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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호 기자의 글은 매우 중요한 문제의식을 제기해 주었다. 밥솥기자가 공연히 말꼬리까지 잡아준 덕분에 한번 그간의 생각을 정리해서 올려본다.
먼저 외노자의 임금이 내국인보다 싸다는 것을 당연히 여길수 없다는 점.. 실증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외노자의 임금이 이미 낮지 않지만 외노자가 임금상승을 억제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산업에 따라 차이가 큰 것 같다. 건설업에 그런 경향이 강하고 서비스업과 제조업에는 약할듯 싶다. 각론의 섬세함이 이 부분을 논의하는데 많이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는 점으로 넘기고 싶다.
외노자의 문제는 단순히 외노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매우 거대한 뿌리와 몸통에서 가지쳐 나온 줄기라는 생각이다.
WTO 체제하의 글로벌 분업과 국내 대기업과 하청기업간의 문제, 그 이전에 재벌의 경제력 집중의 문제.. 얽히고 섥힌 실타래이다. 그래서 고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표현한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의 고려없이 외노자만을 줄이기 시작한다면 중소제조업의 코리아 엑소더스의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의 중소제조업의 절대 다수는 수출 대기업의 1,2,3차 협력업체 들이다. 이들이 제조업 고용의 대부분을 또한 차지한다.
삼성전자는 1년에 5000만대의 TV를 만들고, 이 가운데 95%이상을 전세계 시장에 팔고 있다. 내수는 5%에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이미 5000만대의 TV 중 95% 이상을 해외에서 만든다. 기술적 난이도가 낮은 부품은 이미 대부분 해외조달 하고 있다. 국내조달로 남아있는 부품회사들은 중국보다 조금 앞선 기술격차를 아직은 유지하고 있는 기업들이고 재무적으로도 비교적 우량한 기업들이다. 근로조건이나 복지도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다. 이런 기업들조차 외노자를 사용하는 것은, 사용하고 싶어서가 아니다. 임금이 싸서도 아니다. 채용할 수 있는 내국인 노동자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약간의 비용이 더 들더라도 외노자를 불가피하게 일부 고용한다. 임금을 충분히 올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경쟁이 없다면 그렇게 할 수 있겠다. 적어도 그 경쟁이 국내 위주라고 해도 웬만큼은 버틸수도 있겠다. 그러나 지금의 경쟁은 글로벌 경쟁이다. 약간은 열등한 대체제가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시작한지 제법 되었다. 노동비용 만이 이들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이들 기업들이 별다른 구인난의 해소전망은 보이지 않은 채 외노자를 5~10년 뒤에 쓸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안그래도 진행중이거나 고심중인 해외이전은 더욱 서두르게 될 수밖에 없다. 십수년전의 제조업 공동화가 싼 노동비용을 찾아서 나선 것이었다면, 지금은 노동비용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시에 그곳이 수요처라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한국 기업은 노동비용뿐만 아니라 물류비와 관세까지 짊어지고 경쟁해야 한다.
외노자의 축소가 내국인 노동자의 수요를 늘려서 임금과 고용을 늘릴것이라는 것이 중딩 수준의 산수라는 말은 100% 옳다. 그러나 무역의존도가 70%가 넘고, 글로벌 분업에 깊숙히 가슴까지 푹 잠겨버린 진퇴양난의 한국경제에서 단순히 외노자를 축소한다고 해서 일자리를 늘린다는 보장이 없다. 도리어 상당기간 일자리의 코리아 엑소더스를 촉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이것이 산업구조조정의 피할수 없는 방향이다. 외노자를 줄여서 촉진하자는 주장도 일견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댓가를 누가 치르게 될 것인지를 고려한다면 외노자 감축을 거론하는데 보다 신중함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구조조정에서 그렇게 사라진 일자리를 언젠가 고부가가치 제조업과 내수가 채울때까지 반드시 사회적인 비용을 치르게 된다. 이 사회적 비용을 분담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없이 진행된다면 그 비용의 대부분은 노동자와 가계가 치르게 될 것이다. 대기업? 눈 깜짝도 하지 않는다. 쓸만한 하청기업은 해외이전을 촉진, 지원할 것이고, 나머지는 버릴것이다. 중국과 동남아에 대체가능한 기업들이 있으므로. 국내에 남는 기업은 생존을 위해 라인을 자동화해서 경쟁력을 보존하거나, 다른 고부가 업종으로 전환하는등의 노력을 기울일테고. 이도저도 못하는 회사들은 도산할 것이다. 이들이 전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게 되리라는건 단기간에 기대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고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쓴 것이다.
과연 그러한 수준의 사회적 합의의 도출이 가능할까? 대기업은 이윤추구를 위한 생산기반의 글로벌화를 국가라는 공동체의 평화를 위해 어느정도 미룰 수 있을까? 중소기업은 기술개발과 비임금 원가절감 경쟁에서 중국과 동남아시아와 경쟁해서 우위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노동자와 가계는 임금인상을 일부 양보하고 그러한 시간을 갖자고 합의할 수 있을까? 정부는 그러한 비용의 분담에 있어서 충분한 재정적인 백업을 할 수 있을까? 합의를 도출하고 합의를 유지할만한 정치적 리더십이 존재할 수 있을까?
유시민 정도라면 일말의 성공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솔직이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관적이다. 결국은 노동자와 가계가 산업구조조정에 수반되는 대부분의 사회적 비용을 덤탱이 쓰고 고통받게 될것이라는 비관을 쉽게 지울수 없다.
외노자의 문제는 피부색이 다른 노동자간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쟁과 재벌의 문제라는 것이 나의 기본적인 인식이고 노동자에게 적이 있다면 여전히 자본가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도 예전보다 훨씬 크고 강한 국제적 자본이다.
미래를 위해 힘들더라도 '고난의 행군' 을 하자면 달리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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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어제 표결이 신의한수였…