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로펌의 스카웃 제의를 받은 것도 아니었고, 아이들 학원비 때문에 변호사 개업의 필요성을 느껴서도 아니었다. 단지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자신이 마음 속으로 지지하는 한 대통령 후보가 같은 당의 토호들에 의해 낙마 위기에 몰렸다는 것, 그리고 그 토호들의 장학생인 한 젊은 선량은 '햇볕정책 계승 후보 단일화'라는 뻘소리와 함께 재벌 2세에게 투항했다는 것.
그리고 그가 지지하던 대통령 후보는 '햇볕정책 계승 후보 단일화'에서 보기 좋게 역전승을 거뒀고, 그 기세로 쭉쭉 치고나가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러나 '(유한회사) 참여정부'의 소액주주라고 할 수 있던 그에게 남은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서른 아홉의 나이에 청와대 법무비서관 임명장을 받았지만 대선자금 특검을 앞두고 검찰총장과 독대한 것이 화근이 되어 영원히 법복을 벗게 되었고, 이 후 국회의원 출마를 선언했지만 당 내 경선에서 패하면서(당시 그를 이겼던 사람이 '정정당당' 회원이었던 고 구논회 의원이다. 개인적으로 그 분이 운영하던 입시학원에서 영어를 듣고 있어서 학년 초에 그 분 존안을 한 번 뵌 바 있는데, 그 때만 해도 건강하시던 분이 연말에 세상을 뜨시더라 ㅠ.ㅠ) 이광재가 국회에서 황태자 대접받는 것을 그저 지켜봐야만 했다.
그래도 그는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몇몇 양아치들이 손학규 캠프에 붙을 때도 외롭게 주군의 길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의 비서실장을 자처하며 정동영, 손학규 저격수를 자처했고, 대선 패배 이 후 맡을 사람이 없어진 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직을 떠맡았지만, 참여당, 민노당과의 범야권 단일화를 성사시켜 시의원 5석에 유성구청장까지 건지며 다시 사람들에게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대전의 마지막 '노공이산'을 자처했던 박범계. 그런 그가 과거에 대해 입을 싹 씻고서 손학규를 지지한단다. 불과 6개월 전만 해도 "기회주의자는 우리의 오야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백원우 캠프에 들어간 게 엊그제 같은데,이제는 그 기회주의자를 예측 가능한 민주화운동의 원로라고 떠 받든다.
그가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변절한 걸 보니 가슴이 시리다. 아니,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권선택, 염홍철 이런 양아치들이 말년에 배신 때릴 때도 꿋꿋이 '노무현의 남자'라고 말했던 사람인데….
비는 추적추적 오고, 며칠 전 깁스를 한 왼쪽 무릎은 다시 아려온다. 그리고 민주당 친노에 대한 남은 미련은 유시민에 대한 사랑으로 잊어버려야 된다고 다시 마음을 고쳐 먹는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