
끝.
마박사의 견해에 동의한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