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최동원 선수와 노무현님의 인연에 대한 글이 나와서 쓰는데, 최동원이라는 인물이 비주류의 길을 자처하고, 그렇지만 절대 기죽지 않고 오히려 당당했던 데는 그 분의 선친인 고 최윤식 선생의 영향이 지대했다고 본다.
최윤식 선생하면 스포츠 찌라시들과 롯데그룹의 공작으로 인해 아들 팔아먹는 극성 아버지, 만족을 모르는 떼쟁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최윤식 선생은 아들을 팔아먹어서 돈을 벌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매사에 상식대로 살려고 하셨던, 깨어있는 시민의 한 사람이셨다.
첫 번째 사연. 최동원이 연세대 2학년 때 고려대와의 경기에서 블론 세이브를 했다는 이유로 나이많은 동급생 박철순(아홉살에 국민학교 입학, 고등학교 1년 유급, 대학 1학년 수료 후 3년 간 상무 복무 등으로 또래보다 6년의 시간을 더 보내 대학 2학년이었지만, 스물여섯의 많은 나이었다고 한다 -.-;;;)에게 구타를 당한 뒤 허리수술을 받게 된다. 근데 그 시절의 부모님들은 대체로 최동원같은 일이 생기면 "너도 잘못했잖아"하면서 자식들의 마음을 정말 몰라줬는데, 최윤식 선생은 "한 갱기 몬 했다꼬 사람 빙시 만들고서 사랑의 매? 웃기지 말라캐라"하면서 박철순에게 치료비 청구 소송을 걸었고, 1심에서 승소 판결을 이끌어 내 기어이 치료비를 받아냈다. 근데 찌라시들은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소송을 건 최윤식 선생에게 "무슨 일만 있으면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아버지 최윤식씨 때문에 최동원이 버릇없어진다"고 선생을 비난하는 기사를 썼지.
두 번째 사연. 최윤식 선생은 한국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징집되었다가 오른발을 다치고 의병제대한 분인데, 비슷한 처지의 또래들이 까스통 할배가 된 것과는 달리 상당히 진보적인 사상을 가지신 분이었다. 5공화국 말기에 당시 부산일보 노조원들이 보도지침 해제, 박근혜의 경영권 포기를 요구하면서 파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선생은 그들의 파업을 지지하며 거금 백만원을 내 놓으셨다고 하고, 아들 최동원이 롯데그룹의 짠돌이 짓에 질려서 거사(1988년 선수협의회 1기)를 준비하자 일본 잡지, 신문을 샅샅이 뒤져 일본 프로야구 노조가 직장협의회에서 시작했다는 기사를 찾아낸 뒤, 노동부로부터 "프로야구 선수들도 공무원들처럼 직장협의회 결성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이끌어 내 선수협의회 출범의 결정적 명분을 만들어내셨다.
최동원에게 최윤식 선생이라는 훌륭한 멘토가 없었다면 아마도 최동원은 정민태같이 볼 잘 던지고, 말 웃기게 하는 평범한 선수로 사람들의 기억에 남았으리라. 아니, 어쩌면 과거 상하이 임시정부 인사들을 린치하러 다녔던 연희전문, 보성전문 야구부원들, 전두환을 존경하는 이범호처럼 됐을 지도 모르지.
다시 한 번 최동원 선수와 최윤식 옹의 명복을 빈다. 두 분은 단순한 에이스 투수와 그 아버지가 아닌, 우리 시대의 깨어있는 시민이었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