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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도시락 방위라고 낮춰부르는 공익요원이어서 그동안 훈련병 시절 이야기를 하는 게 머뭇거려졌다. 아무리 4주 동안 인간같지 않은 일을 겪었다고 해도 어디 현역만 하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공익요원도 군형법이 적용되고, 제 시간에 퇴근하지 않으면 과거 방위병처럼 "OOO군 지금 집에 있습니까?"하고 담당자가 일일이 전화를 걸고, 전화를 안 받으면 탈영으로 간주되어 하루 당 연장복무 5일이 적용되니 엄밀히 따지면 '준군인'아닌가? 그래서 훈련병 시절 있었던 얘기를 좀 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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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죽했으면….
난 아래 기사에 나오는 정 아무개 이등병같은 훈련병을 훈련소에서 실제로 봤다.
내가 속한 막사 바로 맞은 편이었고, 이름은 손승규(가명)였다. 승규는 정신질환으로 보충역 판정을 받았는데, 행동이 어리버리하다보니까 다른 훈련병들의 기쁨조,동네북으로 찍혔고, 승규는 잠자리에서는 옆 자리 훈련병들에 의해 성기를 만지작당하고, 구보 때는 뒤에 있는 훈련병들이 뒷통수를 갈긴다든지 하면서 괴롭힘을 당했다.
그러던 첫 번째 일요일. PX에 주문한 간식 거리가 왔는데, 승규가 먹던 초코파이를 누가 뺏으려고 했다. 그러자 승규는 화가 폭발해 총검술할 때 쓰는 칼로 자기를 못살게 굴었던 훈련병들을 공격한 뒤 손목에 면도기를 그었다. 그 후 승규는 의무실에 실려갔다가 군 검찰에 끌려갔고, 불과 1주일 만에 징역형을 선고받은 뒤 영창으로 갔다고 한다.
'남한 평균 이하(?)'인 보충역 사이에서도 고문관스러운 애들을 찍어서 괴롭히는데, 신체 건장한 현역들은 오죽하랴?
2. 쟤는 왜 훈련 안 받아요?
나와 같은 기수 훈련병 중 반공 교육빼고는 훈련이라는 훈련 죄다 열외하고서는 10개 훈련과목 모두 재수료없이 합격받은 애 둘 있었다(참고로 현역 훈련병은 10개 훈련과목 모두 합격해야, 보충역 훈련병은 10개 중 7개를 합격해야 훈련소를 수료할 수 있다).
하나는 FC 서울 2군에 있다가 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받고 보충역 판정받은 애였고, 또 다른 하나는 뭐 때문에 보충역 판정받았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아버지가 지역에서 농협 조합장에 자유총연맹에서 활동한다고 떠벌였던 놈이었다. 그 중에서 십자인대 재건 수술받은 전직 축구선수는 이해를 해 줄수 있는데, 아버지가 지역토호인 애는 위에 나오는 승규 괴롭히고, 구보만 하면 다리에 쥐 난다고 쇼했던 애인데도 재수료 한 번 안 받고서 합격해서 부아가 치밀어올랐던 기억이 난다.
3. 씨발, 신의 아들 주제에
난 훈련병 시절 신발의 소중함을 처음 알았다.
어차피 4주 있으면 나가는 놈들이라고 해지기 일보직전의 군화, 운동화를 줬는데, 내것만 유독 발에 맞지 않는 것들이었다. 내 발 사이즈는 265mm인데, 군화는 왼발 270mm+오른발 250mm였고, 운동화는 양쪽 모두 260mm였다.
그렇게 악으로 깡으로 6km 행군을 마친 뒤(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걷는, 굽높은 신발을 신고 뛰는 고통을 아는가?) 15km 행군이 찾아왔고, 그 무렵 나는 훈련만 나갔다하면 발에 피가 흥건해 고통받던 중 당직 병장을 찾아가 이렇게 부탁했다.
"저 병장님. 신발이 작아가지고 발에 피가 나서 말입니다. 마데카솔하고 새 군화, 운동화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그러자 말년 병장이었던 그는 나의 뺨을 후려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씨발새끼가. 신의 아들 주제에 어디 병장한테 개지랄이야!! 그냥 신으라면 신고, 그깟 상처는 참지. 병신 새끼, 그런 좆같은 정신상태를 가졌으니까 공익 판정이나 받았지"
결국 체념하고서 15km 행군을 받았다. 하지만 10km가까이 되니 악으로도 견딜 수 없는 한계치에 다다랐고, 결국 중간에 포기했다. 하지만 6km 때 1km갔다가 발에 쥐났다고 쇼한 놈도 합격했는데, 난 괜찮겠지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나와 악연이 있었던 병장 새끼가 주말에 나를 불렀다.
"야. 309번 훈련병, 15km 불합격 처리되었으니까 군장 메고 당장 연병장으로 나와!"
그리고서는 연병장을 15km 돌란다. 중간에 쉬면 발로 거시기를 까고, 느려지면 느리다고 쪼인트를 까고. 그렇게 15km를 돌았고, 다시 막사에 돌아오자마자 곤죽이 되어서 쓰러졌다. 그리고서는 점호시간인 9시부터 11시까지 또 불침번. 울분, 배고픔, 신경통, 피로까지 한꺼번에 몰려올 때의 그 심정을 아는가?
그리고서 훈련소에서 나오는 날 어머니께 이런 씨발스런 얘기를 말씀드리려고 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아래와 같이 말씀하시는 걸 보니 말하기 싫어지고, 머리가 멍해지더라.
"우리 아들 근육붙은 거 보니까 남자다워졌는걸? 요즘 군대는 진짜 당나라 군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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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나의 파란만장한 훈련병 시절 에피소드였다.
비록 4주짜리 훈련병이었지만 못 볼 꼴을 한꺼번에 봐서인지 나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번씩 훈련병 시절 꿈을 꾸다가 새벽 3시 쯤에 잠에서 깬다. 10개월이 지난 오늘까지.
(P.S-사진은 명작 '용서받지 못한 자'에 나오는 '고문관' 허지훈 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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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