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주제를 어떻게 써야하나? 그의 주장은 어떻게 옮겨야하나? 오래 고민을 했다. 아무런 해석없이 전달하는 건 책을 추천하는 걸로 충분하니, 결국 내가 이해한대로 전달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나쁜 사마리아인>,<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국가의 역할>의 방대한 양은 책을 들었다 놨다하게만 했다.
그래서 이 3가지 그의 저서에 남긴 일관적인 논리나 주장은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전달한 것은 <국가의 역할>에서 나타난 그의 입장이고 여기에 한표를 던지니 이 글을 시작할 마음을 먹었다.
시장에서 국가의 역할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그리고 이 역할에 대해서 소위 신자유주의는 국가란 관료제도에 대한 부패성과 정보의 불확실성 그리고 이익집단에 정치적 영향을 받기 때문에 최대한 역할을 억제받아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이걸 장하준은 세세하게 비판하지만 난 그의 국가의 역할중 기본논지만 소개할까 한다.
그가 생각하는 국가의 역할은 기업가적 역할과 갈등조정자적 역할이다. 달리말하면 국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대해서 입장이 있다면 국가는 민주적으로 선택되는 것이고 시장은 아니니 국가에게 한표 던진다는 촘스키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해 그의 주장에 찬성한다.
기업가적 역할이란 그 나라 국민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로, 구체적인 것 중 한가지는 한국의 경제개발계획같은, 산업정책을 내세워서 나라의 자원이 특정한 목표와 방향으로 사용되게 만드는 것이다.
장하준은 이런 산업정책을 사용한 나라가, 현재 신자유주의를 이끄는 영,미보다 경제를 보다 역동적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가 모델로 꼽은 나라는 동아시아와 스칸디나비아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도식화를 해보자
동아시아: 권위주의에 의한 목표설정 강제, 공기업활용, 노조억제 스칸디나비아: 사회민주주의적 토론을 통한 목표설정, 공기업활용, 노조강화
조선일보가 이번에 그를 활용한다고 하던데, 아마도 그의 주장중 박정희모델미화를 위해서 사용할 것 같다. 노조억제 때문에 생긴 사회갈등을 힘으로 억압하여 수많은 피해자를 남기고, 기업만을 산업정책에 참가시켰다는 그의 주장은 상당히 사라질 것 같다. 그리고 이런 권위주의적 모델이 경제발전엔 필수였다고 바꿀 것이다.
하지만 장하준은 이런 산업정책 목표 세우기를 합리적 결정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합리적 구조와 합리적 절차가 중요하다는 주장을 하였다. 동시에 이런 목표를 시행하게 되면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정책이란 문제와 국제환경과의 조화와 기득권세력의 저항에 부딪혀서 국가의 조정자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함께 하였다 하지만 그 신문은 역시 주목하지 않을 것 같다.
장하준이 지적한 대로, 한국은 국제환경 변화에 적절한 정책을 취하지 못해 3번의 큰 위기를 맞았고, 국가파산위기를 두번이나 겪게 된다. 조선일보는 이것도 주목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런 장하준의 주장을 조선일보가 지목하지 않는다고 해서, 장하준이 박정희를 미화한다는 주장은, 장하준을 이해하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조정자 역할은 나온거 같다. 기업가 역할을 하면, 3가지 정도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기존의 산업에 있던 기업가와 노동자의 보호문제와 목표로 설정된 사업에 대한 투자문제와 그 사업에 대한 노동자 재취업 문제를 국가가 어떻게 해결하는가?의 역할이 남게된다.
장하준은 이런 문제 해결과정을 일본의 종신고용제와 목표가 이뤄질 때까지 사회안정만을 충분히 구축한 후 시도했던 스칸디나비아에서 찾고 있다. 동시에 이런 국가의 활동을 국가보험기능이라고 말하면서 더 이상 목표를 제시할 수 없을때의 사회적 도전의식 상실과 투자위험의 사회분산화와 실업급여지급이나 임금평등시도에 따른 각 경제주체의 도덕적해이를 지적한다.
