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이행법안이 미 의회에서 통과되자 우리 국회에서의 비준동의안 처리 문제가 정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비준안 강행처리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간의 힘겨루기 양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FTA에 대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입장차로 인해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연대에 자칫 금이 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민주당 측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14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에 출연해 “우리(민주당)가 이렇게 될 줄 알고 6월이 ‘10+2 재재협상안’을 내놨다. 그러면 (여당은) 미국이 비준안을 처리하기 전 잦은 접촉을 통해 야당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10+2 재재협상안’에는 쇠고기 관세 10년간 유예, 중소상인 보호장치 확보 등 미국과의 재재협상에 필요한 10가지 항목과 통합협상과 보완대책 수립에 국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통상절차법 제정, 피해산업에 대한 무역조정 지원제도 강화 등 국내 보완 대책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미 의회가 이행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사실상 민주당의 재재협상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보안대책이나 이런 어떤 접근되는 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가 이제와서 처리했으니까 한국도 빨리 처리해야겠다고 하고 있으면 한국의 야당 국회는 왜 있는 것이냐”며 “이번 한미 FTA는 이익균형이 크게 훼손됐다. 작년 말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일방적으로 굴복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달까지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입장에 대해서는 “현재의 한-미 FTA는 분명 미국의 이익에 편중됐고 대한민국 국익을 철저하게 손상시키는 FTA”라며 “민주정부 10년동안 체결한 FTA는 철저하게 준비해서 체결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현재 한미 FTA는 그렇지 않다고 보이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고 피해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현재 밀어붙인다고 하면 민주당은 몸으로 막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의원은 “그러나 한나라당이 진정성있게 나타난다면 얼마든지 타협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대한민국은 수출과 개방을 통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됐고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은 앞으로 모든 나라와의 FTA를 계속적으로 체결해 나가야 한다고 보고있다”는 발언도 했다.
비준안 처리에 대한 민주노동당 등 진보야당과의 입장차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김 의원은 “민노당 등 다른 정당과 민주당은 정체성이 다른 정당이다. 다만 한나라당과의 대결과정에서 연대하는 것”이라며 “현재의 한미 FTA를 반대하는 측면에서는 생각이 같으므로 반대하지만 타협안을 수정해 개시한다면 민노당과 민주당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다른 야권 연대도 마찬가지”라며 “현재 공동으로 한나라당에 대해서 생각이 같기 때문에 연대가 공조되는 것이지만 하나 하나 사안에 따라서는 진전이 되면 될수록 민주당과 민노당간의 생각이 달라질수도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한나라당이 협상안을 낼 경우 민주당도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겠다”는 지적에 김 의원은 “물론 만약 민노당 등 다른 정당이 민주당의 주장에 동의해주지 않는다면 그때는 결단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설득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원론적인 해법을 내놓았다.
민노 “야당공동정책협의 안지키면 민주당과 야권연대 없다”
그러나 민노당의 입장을 강경하다. 특히 전날 외통위에서 열린 여야정 합의체 회의를 놓고 민주당에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외통위 소속 김선동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쟁점 끝장토론회를 법안심사소위 밀실에서 하겠다는 것은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여야정협의체 합의”라며 “국민들이 보는 가운데 무엇이 진실이고 사실인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쟁점 끝장토론회의 의미인데, 법안심사소위 밀실에서 하겠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 조금 전 기자회견장 앞에서 김동철 의원을 만나서 이 문제를 제기했다. 앞으로 TV 중계를 하겠다고 하시니 지켜보도록 하겠다”며 “반드시 중계되도록 해야 하고 TV 중계를 하지 않는 밀실 토론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것은 야당공동정책협의회 합의사항과 그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김 의원은 “야당공동정책협의회에서는 정부 측에 한-미 FTA 번역 오류를 시정했다고 하는, 그 정오표를 공개해 달라고 했다. 이제 미국에서 비준이 끝나 공개를 못할 이유가 없다.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며 “문제는 이것을 야당공동정책협의회 합의로 여야정협의체에 민주당이 요구해서 관철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 한-미 FTA 논의하기 이전에 FTA를 추진한 통상관료들의 매국적 외교행위 의혹에 대한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것이 야당공동정책합의였고 이를 여야정 협의체에서 민주당이 관철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대해서도 아무런 말씀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여야정협의체는 야당과 국민이 요구하는 재협상안에 대해 어느 것도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정부여당이 수용 하지 않고 있다. 그런 조건에서 한-미 FTA에 대한 토론과 논의는 무용한 것”이라며 “민주당이 다시 한번 야당공동정책협의회의 합의와 그 정신을 지키고 이어 갈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마지막으로 김 의원은 “민주당이 야당공동정책협의회 지켜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이상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는 없다’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며 “이를 민주당은 한귀로 흘려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 FTA와 관련해서 야당-시민단체들과 합의했던 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경고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비준안 강행처리를 막고 보다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위해 정동영, 유선호, 김영록 의원을 기존 상임위에서 외통위로 사보임시켰다. 한나라당은 이달말까지 비준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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