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가 날로 심각성을 더해가면서 매일 새로운 얘기들이 추가되고 있습니다. 오늘도 중요한 인물들의 코멘트가 몇 개 나왔는데요. 쉽게 풀어서 설명해 드릴까 합니다.
1. 그리스 EU 대표 "유로존 탈퇴 논의중"
그리스 집권당인 사회당의 중진이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의원인 마리아 다마나키는 25일 "그리스의 단일통화 회원국 지위가 위협받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시나리오가 테이블에 올라와 있고 나는 지금 상황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답니다.
아울러 그는 "우리는 과거에 대해 책임을 지고 혹독한 희생과 결과를 가져올 프로그램(=재정긴축)에 관해 채권자들과 협상을 하든지, 드라크마(과거 그리스 통화)로 돌아가야 한다, 그 밖의 모든 문제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다마나키 EU 의원의 말은... 그리스 국민들이 고통을 감수하든지, 아니면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을 탈퇴하든지... 양단간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얘기이구요. "재정긴축을 받아 들일 수 없다"는 야당, 노조측을 겨냥한 발언이기도 합니다.
"디폴트와 유로존 이탈에 따른 책임은 니들이 져라" 뭐 이런 얘기인 거죠. 아울러 그리스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내용이기도 하구요.
이와 관련해 올리 렌 EU 경제담당 집행위원 대변인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시나리오는 논의된 적도 없고 논의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지만, 이는 당연한 립서비스에 불과하구요.
익명의 복수 EU 관계자들의 "구제금융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그리스 정부에 EU 고위관리들이 실망했다, 이런 상황에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탈퇴시키는 방법을 알아보도록 내몰고 있다"라는 말이 더 실제 돌아가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현재 그리스에 원래 예정되어 있던 구제금융 5차 집행분 120억 유로(=우리돈 18조원)가 주어지면, 당장 6월 만기분은 넘어갈 수 있지만, 내년이 되면 600억 유로(=우리돈 90조원)가 또 필요하기 때문에... 유로 집행위원회에서도 그냥 막 퍼 줄 수는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결론적으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2. 루비니 교수 "그리스 채무조정 불가피"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예견해서 요새 한참 명성을 날리고 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6일 그리스의 채무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아울러, "그리스가 디폴트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위기 확산 위험도 제한적"이라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각각의 국가는 개별 사안이며 그리스의 채무조정이 다른 국가의 시장 접근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로(0)이며,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스프레드가 압박을 받은 것은 그리스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판단되며 오히려 신뢰 부족과 관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 생각은 루비니 교수의 위 발언은 조금 나이브한 것이 아닌가 하는 겁니다.
일단, 무디스등 신용평가기관은 "어떤 식의 채무조정이든 디폴트로 간주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즉, 그리스가 "국채의 만기연장, 이자 삭감"등 약한 정도의 채무조정을 하더라도... 이게 실제 금융시장에선 디폴트로 받아들여지게 된다는 얘기거든요. 실제 효과는 몽땅 떼 먹거나, 조금 떼 먹거나... 떼 먹은 건 마찬가지다 이렇게 된다는 것이지요.
아울러... 그리스가 채무조정을 하더라도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란 얘기도 실제 벌어질 일과는 거리가 먼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에 대한 신뢰는 유로존이라는 든든한 뒷배경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유지되는 것이거든요.
그리스 채무조정은 이탈리아,스페인의 신뢰도 상실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그렇게 되면... 스페인, 이탈리아 또한 아주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지요.
어쨌든... 채무조정을 하지 않고선... 그리스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3. 유럽, 그리스 부채 둘러싸고 분열 위기
유럽 각 나라들이 서로 이해 관계가 다 다르기 때문에... 그리스 문제의 처리 방법에 의견이 다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것 같습니다. 각국의 입장을 간략히 살펴 보면...
(1) 독일,프랑스(EU 주요 채권국)
이들은 우선 빚을 여하튼 받아내야 되고, 아울러 유로화도 유지해야 할 입장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그리스의 국채를 만기연장해주고(리프로파일링), 대신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그리스 채무조정 방안을 공론화하기 시작했으며 여기에 프랑스 등도 가세한 상황이구요.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서 거듭 얘기됐던 바 이기도 합니다.
(2) ECB(유럽중앙은행)
유럽중앙은행(ECB)는 무엇보다도 유로화의 가치 유지가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채무 조정도 안된다"면서 가장 강경한 주장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는 유로화의 구조 때문에 그런 건데요. 유로화란 단일통화는 유럽 각국이 발행한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해서 ECB가 발행합니다. 당연히 ECB의 금고엔 그리스 국채가 있구요. 사실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인 바로 ECB입니다.
그런데... 그리스가 채무조정을 하게 되면... 기초자산인 그리스 국채의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유로화의 가치 또한 떨어지게 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ECB는 채무조정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돈이 없는 걸... 채무조정이란 현실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3) 스페인과 이탈리아
지금 그리스 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나라가 스페인과 이탈리아 입니다. 국채금리는 치솟고(아래 그림), 위기가 전염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이 두 나라는 그리스를 크게 원망하고 있습니다. "야. 그리스야... 제발 국민들은 고통받더라도 재정긴축해서 어케 좀 해결해 봐라. 너네 땜에 우리도 같이 죽어 나가겠다" 뭐 이런 거지요.
애초 유로존내 채권국과 채무국간 갈등이... 채무국 사이의 갈등으로 확전된 겁니다. 게다가, 정치적으로도 재정긴축 프로그램을 반대하는 야당이 선거에서 거듭 승리를 거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우려는 증폭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위 그림은 2010년 급격히 나빠진 그리스 경제의 모습인데요. 재정긴축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미 실업률이 12.6%를 넘어서는 등 경제가 개판인데... 여기서 재정긴축까지 하게 되면... 그리스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피폐해지겠습니까? 실업률 20% 넘어가고 난리도 아니겠지요.
이런 차원에서... "배째라로 나가자"는 주장이 그리스에서 힘을 얻고 있는 거구요. 아무튼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4. CNBC "그리스 디폴트, 리먼사태 보다 더 위험하다"
그리고, 미국의 경제전문방송(우리로 치면 MBN정도)인 CNBC는 그리스 디폴트가 2008년 10월 전세계를 대 패닉상태에 빠트렸던 리먼사태 보다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왜냐하면, 리먼 부도때는 실제 금융기관이 입은 손실이 얼마 안 됐지만(정부 구제금융등으로), 그리스는 현재 국채 발행잔액만 약 2,700억 유로(우리돈 350조원)로 어마어마하게 크고... 또 그걸 유럽 민간은행과 유럽 연기금등 투자기관들이 다 갖고 있기 때문에... 만일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 그 피해가 천문학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50% 상각한다면... 손실이 1,350억 유로(우리돈 175조원)이나 되니깐요. 아울러...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가게 된다면... 그 여파는 진짜 상상 초월할 정도가 되는 거구요.
모르긴 몰라도... 아마 유럽 전역이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게까지야 될까요? 100% 그렇게 된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가능성이 적다고 볼 수도만 없는 게... 참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정말 하루가 다르게 수 많은 얘기들이 쏟아져 나와서... 따라가기만도 벅찬 건 사실인데요. 이건 정말 중요한 이슈이니만큼... 계속 설명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