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현실주의자다. 역사 이야기를 아주 좋아한다. 아는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현재의 상태와 비교해 미래를 유추할 능력 밖에 없다. 아는게 많으면 온갖 난해한 공식들을 대입해서 미래를 예측해보고 형이상학적인 진보, 보수 담론을 펼쳐 보겠지만 무식해서 과거의 판례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 혹자는 경험론도 과학이라더라만은 무식해서 그런 말 모른다.
그런데 현실주의자인 나는 모순되게도 노무현 대통령과 유시민이란 이상을 꿈꾸는 정치인을 좋아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역사에서 한 번도 성공한적이 없는 판례를 생산해낸 특이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역대 인류사에서 권력을 장악하고 시대를 이끌어온 주류세력의 지지 기반은 내 맘데로 크게 두 종류로 나눈다. 하나는 영토 또는 토지이고, 또 하나는 금권 또는 돈이다. 이렇게 나눠 버리면 다 걸리게 되있다. 구멍은 아주 크나 빠져나갈 수 없는 그물이 정치와 경제다. 세계 역사상 예외가 없다. 우리 나라도 김대중 대통령 때 까지 한결같이 그랬다. 간혹 역사 속에서 비주류가 정권을 잡는 경우라도 주류가 되기 위해 위의 두 지지기반을 획득하기 위한 싸움은 변함이 없었다. 이게 리얼리티고 현실주의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대내적으로 토지는 곧 선거구이며 정당이고, 대외적으로 영토는 곧 나라의 주권이다. 그리고 이를 정치기반 또는 국제정치기반이라 해도 무방하다. 그럼 이 정치 주류 세력을 때론 조정하고 때론 조정당하는 또 다른 메인 스트림은 돈 많이 가진 세력이다. 이를 경제 기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어쩔 수 없는 역사의 유착이다. 정치와 경제는 절대 따로 놀 수가 없는 영혼의 샴쌍둥이 인류사이다. 제국주의가 망한것도 두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안돌아서 그런거고, 소련 동구권이 무너진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말 그런데 2002년 대한민국에서 자기가 가진 정치, 경제적 기반을 모두 버려 버리고 최고 권력자가 되기 위해 뛰어든 사람이 있었다. 솔직히 또라인줄 알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을 하려는 것이었다. 지역주의가 그렇게도 싫었을까.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 아니다. 일본도 간토, 간사이 감정이 있고, 미국도 남부, 북부 감정이 있고, 중국도 동부, 서부의 빈부 격차 감정이 있다. 꼭 동서남북이 아니라도 듬성듬성 구멍난 위치의 지역감정도 있다. 조선도 어떤 붕당이 실세냐에 따라 서북이 차별 받고, 호남이 차별 받고, 영남이 차별 받고 다 달랐다. 리비아도 뱅가지는 차별의 대상이다.
전 세계 정치를 하는 국가라면 어디나 있는 지역주의 현상이고, 주류 세력이 되기 위한 정치인이라면 이 지역 주의를 이용해 자기 선거구를 관리하며 지지기반을 다진다. 그리고 그 지역 돈 많은 유지와 기업가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지역의 서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부자되게 정책을 실시해서 신뢰를 얻어 나가는 것이 메인스트림의 권력 쟁탈 역사다.
지역감정의 그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순 있으나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은 전국에서 골고루 똑같은 지지율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강금원이라는 유일한 돈줄에게 미안했던지 국민들의 저금통을 털어서 대선을 치뤄버릴 잔인한 생각까지 한다. 내가 가진 역사의 상식으로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될꺼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나. 역사에 대한 배신행위다. 내가 그 때 타짜라는 드라마를 봤더라면 내가 이회창 당선에 전재산과 손모가지를 걸었을 것이다. 물론 노무현을 찍었다.
호남에서 몰표가 나오든, 충청에서 싹쓸이를 하든, 영남에서 선전을 하든 표 분포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런 사상을 가진자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가 되고자 한것이 사건이고, 되버린 것이 사고이고, 그로인해 대한민국의 권력 쟁탈의 역사는 제대로 꼬이기 시작한다.
취임 하자마자 헌법에 "삼권이 분립 되어있다고 써있으니 나는 오늘 부로 삼권을 분립하겠소"라고 하며 행정부 수반의 최고 지지 기반인 국회와 검찰을 풀어준다. 국회와 검찰 권력의 속성은 어짜피 최고 권력의 협력 기능을 하는 일이다. 민주주의 법치 정신에 입각해 말이야 독립된 개별 조직이지 하는 일은 최고 권력의 시녀가 될 수 밖에 없는 일들이다. 민주주의란 개념도 없던 시절 부터 왕 밑에는 언제나 법을 만드는 문신들과 치안을 유시하는 무신들이 있엇다. 그 것들이 민주주의 제도로 바뀌면서 명목상 헌법에 그렇게 등재 되어 있을 뿐, 세계 그 어떤 나라의 선진 민주주의 시스템을 갖춘 나라에서도 근본적으로 내제되어 있는 속성은 같다. 행정부가 최고 권력이다. 나머지는 시녀다.
국세청 놓고, 안기부 놓고, 이것 저것 다 놓아 주더니 덜컥 탄핵이나 당하고 말이지. 결국은 궁지에 몰리자 노무현이 맨 마지막으로 기대고 싶어한게 뭔가. "국민들만은, 적어도 지지자들 만큼은 나를 지켜줄꺼야" 아니었는가.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결국 전부 헌법에 써 있는데로 다 해주고, 임기 내내 넘겨준 주류권력에 달달 볶이더니, 나는 바다에 홀로 떠있는 외로운 돛단배 이러면서도 결국 믿고 있는건 또 국민 아니었나.
