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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라 해도 좋고, 정책이라 해도 좋은데, 개인적으로 유용하게 쓰고 있는 찌질이 판별법이 있다.
딱 두가지만 물어보면 대충 그 인간의 찌질도를 파악할 수 있고, 여태껏 별로 틀려 본 적도 없는 것 같았다.
첫번째 문제는 '한미 FTA'에 대한 문제이다.
뭐, FTA에 대해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의 FTA를 찬성했었고, 원론적으로 찬성하지만, 영어 번역도 제대로 못해서 맨날 허겁지겁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돌대가리들이 한다는 FTA는 도저히 찬성할 수가 없다. 거기다 오바마의 FTA 재협상 공약을 '선거 때는 무슨 말을 못해'라는 희대의 외교적 망언으로 눙치는 색히한테 협상을 맡기는 것은 그야말로 역사적 수치라고도 생각한다.
아무튼, FTA에 대한 입장이 찬성이든 반대이든 그건 찌질성과 전혀 무관하다. 왜냐하면 FTA는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히고, 그 이해관계에 따라 얼마든지 찬성 또는 반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찌질이들은 여기에서 아주 분명한 형태로 나타난다. FTA 찬성 = 우파, FTA반대 = 좌파 라는 되도않은 공식을 들고 나오는 인간들이다. 유시민은 이런 멍청한 행태에 대해 "FTA에 대한 찬반 논의를 윤리적 논의로 변질시킨다"라고 매우 정확하게 지적한 바 있다.
나는 농민들의 FTA 반대를 매우 잘 공감할 수 있으며, 법률시장 개방으로 인해 벌벌 떨 수도 있는 대형 로펌 사장들의 고뇌에 대해서도 잘 이해할 수 있다. 자동차 회사 직원들의 찬성도 이해가 되고, 마음껏 불법복제로 영화 다운 받다가 혹시 앞으론 이런 행태가 안될지도 모른다는 것에 불안해 하는 동네 백수들의 안타까움도 이해할 수 있다. 물론 협정문 번역도 못하는 돌대가리들은 정말 이해가 안된다.
그런데 FTA 찬성한다고 수구 또는 보수로 규정짓는 행태에 대해서는 정말 이해 불능이다. FTA는 Free Trade Agreement 의 약자이며, 양자간 무역협정이다. 이것의 반대는 FTA 반대가 아니라, WTO이며, 이는 '다자간 무역협정'이다. FTA가 아니라면 WTO 체제이다. 다자간 무역협정을 하거나 양자건 무역협정을 많이 맺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그게 아니라면 통상의 가능성을 최소화하면서 국내에서 자급자족하면서 사는 수도 있을 것이다. 통상의 기회를 늘리다 보면 당연히 손해 보는 입장도 있고 이익보는 입장도 있으니 각자의 찬반이 갈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FTA를 두고 그 찬반에 따라서 매우 간편하게 보수-진보를 나누는 행태는 너무나 저렴해서 한심해지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저렴한 인간은 한겨레나 경향에서 거의 매일 찾아 볼 수 있다. 천정배 따위가 가장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찌질이 판별법은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주장이다.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아파트 가격이 내려갈 것이고, 그래서 꼭 해야 한다는 소리이다.
이 소리를 김근태가 하면서 계급장 떼고 맞장 뜨자고 하더라. 김근태의 그 발언을 듣고 나는 당대 최강의 찌질이로 김근태를 꼽기 시작했고, 지금도 그 평가는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김근태는 열린우리당 당 대표 시절, 김병준 부총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말도 안되는 논문 중복 모함에 대해 "능력도 있고 인품도 있지만...." 어쨌거나 안된다는 소리로 지지자들의 허파를 뒤집어 놓기도 했다.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자고? 근데.. 분양원가를 몰라? 등기부 등본 떼 보면 그 토지와 건물의 넓이를 정확히 알 수 있고, 그 토지의 공시지가도 정확히 발표되고 있자나. 토지 가격 + 대략의 건축비 하면 분양원가가 얼마인지는 쌀집 계산기로도 계산이 되자나. 근데 그걸 아주 정확하게 알면 어떻게 분양가가 낮아지는 거야?
애플 아이폰은 제품 원가가 30%도 안된다고 한다. 아이폰의 원가는 출시 당일부터 엄청난 관심 속에서 철저히 해부된다. 그래서 애플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음을 누구에게나 공개한다. 애플도 '그래서 어쩌라구'라는 태도이며, 공개하는 이들도 '아니 뭐 궁금해서 함 해봤어' 정도의 태도이다. 아이폰 원가가 낮으니 아이폰 가격을 낮추라는 식의 논조는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강남 아파트가 평당 3천만원이 넘는다면 그게 엄청나게 뻥튀기 된 거라는 걸 모르는 인간은 지구상에 단 한명도 없다. 그런데도 그 아파트를 사려고 돈싸들고 몰려든다. 왜 그렇겠나? 평당 4천만원 될 거라는 기대 때문에 그런거자나. 원가보다 싼 값에 아파트를 팔아서 사려고 몰려들겠냐? 설마?
그런 마당에 분양원가를 공개해서 어쩌라구? 그냥 건설사들이 많이 남겨 먹는거 봤으니깐 사지 말라고? 건설사들 어차피 팔린 쪽이지만 좀더 쪽팔리라구?
분양원가 공개는 실질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하자는 말이라고 선해해 줄 수 있다. 첨부터 분양가 상한제를 하지고 그러지... 그런데 상한제를 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1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바로 청약 대폭발이다. 그 좋은 예가 바로 판교 아니었나? 인근 지역은 평당 2천만원인데 판교는 1500만원이다. 이러면 누가 청약 안하겠니? 나라도 일단 계약금부터 밀어넣고 보겠다. 당근 딱지가 횡행하고 분양권을 어떻게든 전매하려는 시도가 속출할 거다. 그게 '인근 시세보다 싸게 분양하는' 분양가 상한제의 모습이다. 우리는 이런 모습을 수도없이 봐 왔지 않은가..
이건 뭐 경제학을 배우거나 말거나 한 10초만 생각해 보면 너무 뻔한 내용이지 않나? 물론 분양원가 공개를 하는 과정에서 건설사들의 비리를 단속하겠다는 거래 투명화의 수단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분양원가를 공개한다거나 분양가 상한제를 한다고 해서 절대 아파트값은 안 잡힌다.
사실 굉장히 뻔한 내용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꼭 무슨 '생각있는 진보적 행태'로 여겨진다. 김근태가 찌질하게 처음 들고 나와서 공론화를 시켰지만, 이후로 수없이 많은 찌질이들을 판별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얼마전에는 정동영이 찌질이 인증을 했고, 요즘 잘나간다는 조국 교수도 마찬가지로 인증해 주었다.
그래, 걍 분양가 상한제 해서 좀 싸게 분양좀 받아보자. 뭐 이렇게 솔직하면 또 모르겠다. 아니면 그 부분은 별로 생각을 안해봐서 잘 모르겠다. 이래도 전혀 안 부끄럽다. 그런데 분양원가 공개 = 진보적 양식 이라고 공식을 만들어서 말 지어내는 인간은 거의 찌질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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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