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혁명 때의 일이다. 1차 혁명으로 짜르가 물러나고... 연약한 임시정부가 들어섰다. 당시 러시아의 정파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① 왕당파 : 왕정 복고를 주장 ② 자유파 : 서유럽식 모델 주장(부르조아를 대표) ③ 멘세비키 : 사회민주주의? (프롤레타리아 대표 + 의회민주주의 + 점진적 혁명) ④ 볼세비키 : 사회주의 (프롤레타리아 대표 + 임시정부 거부 + 급진 혁명) 대충 이랬다.
원래 볼세비키는 소수였다. 당시 러시아 임시의회의 다수석은 멘세비키와 자유파가 차지하고 있었다. 그 소수였던 볼세비키가 급격히 러시아 인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결국 제 2차 혁명을 주도... 소련을 탄생시키게 되었고...
그런데, 원래 소수였던 볼세비키가 어떻게 다수파가 될 수 있었을까? 그 이유가 뭘까?
그 이유는 러시아 인민들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대의에 동의해서가 아니다. 볼세비키를 선택한 이유가 "평등한 세상을 이룩하기 위해" 뭐 이런 류의...거창한 이념을 받아 들여졌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볼세비키가 인민들의 손에 "현찰"을 쥐어 줬기 때문이다. 그 현찰은... "무조건 종전 + 토지 무상분배" 라는 것이었다.
당시 러시아는 1차 세계대전의 포화속에 있었고, 독일과 치열한 전투 중이었는데... 지리멸렬한 상태에서 패퇴를 거듭하며 무의미한 인명손실만 늘어가고 있었다. 농민들은 그야말로 "농노"로써... 열심히 경작해도 굶주림을 면할 길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전쟁을 무조건 그만 두고, 지주의 토지를 무상으로 뺏어서...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겠다는 그 선명한 "구호"가 인민의 마음을 움직였고... 결국, 군인, 노동자, 농민들의 힘에 의해 러시아 임시정부는 무너졌고... 볼세비키가 권력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즉,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현찰"이 인민을 움직였단 얘기다.
김해을 선거에서 우리가 졌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앞서고 있어서 크게 이길 줄 알았지만... 오히려 역전당하고 말았다. 반대로 여론조사에서 박빙이던 분당은 크게 이겼고, 지고 있던 강원은 오히려 이겼다.
왜 그랬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김해을 유권자들이 여론조사때 마음을 숨겼고... 그 마음을 숨겼던 이유는... "대의에는 동의하나, 그래도 현찰을 쥐어주는 쪽으로 찍어야지"하는...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이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패배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장유면" 때문이었던 것 같고... 장유면 사람들이 김태호를 찍은 건... 또한 "현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은 원래 이기적일 수 밖에 없고... 나도 마찬가지니까... 유권자들이 이기적이라 탓 하는 거야 쉽지만... 그래서는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 것이니... "현찰"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도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p.s) 볼세비키가 권력을 잡은 이후... 농민들에게 실제 토지를 무상분배해 주었다. 그러나, 그 토지에서 나온 수확물은 모두 "당의 것"으로 귀속 되었다. 그 결과... 농민들의 삶은 혁명 전이나 혁명 후나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는 것.
대략 맞는 얘기지만 아래 흐르는강물처럼님 글을 보니 더 와 닿습니다. 장유면 유권자가 자기 이익 때문에 김태호를 찍었다는 것도 일리있지만 민주당 김맹곤에 대한 배신감에 김태호를 찍었다는 게 좀 더 설득력있는 것 같습니다. 장유면에서 민주당 김맹곤을 압도적으로 밀어준 전력으로 미뤄봤을 때(당시 딴나라도 개발공약 엄청 해댔겠죠) 단지 부동산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는 것 같네요.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