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를 공부해 보면 어떤 창조나 새로운 개혁보다 '복원'의 힘이 훨씬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혁명사도 그렇다. 파리의 민중이 무기고를 털어 바리게이트를 쌓았을 때는 새로운 것을 달라는 게 아니었다. 그저 우리가 조금 가진 것을 뺏지 말아달라는 저항이었다.
이제 막 돋아난 공화주의의 씨앗을 왕당파와 유럽 왕조에 빼앗기자 민중은 총을 들었다. 빠리의 피빛 코뮨은 그렇게 시작됐다. 압도적인 군대에 패배해 잔인한 보복을 당했다. 광장은 피빛으로 물들었다. 그러나 결국 민중이 이겼다. 그만큼 복원의 힘은 강하다.
민중은 아무리 좋은 것도 낯설면 다가서기 두려워 한다. 계급적 어휘를 두고서라도 인간의 본성이 본래 그렇다. 하여 난 늘 어떤 복원의 꿈을 꾸었다. 간절히 원했다. 우리 모두처럼 '노무현'을 복기하고자 했다.
어제 그 자리에서 머리를 쿵! 맞은 듯 했다. 유시민을 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구나! 당연하게도 내가 그린 그림보다 훨씬 큰 그림을 그리고 절치부심하고 있구나. 누군가 말한 것처럼 우린 모여 이길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데 단 하나 필승을 염두해 두고 뚜벅뚜벅 가는구나!
누군가 그를 친노가 아니라 비난아고, 심지어 그 자신도 노무현과 다른 길을 가고자 한다고 밝힌바 있지만, 그는 여전히 노무현의 길을 가고 있다. 그는 민주당과 분화하는 것이 노무현의 동의를 얻지 못했던 것을 이미 밝혔다. 그러나 그는 노무현이 늘 가고자 했던 길을 간다. 87년 체제 복원.
토크쇼에서 유시민이 꺼낸 말을 옮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87년 때 대오의 제일 앞에 서서 싸웠다. 우리 참여당 당원들이 들으면 어떨지 모르지만 우리 당원들은 주로 대오 뒤에서 노래 부르고 박수 치며 따라 다녔다. 간간히 짱돌을 던지면 그 돌 중에 몇 개는 앞에 사람 맞췄을지도 모른다.(좌중 폭소) 당시 민주당은 현판식도 열고 해 그런 대규모 집회를 열게 해줬다."
야권연대에 대해 이정희 대표가 '꿈' '사랑' '사람' '희망'을 말하며 잘 될 것이라고 말하자 그는 일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농하듯 'FTA'를 꺼내자 입은 웃었지만 눈은 빛났다. 또 다시 올 배신의 계절을 앞두고 우린 모든 것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넌 그렇게 낭만적인가! 일갈하는 표정이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면 절망적이다. 아무리 큰 대의를 중심으로 설득해도 잘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연대는 힘의 균형이 맞아야 이루어 진다. 그것이 정치다."
그리고 이 대표의 얼굴을 몇 번인가 응시하고는 "갈증이 난다"며 덧붙였다.
"민주노동당 분들은 이기고 행복한 길이 바로 저기 있는데도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부족한 것 같다. 행복한 변화를 두려워 하지 맙시다. 같이 행복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 아닌가."
끝무렵 연회? 때 조국과 이정희는 노래를 선택했다. 그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추상적인 시 '가지 않은 길'을 낭송했다. 만약 그가 첫 막에서 이 시를 낭송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거나 빠져 나갔을 터, 토크쇼를 통해 그의 말과 표정을 지켜본 사람들은 공명을 울려 그의 낭송에 깊이 빠졌다.
노무현이 말한 '복원'의 길로 가되, 결코 낡은 방법으로는 되찾을 수 없다는 메세지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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