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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논쟁의 본질
‘부국강병’과 ‘아름다운 나라’
1. 박정희는 여전히 현재형이다
최근 「한일협정」 관련문서 중 일부가 공개되면서 박정희 前 대통령에 대한 뜨거운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죽은 지 25년이나 지난 사람을 지금에 와서 다시 얘기하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느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언코 얘기하건데, 지금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의 현재는 우리가 과거에 한 것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과거에 한 일과 현재에 하고 있는 것에 의해 이루어 질 것입니다. 과거에 대한 평가는 현재의 우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하는 것이고, 이렇게 규정된 현재 위에서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설계할 것입니다.
즉, 박정희라는 사람과 박정희가 한 일과 박정희가 추구한 바에 대해 우리가 지금 어떻게 평가하는 가에 따라 우리의 현재가 규정되고, 그 규정된 바탕위에서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나아갈 방향이 결정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박정희는 이미 25년 전에 죽었으나,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형’이고, 지금 반드시 필요한 일인 이유입니다.
2. ‘부국강병’인가? ‘아름다운 나라’인가?
광복 이후 우리나라에는 ‘이승만 - 박정희 - 전두환 - 이회창’으로 이어지는 정치세력과, ‘김구 - 장준하 - 김대중 -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정치세력이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두 정치세력의 근본적인 차이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추구하는가, ‘아름다운 나라’를 추구하는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20세기 초,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제국주의’에 의해 우리의 자주권을 잃게 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여러 신생 독립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게 주어진 과제는 우리보다 힘이 세서 우리를 지배했던 이른바 ‘선진국’을 어떤 식으로 따라 잡는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온라인을 달군 ‘박정희’ 논란” ⓒ 데일리서프
이승만과 박정희가 국민들에게 제시한 방법은 ‘부국강병’이었습니다. 국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고, 반대자들을 가혹하게 탄압하고, 사회적 약자를 짓밟고, 국민이 국가를 위해 희생되더라도 우선 나라의 ‘힘’을 키우는 것을 우선한 것이 이들이 지향한 바였습니다. 박정희의 ‘잘 살아 보세’라는 구호와 일본 제국주의의 메이지유신을 본 따 만든 「유신헌법」이 바로 이런 이념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 성과도 있었다는 사실을 마냥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한강의 기적’으로 흔히 얘기되는 한국경제의 고도성장에 일정부분 공이 있었음은 분명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실 박정희가 살아있던 시절, 경제발전을 이룩한 신생독립국 중 어떤 곳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지 못했던 것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 ‘부국강병’을 위해 우리 국민들이 치루어야 했던 대가가 너무 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이 제가 박정희의 경제성장의 공을 인정하면서도 박정희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한일협정」 문서공개를 통해 밝혀진 바 있는 ‘강탈’당한 징병자, 징용자, 종군위안부들의 고통들. 취직시켜준다는 꼬임에 넘어가 ‘살인기계’로 양성되고 결국 죽어야 했던 실미도의 순진한 청년들과 집 나간 아들을 30년간 기다리기만 했던 그 어머니들. 이승만과 박정희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죽어야 했던 김구, 여운형, 장준하 선생님 외 그 밖의 많은 사람들. 단지 하고 싶은 말을 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하고, 고문받고, 젊음을 쇠창살 속에서 보내야만 했던 수많은 민주시민들. 낮은 임금, 열악한 근로조건과 장시간 노동 속에 온 청춘을 차가운 공장 속에 갇혀 지내야만 했던 근로자들.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은 가슴속에 묻고서 항상 가슴 졸이며 일해야 했던 나와 당신의 아버지, 어머니. 목표달성을 위해 짓이겨야만 했던 ‘사람으로써의 가치’, ‘사람에 대한 사랑’과 무수하게 훼손되어버린 ‘상식과 원칙’들.
이 모든 것과 그 외 많은 것들이 ‘부국강병’의 목표를 위해 우리가 희생해야 했던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사는 지금까지 걸어 온 이 길이 정말 옳은 길이었는지, 앞으로도 이 길을 우리가 계속 걸어갈 것인지를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승만, 박정희로부터 전두환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걸어 온 길의 정확히 대척점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신 ‘아름다운 나라’이며, DJ가 얘기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맞는 아시아적 가치’이며, 노무현의 ‘상식과 원칙이 승리하는 사회’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친일분자, 박정희 - 김성수 - 방응모” ⓒ 엠파스 이미지 검색
4.19 의거와, 5월 광주 민주화운동과 87년의 6월항쟁과, 그리고 2004년 광화문촛불시위의 수많은 국민들이 가고자 했던 길이 바로 김구 선생님의 ‘아름다운 나라’로 가는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 대한민국의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합니까? ‘부국강병’입니까? 아니면 ‘아름다운 나라’입니까? 역사는 과거의 ‘박정희’를 통해 현재의 우리에게 묻고 있는 것입니다.
 3. ‘아름다운 나라’, ‘한류열풍’, 그리고 ‘선진한국’
‘부국강병’의 기본적인 생각은 우리를 지배했던 자들을 우리가 모방해서 우리가 ‘힘’을 길러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약자를 지배하자는 것입니다. ‘부국강병’을 통해 힘을 길렀던 일본이 약자였던 우리나라와 아시아를 침략한 것도 이러한 생각에서 나타난 행동 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일본이 아직까지도 과거 침략행위를 반성하지 않는 것 역시 이런 ‘부국강병’의 이념이 일본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반면, 김구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아름다운 나라’는 우리를 지배했던 자들처럼 우리도 ‘힘’을 길러 남을 지배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김구 선생님께서는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큼의 부력(富力)과 남의 침략을 막을 만큼의 무력(武力)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셨고, 진정으로 원하셨던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높은 문화의 힘으로 우리 스스로 아름답게 사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우리 국민 하나하나가 어디서든 존경받게 하는 것이 우리를 지배했던 자를 이기는 것으로 생각하셨습니다.
지금, 아시아를 ‘힘’으로 지배하고자 했던 일본은 배척받고 있고, ‘아름다운 나라’를 건설하고자 했던 우리나라는 환영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류(日流)’가 없어지고, ‘한류열풍’이 나타나는 핵심 이유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신년 초에 노무현 대통령이 ‘선진한국’의 비전에 대해 이야기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선진한국’이란 도대체 무엇을 말함입니까? ‘부자나라, 강한나라’가 선진한국입니까? 아니면 ‘높은 문화의 나라, 아름다운 나라’가 선진한국입니까? 이에 대한 대답이 바로 ‘박정희 논란’에 대한 대답이 될 것입니다.
김구 선생님을 다시 생각하면서, 우리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공자께서 말씀하신 ‘군자(君子)’가 되는 것, 서구식 개념으로 ‘건전한 민주시민’이 되는 것, 그리고, 김구 선생님이 말씀하신 ‘성인(聖人)’이 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개혁’의 완성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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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