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보선전, 활발하게 논의가 됐던 장하준에 대해서 다시 논해보자. 스나이퍼와 슬픈한국의 비판, 그리고 12억의 기적의 비판도 그의 정치적 관점에 중점이 있는거 같아서 그의 책이나 칼럼에 나온 그의 입장을 추적해보았다.
그의 민주주의관은 <나쁜 사마리아인> p272~ P.274에 나온다. 원문을 그대로 옮기기엔 양이 좀 되서, 줄인다면 다음과 같다.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의 조건은 아니다. 좋다는 증거도, 안 좋다는 증거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관계를 묻는다면, 경제발전이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민주주의를 이룩하려는 노력이 따로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경제발전과의 관계속에서 찾아선 안된다. 민주주의는 경제발전과는 무관하게 독자적인 가치를 가진 것이다. 구체적으로 1인1표라는 민주주의의 정신은 사회에 공평함을 가져온다"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서 장하준이란 인물평가가 상당히 차이가 날 것이라 생각된다. 파랗게 표시한 부분만으로 장하준을 평가한다면, 그가 만약에 한국에 정치에 참가할 경우, 독재를 옹호하는 전도사로 활동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녹색부분까지 더해서 장하준을 평가한다면 최소한 독재전도사는 아니라는 평가를 할 것같다.
물론 경제와 민주주의 관계를 분명하게 언급한 경제학자가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폴 크루그먼은 소득재분배와 민주주의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그의 책 <미래를 말하다>에 언급하고 있다. 덧붙여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주장을 인용한 촘스키도 폴 크루그먼과 같은 입장을 가진다.
이런 지식인들의 입장과 비교해보면 장하준에 대한 스나이퍼의 비판이 타당할 지도 모른다. 다른 지식인은 "민주주의는 부자와 가난한자의 경제적불평등의 차이가 크다면 그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폴 크루그먼은 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히기 때문이다.
장하준은 이런 강력한 주장이 없다. 열심히 뒤져보면 단지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긴장관계이고, 이 자유주의는 역사적으로 불평등 해소를 위해 만든, 헌법제도를 위험하게 만든다" 와 "민주주의를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장하준이 언급하는 자유주의는 유시민의 표현을 빌린다면 보수적 자유주의다.
그렇다면 왜 제목과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이제 그 이유를 살펴보자
그의 <국가의 역할> p.219~ p.252 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국가의 산업정책이다. 이것을 이용하면 경제를 더욱 더 역동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고, 이 빠른 성장은 경제발전 성과인 소득개선과 평등확산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의 말을 인정해보자. 이제 국가의 산업정책은 누가하고, 국가는 산업정책을 하기 위해 구체적인 제도로 뭘 할것인가?란 의문이 생긴다. 그는 이 질문에 "테크노크라트"를 강조한다. 옮기자면 경제기술관료라는 의미인데, 그는 관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중 공공선택학파가 관료의 비효율을 강조하며 비판하고 있고, 정치학에서도 관료에 대한 비판이 존재한다. 두 입장의 공통점은 언제든지 소수집단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할 위험이 있고, 그 권한을 이용해 부패할 수 있으며, 그 집단과 가까운 이익집단을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고, 이익집단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국가의 권력남용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말을, 정치적 관점으로 바꾼다면, 국민이 그 기술관료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방법이 있느냐? 있다면 구체적 방법은 뭐냐?라는 질문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관료의 정치적 독립성과 반복된 민간과 정부의 "피드백"과 합리적인 절차와 투명성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구체적 형태로 국가계획위원회가 정책을 제시하면 심의위원회가 민간이 참여한 상태에서 이 정책을 중개, 협의하며 이 협의된 정책은 산업연합회등이 이 정책을 시행하게 압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단점이 크다는 것과 단점을 최소하는 방법이 어렵다는 건 그의 주장에 대한 비판자의 경고에서도 알 수 있지만, 그가 말한 절차의 구체적 모습이 이상적이라는 걸 지적하고 싶다.
