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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이 활활 타오를때, TV에서는 바둑이 한판 진행되고 있었다. 후지쓰배 준결승였다.
비도 뿌리고, 날씨도 더워서 촛불에 사람들이 많이 참가하지 않을까봐 걱정도 되고, 못나가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그러는 가운데.그 맘을 꾹 누르고 아이들과 놀다가 이창호 구단과 류싱 7단의 후지스배 준결승전을 생중계로 보게 된거지
단군조선 이후로, 유사이래로, 반도체 보다 더 전세계를 호령하고 있는게 우리 프로바둑인데. 그 정점에 이창호 9단이 있었던거고, 그를 이어 천재적 전신 이세돌 9단과 조한승, 박영훈, 최철환 등등 일가를 이룬 많은 기사들이 춘추전국시대를 열어가고 있던 시기였지.
그래도, 지난 15년간 대한민국 바둑을 전면적으로 수성해내고 바둑계 전체의 발전을 이끈 핵심은 자타공인 바로 이창호구단였다.
그 이유는 이세돌 9단과 우리 기사들, 그외 다른 나라의 모든 기사들이 타도 이창호를 외치며, 이창호 전과 이창호 후의 바둑계의 살벌한 경쟁을 양적 팽창을 넘어 상향으로다가 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이창호 9단은 신산, 둔도 라는 별명처럼, 바둑의 미지의 영역중의 하나였던 끝내기에서 새로운 지평을 연 기사다. 상대방이 신나게 두고도 이상하게 끝내기 가서 야금야금 따라잡더니, 눈 깜작할새에 반집으로 이창호 9단이 이겨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많은 기사들이 그걸 어찌 해볼려고 무던한 용(?)을 썼지만 결과는 별루였고, 이에 이세돌 9단과 일군의 우리 기사들이 새로운 대처방안을 들고 나온 것이 바로 초반부터의 개싸움 난전바둑이었다. 난전을 통해 상대적으로 전투에 약한 이창호 9단의 전투력의 틈을 흔들어 끝내기까지 가기전에 판을 결정하려는 노력였던게지.
그런 노력이 한국형 바둑의 처절한 전투력으로 승화됐고 괴물 이세돌 9단을 낳았던게고, 그외 유망한 기사들이 우후죽순, 백가쟁명처럼 자라나게 한 배경에는 둔도 이창호라는 거대한 산이 있었던거다.
아무튼, 이창호 구단을 이은 이세돌 9단의 전투력은 가히, 전신이라고 생각한다. 이세돌사범의 중계를 보면 너무 재밌어서 드라마 한편을 본듯한데, 그런 이세돌 9단도 이창호 9단을 통해서 그 경지(?)에 이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버리니 말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이 스스로를 동양학의 우주보(우주의 둘 없는 보물이다)라 했다면, 이창호 사범은 바둑계의 우주보가 아닌가 한다. -얼마전 장가를 가서 앞으로 기사 생명이 좀 더 길어지지 않을까?-
샛길로 빠졌는데...암튼
그 날 대국은, 중국의 소룡중에 하나인 전도유망한 류싱7단과의 대국.
초반 류싱7단의 신포석과 더불어 발빠른 전개에 선착의 효가 확실한 바둑으로 흘러갔는데,
오로 1단의 하수 눈에도 흑의 좌변이 깊어져서 이9단의 침입이 필요한 시점이었는데, 흑돌의 류싱7단의 집이 워낰 탄탄해 침입이 어려워 보였다.
그래도 작은 틈을 비집고 이 구단의 침투가 있었고, 종반전까지 가는 치열한 추격전과 이사범의 탈출이 이어졌고, 그날 그 중계를 본 양반들은 마눌의 잔소리를 뒤로하고 바둑삼매경에 빠질 만틈 재미난 대둑이 진행되었다
종반, 계산서가 나오면서, 류7단이 계가로 가도 진다고 판단했는지, 이9단의 우하 대마에 대한 공격이 있었는데, 오히려 절묘한 수순과 화약 냄새 가득한 패 전투를 승리로 이끌면서 이창호 9단이 불계승을 하게되었다.
무려, 양쪽 합해서 근 5-6시간의 사투였고, 초 속기바둑을 제외하고 이런 바둑에서 기사들은 머리속에 수천번의 바둑판을 그리고 지웠을거다.
말그대로,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를 죄 검토하고, 끝가지 승리의 길을 향해 괴롭고, 힘들어도, 피를 뚝뚝흘리고, 돌을 버리고, 때론 비굴한 듯 보이는 수로 지하갱도를 파기도 하면서 그 괴롭고도 절절한 시간을 견디고 저항했던 거고, 그게 승리로 이어진거다.
이번 주말과 월화가 마지막 선거운동 기간 되겠다.
요동치는 여론조사는 그러타 치고, 요동치는 선거판의 한복판에서, 우리 후보랑 참여당의 미래가 지금 태풍 몰아치고 있는 태평양 바다의 배 한척과 같다.
딴 수 없는거다. 이창호 사범이 지난 바둑에서 보여준 것처럼, 괴롭고 힘든 판이라도 그걸 견디면서 끈질지게 최선의 반집의 승리를 향해 모든 힘을 보태어 나아가는 방법뿐이 없는거다.
다들 봣겠지만 아주 감명깊게 보았던 영화가 V for Vendetta다. 지난 촛불때도 영화 동호회에서 V for Vendetta의 V 가면을 쓴 시민들의 퍼포먼스가 있었다. V for Vendetta는 독재, 보수적인 정권이나 권력이 보기엔 매우 불온하고 위험한 영화일게고, 반대로 시민참여와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옹호하는 우리들에겐 엄청 좋은 영화일게다.
영화의 종반에 무수히 많은 시민들이 모두 V의 가면을 쓰고 총을 들이댄 계엄상황의 군인들을 비폭력으로 제압하는 장면에서 우리가 느끼는 동일한 감정이 어쩌면 지금 절실하게 김해에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로 부터 부여받은 합법적인 권력, 정부를 내전이나 폭력으로 뒤집는 것보다 시민의 힘으로 밀어가야 하는 것도 웃기긴 하겠지만, 우리의 운명인 걸 어쩌겠는가?
함께 들어올린 피켓, 같은 생각으로 웃고 있는 같은 V 가면을 함께 쓰는 것,
함께 투표참여와 독려를 위해 김해의 새벽을 밝혀 주는 것.
부당한 권력의 종식과 새로운 시민 정권의 탄생의 첫 길을 여는 현실의 유일한 길에 서 있는 것.
이창호 구단이 저 한판의 바둑에서 보여준 두려움, 은근과 끈기, 용기와 인내, 죽을듯 해도 수천번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가는 승리의 수순과 같은 길.
못 가도..같이 김해로 가자. 이번에 못이기면 다 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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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