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 역사는 종종 박제된 그 무엇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엔 직접 소용돌이를 겪은 당사자가 존재한다.
한때 그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 정정웅(69·창원시 진해구 자은동) 씨. 그는 26일 오후 2시 40분께 그의 집으로 찾아온 국가인권위원회 한 조사관으로부터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한 번은 삼청교육 희생자라는 역사의 비극으로, 또 한 번은 명칭도 무시무시한 '대통령 위해 관리 대상자'라는 개인의 비극에 빠졌다는 정 씨. 그는 두 번째 소용돌이만큼은 빠져나오고 싶다며 지난 3월 인권위에 진정했고, 이날 조사관이 찾아왔다. (아무 이유없이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장애인이 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대통령 위해 관리대상'으로 떠올라 해군 행사만 있으면 특별 감시대상이 된 정정웅 옹)
낡은 듯 그러나 여전히 한국 민주주의 양면 역할을 하는 1979년 전두환의 12·12 군사쿠데타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여기에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대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 삼청교육대 사건.
80년 5월 서대전역 근처에서 식당을 하며 평범하게 살던 정 씨는 그날 저녁 시장에서 찬거리를 장만해 오는 길에 대전서부경찰서 한 형사를 만나 경찰서로 동행했다. 그리고 이틀 뒤 그는 충남 조치원 32사단으로 이유도 모르고 끌려가 4주간 삼청교육을 당했다고 한다. 곧바로 2차 근로 봉사라는 이름 아래 캄캄한 새벽에 열차로 경기 의정부 9사단 수색대로 보내졌다. 앞서 가던 나이 든 이가 맞는 것을 보고 항의하자 그는 이틀간 의식불명일 정도로 두들겨맞았다. 그 일로 그는 소변 기능이 망가져 장루(몸 밖으로 소변을 빼내기 위한 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장애(2급)인으로 살아야 했다. 현재는 그의 집을 들르는 장애인 활동 보조인 도움이 아니면 거동이 어렵다.
성하지 않은 몸으로 정 씨는 1991년부터 삼청교육 전국투쟁위원회 활동을 했고, 지금은 대표로 있다. 결국 2004년 1월 삼청교육 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지만 그 일로 가정과 청춘을 잃은 피해에 비해 보상 규모가 너무 작다며 보상금 3100만 원 수령을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1994년 진해로 이사 온 이후 그의 인생에는 '대통령 위해 관리 대상'이라는 딱지가 앉았다고 한다. 그 뒤 진해경찰서는 해사 졸업식이나 국가 차원 행사로 지역에 대통령이 '뜨면' 어김없이 경찰이 따라붙고 어떤 때는 억지로 전북 남원까지 경찰 2명과 동행한 적도 있다고 했다. 경찰은 정 씨가 경호처에서 관리하는 대통령 위해 요인 대상이며, 어떤 규정에 따라 처리되는지는 기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했었다. 작년 G20 정상회의 개막 앞날인 11월 10일, 10년 넘게 이어진 이런 사찰과 정 씨 표현에서 빌린 '감금'에 해당하는 억지 남원행 등을 서울 인권단체에 알리고자 했단다. 하지만 경찰 두 명이 동행하자 결국 취소했다.
그는 10여 년간 명백하게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 받고 있다고 한다.
정 씨는 "삼청교육 피해는 둘째치고도 법까지 제정된 마당에 왜 내가 아직 이런 대우를 받아야 하나. 최소한 내게 앉힌 '대통령 위해 관리 대상자'라는 이유라도 알고 싶고, 또 그 딱지로 내가 이런 인권 침해를 받는 것이 맞는지는 알고 죽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집을 찾은 조사관은 이날 한 시간가량 조사를 하고, 다음 조사를 위해 진해경찰서로 향했다. "모든 조사는 비공개로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깔끔한(?) 한 마디를 던진 채.
정 씨의 항변에 국가인권위는 과연 어떤 답변을 줄까. 국가의 개인에 대한 초헌법적 군림일까, 국가의 정당한 권력행사일까.
이 놈의 정권 어째 이따구냐~ 
(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