그는 관료의 "정치적독립"과 민간과 정부가 "공정"한 협의를 해야하고 다시 만들어진 정책이 "그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어야한다고 말하는데, 이 점에서 난 그가 이상적인 정책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이상적인 정책을 시행할 주체는 사람인데, 그의 사람에 대한 관점은 비판자들의 경고를 더 현실적으로 와닿게 한다. 비판자가 경고한 단점을 극대화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건 그의 칼럼과 그의 책에서 사용한 문구를 직접 인용해본다
"한 나라의 번영을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교육 수준이 아니라 생산성 높은 산업활동에 개인들을 조직적으로 참여시킬 수 있는 사회 전체의 능력이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p.238
"일본의 강점은 사실 이런 시스템에서 나온다. 개인적으로만 보면 대단히 창의적인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기업들의 창의성은 세계 최고를 다툰다. 국민 하나하나는, 세계적 기준으로 별로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보다도 영어를 못하는 것 같은데, 나라 전체는 외국의 지식을 흡수하는 데 우리나라보다 뛰어나다.(중략) 일본의 예는, 복잡한 분업에 기초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결정하는 데에서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시스템이 뛰어나면, 개인들의 능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전체는 강해질 수 있다. 시스템의 중요성을 인식하면, 개개인의 생산성도 개인의 재능과 노력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이 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알게 된다." [장하준 칼럼] 시스템과 개인
이 글을 읽은 후의 주관적 감상은 개인에 대한 그의 관점이 민주주의와 조화를 이룰까? 아니 개인을 마치 기계의 부속품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란 의문이었다. 그가 제도를 강조하다가, 제도의 장점에 경도된 것은 아닐까? 그래서 관료와 국가주도의 문제점에 둔해진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걸 보고 그의 관점을 전체주의로 단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의문에 대한 결론은 그의 책에서 표현된 정치적 관점을 일부러 찾아서 평가해야할 정도로 정보가 적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 관점은 단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정보가 작아서 의도확대를 할 수도 있다.
다만 그의 비판중 폴리페서라는 비판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평가에 대한 반박도 지금까지 확인한 그의 정치적 관점평가만큼, 정보가 적기 때문에 강한 주장은 아니며, 폴리페서라는 단정은 성급하다는 점만 지적해둔다. 그의 말을 인용해본다.
(전략)"전공이 개발경제학이다 보니 선진국들이 한 짓들을 보게 된다. 가끔 부아가 치밀어 이 세상을 원자폭탄으로 날려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영국에 유명한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 런던에 있는 국립 미술관. 1897년에 개관)란 곳이 있는데 '테이트 & 라일'이라는 회사는 노예 잡고 원주민 학살하기로 유명하다. 홍콩상하이뱅크(HSBC)는 어떤가? 영국정부가 아편전쟁을 할 때 돈을 댄 은행이다. 아편전쟁이 뭔가? '메이드 인 영국' 찍고 뻔뻔하게 들어오는 아편을 중국 공무원이 반려했다고 일으킨 전쟁 아닌가? 이게 지금으로 보면 말이나 되는 이야기인가? 하지만 열 받으면 세상 바뀌기 힘들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지금 보면 세상이 별로 나아진 것 같지 않지만, 200년 전 노예폐지, 50년 전 여성 투표권 허용 주장하면 미쳤다고 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요즘 '복지'가 대세인데, 이렇게 빨리 복지담론이 뜬 것을 보고 난 진정 깜짝놀랐다. 안 바뀔 것 같지만 결국 바뀐다고 믿는다. 하지만 개인기로는 한계가 있다. 조직이 잘 하는 것만 못하다. 옳다고 생각하는 생각과 행동을 조직화하는 것이 관건이다." 「장하준 “『그들이 말하지 않는…』, 왜 23가지냐고?”」, <오마이뉴스>, 2010년 12월 24일.
그는 아직 불의에 분노할 수 있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의 가치를 인정하고, 민주주의는 경제 발전의 자연스러운 열매가 아니라,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교수도 드물지만, 과거 제국주의시대 유럽제국의 만행을 고발하는 경제학자는 더욱 더 드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대조군으로 뉴라이트 교수들은 오히려 일본제국주의를 찬양하고 있다. 또한 그가 생각하는 한국의 미래는 식민지와 독재를 미화하여 생각하는 세대가 자라나는 국가가 아니라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국가다.
단순히 지위에 욕심이 나서 기웃거린다는 평가는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소한 뉴라이트와 같은 정치사상을 가진 교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국가권력에 대한 지나친 신용은, 그를 이상주의로 만들꺼라고 생각한다. 그의 말처럼 정치와 경제가 한 몸뚱이라면, 정치에 대해서도 더 확실한 입장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하며, 구체적으로 민주주의의 원칙적 찬성이나, 사민주의 찬성을 넘어 민주주의에 대한 더 적극적인 입장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장하준, 그는 아직은 이상주의자다.
|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