그래서 장하준은 이런 모델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일장일단이 있는 문제니 이 방법이 최선의 결과를 낳는 방법이며 과학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을 할 것이 아니라, 이런 결과를 만든 이유를 검토하여, 이 결과로 이끌 수 있게 만드는 기능적 역할에 주목할 것을 지적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신자유주의 비판중, 탈규제에 대한 비판을 인용한다. 그는 완전한 시장이란 존재하지 않고, 모두 일정한 규칙 속에서 운영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모든 규제를 철폐하여 모든 경제주체가 자유로운 상태가 되는 건 자유지상주의 이데올로기엔 맞는 말인거 같지만, 규제 중 그동안의 진보성 성과로 만들어진 규제까지 부정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런 동아시아나 스칸디나비아의 모델상의 국가의 개입이 정치적일 수 있지만, 갈등은 생길 수 밖에 없고, 이 갈등 해결은 정치적인 문제며, 시장은 자원의 평등한 분배까지 보장하지 않고 경제의 탈정치화는 최종적으로 시장운영의 민주주의를 거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그가 시장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의사결정의 효율성과 긴장관계가 있다는 걸 인정하고, 국가의 목표제시 형태중 권위주의 형태에도 일정한 가치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건 사실이지만 합리적 절차를 함께 강조했고 동시에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장하준의 경제엔 민주주의가 없다는 주장은 조선일보가 만들려는 장하준의 이미지에 충실하다고 생각한다.
시장이란 인간이 만든 제도중 하나이고, 자본주의의 구성요소는 시장과 국가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그의 주장과 국가의 역할 중 기업가적 역할과 조정자적 역할 구분이 있고, 국가는 이 양 역할을 수행할 때 합리적 구조와 합리적 절차와 의사결정과정의 투명성을 갖춰야한다는 그의 주장에 공감한다. 그래서 난 장하준의 주장 중 이 부분을 옹호한다.
스나이퍼와 현봉의 논의 흥미롭게 읽었다. 일단 반갑다.
이거 정말 중요하고 핵심적인 문제다. 왜냐하면 이거 우리나라의 헌법 제1조에 대한 근본적인 해석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실 '국가의 역할' '국가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은 현실적으로 '공화국이란 무엇이냐', '어떻게 하는게 공화국하는 거냐'라는 삼일 운동 시절 이후부터 지속되어 온, 좀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1911년 아시아에 처음 공화국이 (손문의 중화민국이) 탄생한 이후로 지금까지 꼬박 100년 동안 그야말로 문제적이었던 질문이기 때문이다. 중화인민공화국도 공화국이고, 대한민국도 공화국이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공화국이다. 뭐냐 이게? 그런데 박명림 김상봉이 '다음 국가를 말한다'에서 '국가'의 기본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장하준이 '국가의 역할'에 대한 글을 들고 나오고, 시민이 엉아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섹쉬한 제목의 책을 들고나오면서 이거 슬슬 문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거, 이거 매우 판타스틱하다. 목하 중궈들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 매우 치열하다. (기회 되면 나중에 함 소개하겠다. 그런데 게을러서 잘 될까 몰겄다)
하여 선거 끝나고 체력들 좀 보강하고 나면 이 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학습, 검토, 점검, 논의, 수다의 장이 어떠한 형식으로든 한 번 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참여당의 핵심 지향 가치 가운데 하나가 정당개혁 아니냐. 그런데 이 정당개혁이라는 것이 좀 찌질하고 지저분한 애들 청소하자는 차원이라면 곤란해보인다. 정당 정치의 기본적인 원리와 구성 원칙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참여당의 이념과 실천이 이미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당 정치의 원리와 구성 방식 문제는 바로 '국가'의 형식과 위상, 역할 등의 문제와 직결된다. 요고시 핵심이다. 그니까 말하자면 시민 엉아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얘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시였더란 말이다.
선거 끝나고 스나이퍼든 현봉이든 자리 함 만들어주면 책들고 술 한 병 끼고 나가서 배우겠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