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직권상정으로 강행처리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에 대한 저항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일본의 집권여당인 민주당 의원을 만나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FTA 비준 무효화를 위한 일종의 국제공조에 나선 셈이다. 일본의 노다 내각은 미국주도의 TPP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상황이다.
<민중의소리>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이 대표는 28일 스토우 노부히코 일본 민주당 의원과 만나 회동을 가졌다. 이날 이 대표는 “TPP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일정한 ‘대치전략’의 하나”라며 “미국 입장에서는 TPP 완성을 위해 한-미 FTA 발효가 시급하니 (한국에 압력을 가해) 청와대가 주도해 상당한 무리를 감수하고도 (비준안을) 강행처리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과 영세상인을 보호하고자 만들어진 유통법, 상생법 등이 한미 FTA가 발효되면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며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나 역진방지, 의료특허연계제도 등의 독소조항으로 공공정책과 사회서비스 전반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스토우 의원은 ISD로 인해 “미국이 기업 의도에 따라 정부와 자치단체의 정책 변경이 강요될 수 있다”며 “ISD 문제는 지금까지 NAFTA 내에서 가끔 있는 일이었지만 일본의 TPP에서도 검토대상이 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TPP를 거부하고 싶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스토우 의원은 “TPP와 관련해 지적재산권 등 21개 분야에서 미국이 일본에 압력을 가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일본 민주당은 여당이지만 ‘TPP를 신중히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어 다른 나라와 문제점을 조사 중”이라고 화답했다.
또한, 스토우 의원은 “미국에서 대량의 농업생산물을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라며 “제일 큰 문제는 미 농업생산물은 유전자조작식품이 대부분인데 일본의 경우 유전자조작식품의 거부감이 커서 라벨에 유전자 조작을 표시하지만 TPP 미국측 요구 내용을 보면 표시 자체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스토우 의원은 이 대표에게 ‘FTA 비준 발효 3개월 이내 재협상’의 가능 여부를 질문하기도 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을 만나 비준안 통과협조를 요청하며 내민 카드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며 “재협상이 시작된다면 미국에서 한국에 쇠고기 개방 확대 등을 추가적으로 요구하며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스토우 의원은 “한-미 FTA 영한 번역문에 오류가 있음에도 (국회나 정부에서) 어떻게 인정을 할 수 있는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한국 통상관료들의 통상귀족주의가 이런 사태를 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준안 처리를 막기위한 김선동 민노당 의원의 최루탄 투척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웃으면서 강행처리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다는 심정으로 최루탄을 터트리기도 했다”며 “그 사건 이후 한미 FTA 날치기 처리에 분노한 국민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중의소리>는 “두 사람은 향후 TPP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무역개방 추진 일정이 한-미 FTA 비준 동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양국의 뜻이 같은 의원들이 함께 공동 대응을 하자고 입을 모았다”고 전했다.
야 기분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