정작 실체가 확실한 모든 지지 기반을 무장 해제하고, 형체도 없는 국민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5년 대통령 임기를 마쳐버린 어이없는 나의 대통령이 바로 노무현이란 말이다. 아 시바 또 눈물난다.
이는 무엇을 의미 하는가. 역사에 단 한 번도 없었던 권력자의 스텐스라는거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대통령, 시장에서 만나면 소주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대통령, 퇴임하면 농사나 짓고 살겠다는 대통령, 경호원 없이 마음껏 거리를 활보하고 다녔던 자유로운 스웨덴의 올로프 팔메 총리를 부러워 했던 대통령.(그러고 보니 내 사진이 팔메구나 ㅎㅎ). 혼자 이상으로 꿈꾸던거 다는 못해 봤겠지만 해볼만큼 해본 우리 서민의 대통령이다. 내가 한 번에 절대 해낼 수 없다고, 아니 해서는 안된다고 단정했던 일들을 자기 멋대로 다 해버린 대통령이다. 이런거 역사상 해본 절대권력자는 없다. 비슷하게 해본 대통령이 동시대 브라질 대통령 룰라 정도 밖에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권 교체다. 이명박의 등장을 초래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역사는 거짓말을 안한다. 이렇게 정치, 경제 지지기반을 갑자기 다 놓아버리면 아무리 5년 동안 국정 운영 잘했다고 자뻑하면 뭐하나. 제데로 잘했다고 나팔 불어줄 나팔수 권력조차도 곁에 없는데. 이명박은 한거 하나도 없어도, 외국에 돈뜯기러 나가도 잘했다고 국민들 세뇌시켜주는 나팔수들이 도처에 널려있는데.
만약에 그게 민주주의의 이상이고 우리가 실현해야할 가치라면 10년을 가고, 20년을 가서 긴 호흡으로 이룰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실체적 권력인 지역기반과, 돈줄을 어느 정도는 공식화 해서 투명하게 끌고가도 충분히 지지기반 살리면서 조금씩 헌법실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조금씩 유시민이 이어서 하고, 한명숙이 하고, 이해찬이 하고, 문재인이 하고 해서 길게 20년 정권 갔으면 헌법실천의 이상을 실현 시킬 수 있었다. 그 어떤 나라도 못하는거 우리가 할 수 있었다. 그게 너무 안타깝다.
그런데 유시민이 또 노무현을 따라하고 있다. 아직 대통령이 아니니 국민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의 지지자들과 함께 지역기반 만들 생각은 없이, 전국에서 골고루 조금씩 표 얻으려고 하고, 저금통에서 조금 세련되게 펀드해서 지갑 털고 있다. 노무현 한 번으로 당장은 족하지 않나. 몇 십년 안에 이런 식으로 지지기반 다 버리고 또다시 정권가져 오기 쉽지 않다. 악랄하게 역사가 가르쳐 주는데로 해야한다. 그래야 좀더 빠르고 쉽게 성공한다.
그러나 그들은 돌아가더라도 그렇게 할 순 없다고 하고,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나는 이미 한 번 맛본 이상의 현실화라는 노뽕에 중독이 되고 말아 그들을 비난할 수가 없고, 함께사랑하고 어루만져 줄 수 밖에 없다. 유시민도 다 버리고 외로움과 고독에 몸부림 칠 때 국민만 믿고 노무현 대통령처럼 그렇게 순진무구하게 정치할 것인가. 그건 나로서는 잘은 모르겠다. 좀 영악한 면도 있는 분 아닌가.
아무리 그렇더라도 정치, 경제적 권력기반을 다 버리면 결국은 실체도 모호한 국민만 지지기반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는건 천하의 유시민이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아 시바 진짜 대책 없다. 국민만 믿고 가보자 그래. 우리가 실체적 지지기반이 되 보는거야.
결국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란 국민을 지지기반으로 삼을 수 있게 제발 실체를 드러내어 이나라의 정치가 헌법의 완벽한 실천주의로 도달할 수 있게 정치인을 도와달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이것이 나는 노무현의 정신이고, 유시민의 정신이라 생각하여 봉팔러가 되어 생활정치를 또다시 해보기로 결심한다.
밧트, 그러나 정신은 정신이고, 정책은 정책이다. 노무현도 유시민도 착각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유일한 정책이 있다. 나는 감히 완벽한 패착이었다고까지 논리적으로 단정 지을 수 있는 사건이 한미FTA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박봉팔 닷컴에서 나누고자 한다. 가열차게 토론하여 나의 오류를 발견하고 싶다. 많이들 도와달라.
음 글잘읽었고 FTA얘기좀 나누고싶었는데 .
난 진보정당들하고 소통합해도 가장걸리는게 FTA.
왜냐하면 민노당이나 진보신당내 FTA반대자들의 시선보다.
이제곧 이명박이가 국회비준 들어갈것이거든. 만약통합전이면 이명박FTA에대한 책임의 반을 당연히 유시민한테 물을것이고, 만약 통합이나 세부적인 연대성사후에 이명박FTA비준들어가면 더더욱 거세게 부딪힐것같다.
솔직히 참여당도 FTA반대론자 많지만, 내가 제일 우려하는건 이명박이가 비준들어간 후에 나타날 기존반대론자들의 유시민을 향한 공격수위다. 헛기자가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참여정부FTA를 패착이라 확신한다고 했으니 솔직히 벽처럼 느껴지는 면도있다. 다음글 기대함. 다같이 얘기좀 나눠보고싶네
난 노무현의 FTA는 찬성하고 이명박의 FTA는 비준저지는물론이고 차기정권교체후 수정보완되야한다고 본다.
그러니까 한미 자유무역협정 자체에는 찬성한다. 추천하고 잘읽고감 다음글에서 서로 난상토론좀 해봤으면좋겠다.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